[신율의 정치In] 법치 앞의 예외는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체포 불응 논란'의 본질
[신율 칼럼] 누구보다 법 집행에 순응했어야 민주주의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 자의적 해석 법치 기본 원리 훼손
요사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속옷 문제’가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해당 논란의 발단은 지난 8월 1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집행 시도 이후 열린 특검의 브리핑이었다. 이 브리핑에서 특검 측은 “이날 오전 8시 40분 (서울구치소에서) 윤 전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에 착수했으나 완강한 거부로 완료하지 못했다”며 “피의자는 수의도 입지 않은 채 바닥에 누운 상태에서 체포를 완강하게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 발언 직후 여러 언론이 관련 내용을 보도했고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특검이 해당 상황을 굳이 언론에 언급했어야 했느냐는 문제를 제기한다. 이런 지적은 일리가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록 내란 수괴 혐의를 받고 있더라도 여전히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하며 해당 발언은 일종의 ‘창피 주기’로 해석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구체적인 ‘상세 설명’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윤 전 대통령 측은 “당뇨로 인한 자율신경계 손상 가능성으로 평소에도 간혹 수의를 벗고 있었고 구치소 측도 이를 양해하는 상황이었다”며 “특검이 오히려 수의를 벗은 상태에서 수용자 생활 구역에 들어와 강제 인치를 시도하고 사진까지 촬영했다”고 반박했다. 이와 같은 논쟁은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문제가 있다. 핵심은 ‘속옷 논란’이 아니라 윤 전 대통령이 체포 영장에 순순히 응했어야 했다는 점이다.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한민국을 이끌었던 국가 지도자였다. 일국의 지도자였다는 사실은 그 누구보다 법의 집행에 앞장서 순응했어야 함을 의미한다. 법치란 법에 의한 지배를 뜻하며 법치가 확립되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게 행동해야 한다. 특히 지도층일수록 법을 자발적으로 준수하고 법의 요구에 적극 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만일 사회의 지도층이 법의 허점을 악용하거나 법적 요구를 회피하려 든다면 일반 국민들 또한 이를 본보기 삼아 법치를 무시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게 되면 법치주의는 무너진다.
법치가 흔들릴 경우 민주주의 역시 위태로워진다. 민주주의는 법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작동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법에 대한 신뢰는 사회 자본의 핵심 요소다. 사회 자본이 약화될 경우 민주주의의 핵심 구성 요소인 시민사회가 건강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법치의 확립은 민주주의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법 앞의 평등과 법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국민적 동의와 실질적 실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법 앞의 평등이 무시되거나 법적 가치가 자의적으로 해석되는 관행이 반복된다면 민주주의는 존속할 수 없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금 자신을 향한 법적 조치는 불법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과거 그의 경력을 생각하면 이런 그의 생각은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그는 과거 ‘보수의 적통’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에 수사팀장으로 참여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의해 구속되던 시기에는 검찰총장으로 있었다. 즉 두 전직 대통령의 수감에 중심적 역할을 한 인물이라는 말이다.
이렇듯 윤 전 대통령 본인이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는 데 역할을 했다면 자신 역시 일단 수사와 조사라는 법적 절차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은 억울하다며 대부분의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 타인의 경우에는 법으로 엄격히 판단하고 자신의 경우에는 법적 조치를 자의적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법치의 기본 원리를 훼손하는 것이다. ‘법치의 내로남불식 해석’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윤 전 대통령은 ‘자유 민주주의’를 자주 언급한다. 자신의 계엄 선포 시도 역시 ‘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것이라 주장했다. 만약 이러한 주장이 신념에서 비롯된 ‘진심’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태도는 버려야 한다. 계속해서 현재의 태도를 고수하면서 ‘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주장한다면 그것은 결국 ‘윤석열식 자유 민주주의’란 자신의 방어를 위한 수단임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법치에 입각한 행동이 절실하다. 그것이야말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를 지키고 자신의 책무를 다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