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좋았지만···부당대출 여파에 침통한 기업은행
실적은 늘었지만 내부통제 여파는 계속 국민적 문제의식 속 쇄신안 실효성 시험대
"올해 초 겪었던 내부통제 실패 사례를 그저 일부 직원의 일탈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를 위협하는 중대한 결함으로 인식해야 한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지난 1일 창립기념식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IBK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내부 분위기는 침통하다. 연초에 불거진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건 이후 내부통제 문제가 부각되면서 경영실적평가 등 외부 지표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기업은행은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당대출 관련 사안이 불거지며 조직 전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업은행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50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했다. 은행 별도 기준 순이익도 1조3272억원으로 5.4% 증가했다.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258조5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1조3000억원 증가했고 시장점유율은 24.43%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실적과 별개로 조직 내외부의 시선은 부당대출 사태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 3월 금융감독원은 기업은행의 전·현직 임직원은 물론 그 배우자, 입사동기, 사적 모임, 거래처 등이 얽힌 총 898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정황을 확인하고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1일 기업은행 전직 직원 출신 시행사 대표 A씨와 여신심사센터장 B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A씨의 배우자인 여신심사센터 팀장 C씨를 포함한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2022년 1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C씨와 입사동기인 지점장 3명 등과 공모해 A씨 관련 법인 등에 총 21회에 걸쳐 350억원의 불법대출을 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부당대출 사안이 이번 경영실적평가에서 B등급이 부여된 데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위는 금융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기업은행에 B등급을 부여했다. 기업은행은 2007년 평가 도입 이후 줄곧 A등급 이상을 유지해왔으며 2012년과 2021년에는 S등급을 받은 바 있다. S~E까지 6단계로 분류되는 등급에 따라 임직원 성과급과 다음 연도 예산·정원 등에 영향이 있다. 업계는 이번 B등급 강등으로 임직원 성과급이 예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 7월 대대적인 내부통제 쇄신책 이행 상황을 공개했다. 부점장급 이상 임직원은 자율적으로 가족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하고 대출 심사 시 이해 상충 여부를 확인하는 체크리스트를 신설해 팀장급 이상이 검토하도록 했다. 또 외부 독립 제보 채널을 마련하고 제보자 보호와 비위행위자 무관용 원칙도 새로 반영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쇄신안 과제가 현장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소통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이번 쇄신 노력을 통해 국민과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부당대출 사건 이후 내부통제에 대한 국민적 문제의식과 업계의 경각심이 함께 높아진 상황이다. 기업은행이 내놓은 쇄신안이 조직 전반에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평가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