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세] 커지는 SNS 스트레스···끊자니 모든 순간이 심심해
SNS, 어느새 우리의 일상 됐지만 비교 스트레스·콘텐츠 피로감 느껴 프라이버시 침해·딥페이크 불안 우려도 디지털 디톡스, 자신을 지키는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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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보는 세상] 이번 편은 국립강릉원주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모바일뉴스실습’ 전공수업 수강생들이 작성한 기사를 연재합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이 수업을 지도하는 이 학부 허만섭 교수와 수강생들의 동의 하에 기사를 [청세]에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
"SNS를 보면 다들 너무 잘 사는 것 같다. 나만 초라한 느낌이 든다."
늘 이렇게 생각해 온 모 대학 경영학과 3학년 최모 씨(여·23)는 최근 자기 인스타그램 계정을 영구 삭제했다. 지친 이유는 '비교'였다. 모바일 기기나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이용의 일시 중단을 뜻하는 '디지털 디톡스'는 생존을 위한 그녀의 선택이었다.
어느새 SNS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알고리즘이 끊임없이 추천하는 콘텐츠에 어느덧 중독됐다. SNS는 교류와 오락, 정보의 신세계를 열었다. 그러나 어느 것이든 양면성은 있기 마련이다. 취재 결과, 젊은 세대는 SNS를 이용하면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유형은 크게 세 가지. '비교되는 느낌이 든다', '끊임없이 올라오는 콘텐츠를 따라가기 피곤하다', '사생활이 없다'였다.
비교 스트레스 '나는 왜 이렇게 살지'
경영학과 이모 씨(20)는 매일 친구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여행, 데이트, 운동 인증사진을 보며 '나는 왜 이렇게 살지?'는 자책에 빠졌다. 그는 "같은 나이인데 저 친구는 해외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나는 알바 세 개 하며 월세 내는 게 제 현실이다. 그래서 자꾸 비교하게 된다. 나만 뒤처지는 것 같고 돈에 허덕이는 것 같다"고 했다.
행정학과 김모 씨(여·20)도 "하루에 친구들 스토리만 40개 넘게 올라온다"라고 말했다. "나는 지금 내 페이스대로 공부하고 싶은데 남의 인생에 나도 모르게 몰입하게 되더라"며 "남들은 어느 대학에서 어느 공부를 하고 있고 어느 만큼 성과를 냈는지 보게 되고 나를 돌아보면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했다.
콘텐츠 피로 "업데이트 따라가기 벅차", "반응 없어 자괴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윤모 씨(여·21)는 SNS 활동에 하루 평균 3시간 이상을 쓴다. 최근 들어 재미보다는 피곤함을 더 자주 느낀다. 윤씨는 "피드는 끊임없이 업데이트된다. 그걸 다 따라가야 할 것 같다는 압박을 느낀다"며 "안 보면 뒤처져서 친구들에게서 소외될까 봐 불안하고, 보면 피곤하다"라고 말했다.
또 자기가 올린 게시물에 대한 남들의 반응에도 무척 민감해졌다. 반응이 없으면 상처를 받는다. 윤씨는 "피드를 올린 후 반응을 기다리는 일이 나를 더 지치게 한다. '좋아요'가 빨리 달리지 않거나 댓글 반응이 없으면 기분이 상한다"며 "좋아요와 댓글에 예민해지는 내 모습이 싫다"라고 했다.
정치외교학과 김모 씨(20)는 최근 숏폼 몇 개를 공들여 만들어 틱톡 계정에 올렸다. 하지만 죄다 기대보다 조회수가 안 나오자 자괴감을 느꼈다. 함께 만든 친구도 "반응이 없으니 ×팔리는데 그냥 내릴까"라고 했다. 결국 어느 하나도 100회를 못 넘겨 김씨는 그냥 다 내렸다.
프라이버시 침해 “너무 많이 보여줘야 한다.”
전자공학과 유모 씨(여·24)는 SNS를 '자기 감시시스템'으로 정의했다. 그는"인스타그램은 팔로잉, 팔로우 목록도 다 드러난다. 그 중엔 내가 진짜 친해서 팔로우를 한 사람 외에 조금 아는 사이지만 팔로우를 한 사람도 섞여 있다"며 "스토리에 올라오는 걸 보면 누가 누구랑 친한지도 다 보인다. 나의 인간관계를 다수에게 통째로 드러내고 모니터링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사이버보안 학과 조모 씨(여·23)는 얼마 전 자신의 인스타 스토리가 캡처돼 단체카카오톡방에서 회자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계정을 비공개로 돌렸다. 조씨는 "다른 애들이 왜 내 스토리를 비웃음 거리로 사용하냐"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난 그냥 내 일상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낸 날의 내 얼굴을 기록용으로 올린 것인데, 놀잇감이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는 딥페이크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 심리학과 김모 씨(25)는 자신의 셀카 영상이 도용돼 이상한 웹사이트에 올려진 경험이 있다. 김씨는 "친구가 자기 계정이 딥페이크에 사용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그 방법을 따라 확인해 보니 내 계정도 딥페이크의 소재가 돼 있었다"며 "그 뒤론 내 사진을 안 올리고 프로필사진도 얼굴 사진에서 다른 걸로 바꿨다"고 했다.
2023년 한국정보화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63%는 SNS 사용 후 피로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이 같은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SNS를 끊는 건 쉽지 않다. 필자의 친구인 안모 씨(20)와 정모 씨(20)는 최근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겠다"라고 호기롭게 말했으나 이틀을 넘기지 못했다. 이들은 "모든 순간이 힘들고 심심했다"라고 토로했다.
일주일 SNS 끊기 실험해 보니
필자는 일주일만 SNS를 끊는 실험을 해봤다. 가장 많이 쓰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모두 삭제하고 디지털 디톡스에 들어갔다. 처음 2~3일은 무기력했다. 강의 후엔 손에 잡히는 게 없었고 저녁 시간엔 공허했다.
하지만 4일째부터 변화가 생겼다. 주변 사람과의 대화가 늘었고, 그전에 완독하지 못한 책을 끝까지 읽었다. 무엇보다도 하루에 100개 이상 올라오는 남의 스토리를 확인하지 않게 됐다.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게 된 것이 수확이었다.
SNS를 완전히 끊고도 일주일을 잘 버틸 수 있었다. 디지털 디톡스는 정보로부터 나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체감했다. 주기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한 수치적 근거 또한 존재한다. SNS로 인한 내면화된 수치심과 자기통제의 관계를 다룬 국제인문사회 연구학회 김연희 ( Yeonhee Kim ), 논문에 따르면 내면화된 수치심과 SNS 중독 경향성의 관계에서 정서 조절 곤란의 매개 효과가 유의했다. 또 내면화된 수치심과 SNS 중독 경향성의 관계에 대한 정서 조절 곤란의 매개 효과가 자기통제에 의해 조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논문의 결론에선 상담 현장에서 내면화된 수치심으로 인해 높은 SNS 중독 경향성을 호소하는 내담자에게 정서 조절 곤란 혹은 자기통제를 포함한 개입을 실시할 필요성을 시사한다고 밝히며 SNS 사용 시 사용자들의 자기통제 중요성을 부각했다.
이러한 수많은 이유로 주기적으로 디지털 디톡스를 실행하는 사람들은 긍정적인 효과를 체감하자 본인의 디지털 디톡스를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했다. 해당 영상의 댓글 중 E000님의 댓글 "SNS를 줄이고 나니, 비교할 대상이 사라지고 나를 그대로 인정할 수 있게 됐어요. 더 이상 '좋아요'에 휘둘리지 않아도 돼요"는 본인의 디지털 디톡스 후기를 댓글로 게시하며 많은 공감을 샀다.
이렇듯 디지털 디톡스는 SNS를 완전히 '끊는'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거리 두기'인 셈이다. 남의 삶을 더 자주 바라보며 나의 삶을 저해하는 시선을 거두고, 나의 삶을 다시 한번 더 들여다보는 일인 것이다. 바쁜 피드 속에서 본인을 지키는 뱡향을 잃은 20대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나를 지키기 위해 잠시 멈춰 서는 용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