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핫스팟] "쓰나미 전에 더위 먹고 죽을 지경"···대피소, 폭염과의 사투

물리적 흔들림 없이 찾아온 쓰나미 SNS 허위 영상으로 혼란 가중 폭염 속 대피소, 열사병 위험까지

2025-08-02     김현우 기자
30일 오후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에서 피난 장소로 사용된 체육관에는 폭염 대책으로 선풍기와 에어컨이 설치됐다. /카모가와 카즈야, 주식회사 산케이디지털

# 우리 일본인들이야 지진이 익숙하니까 사전 대피는 일상이죠. 그런데 이번 캄차카 반도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 대피때는 폭염이 더 위협적이었어요. 대피소에 에어컨이 없다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요.

지난 30일 러시아 캄차카 반도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과 관련, 일본 현지에선 쓰나미 경보 대비 피난 상황 속 정부의 허술한 대책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1일 일본 현지 제보자 유리 히로나카(28·여) 씨는 여성경제신문에 "1.3m의 쓰나미가 관측된 이와테현 쿠지시에서는 약 5000명에게 대피 지시가 내려졌고, 최대 약 600명이 실제로 대피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 기온은 30도를 넘었고 도보로 대피소를 향하던 90세 남성이 열사병으로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갔다"고 했다.

쿠지시 방재위기관리과에 따르면 대피소에는 목을 식히는 ‘넥 쿨러’가 배포되었고 수량 부족은 없었다. 그러나 담당자는 “전체 대피소의 절반가량에는 에어컨이 없다”며 “이동형 소형 냉방기 등의 추가 장비 도입이 필요하다”고 현지 언론에 전했다.

지난 30일 러시아 캄차카 반도 인근에서 발생한 거대 지진과 관련해, 일본 기상청은 31일부로 전국 모든 지역에 발령됐던 쓰나미 주의보를 해제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쓰나미 관련 인명 피해로 사망 1명, 중상 1명, 경상 6명, 경상 여부 확인 중 3명이라고 발표했다. 이와는 별개로 폭염으로 인해 11명이 열사병 증세로 긴급 이송됐다.

폭염뿐만 아니라, 쓰나미 경보 당시 현지 상황은 긴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홋카이도 구시로시의 72세 주부는 ‘쓰나미 주의보’가 발령되자마자 비상식량을 챙겨 가까운 대피소로 향했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식량과 물, 양초 등을 따로 보관해왔다”고 전했다.

같은 시의 음식점 운영자(51) A씨는 “우리 세대는 예전에 구시로강이 쓰나미로 역류했던 걸 기억한다. 흔들림이 크든 작든 주의보가 나오면 곧바로 대피할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진원지에서 다소 떨어진 이와테현 오오츠치초의 미용사(49) B씨는 자택 대피를 선택했다. 스마트폰으로 주의보를 확인했지만 지진의 흔들림은 느껴지지 않아 “오작동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2층으로 물통을 옮기고 상황을 지켜봤으며 “낮은 도로를 지나 대피소로 가는 것보다 집에 있는 게 더 안전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SNS 상에서는 허위 정보가 확인됐다. 재난 정보 공유 수단으로서 SNS의 존재감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잘못된 정보는 자칫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X(구 트위터)에서는 거대한 파도가 해안을 덮치는 영상이 올라왔다. “캄차카 지역 일대에서 4미터의 쓰나미가 관측되었다”는 설명이 달린 영상 조회수는 약 수십만회에 달했다. 이 영상은 과거 재해 당시의 자료를 재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본 구시로시의 22세 회사원 C씨는 “뜻밖에 심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허위 정보인 것을 알게 된 후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고 했다.

재난 정보 전문가인 시즈오카대 우시야마 모토유키 교수는 “주의보와 경보에 따라 대체로 즉각적인 반응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원거리 쓰나미의 위험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지만 특별한 대책보다 기본적인 대피 행동과 비상물품 준비, 고지대 이동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