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뒤덮은 '괴물 폭염'···기후위기 근본 대책은 관심 부족
온열질환 3배·가축 폐사 10배 고기압의 지속적인 열 축적 "화석연료 말고 재생에너지로"
올여름 전국이 '극한 더위'라는 재난에 신음하고 있다. 연일 37도를 넘나드는 폭염은 불편함을 넘어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기에 기후 위기 대응 필요성이 주목된다.
3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전날까지 온열질환자는 총 2615명으로 집계됐으며 사망자는 12명으로 늘었다. 올해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는 이미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가축 피해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누적 가축 폐사는 128만 7694마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돼지는 총 5만 6012마리, 닭 등 가금류는 123만 1682마리가 폐사했다. 양식 어류는 1만 4030마리가 폐사했다.
기록적인 호우로 인한 피해도 여전하다. 지난 16~20일 내린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전날 오후 5시 기준 25명, 실종자는 3명이다. 현재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이재민은 1030명에 달한다.
7월 서울 열대야 일수는 관측사상 가장 많은 21일을 기록했다. 극심한 폭염이 기세를 부렸던 1994년과 같다. 아직 7월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1994년을 경신해 올해가 역대 가장 밤이 더웠던 7월로 기록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최근 열대야가 계속되는 원인에 대해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의 지속적인 열 축적 △남쪽·남서쪽으로부터 고온다습한 공기의 지속적 유입 △남풍·동풍이 소백산맥과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발생하는 공기의 승온효과(푄 현상) △열섬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전에도 있었던 현상이지만 그 강도와 지속성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결국 폭염 사태의 근본 원인은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한 상황에서 국가적 역할이 중요하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폭염 대책과 관련해 "관련 부처에서 국가적 비상사태라는 각오를 가지고 가용인력, 예산, 역량을 총동원해 피해를 최소화해주길 바란다"며 "특히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보호, 추가 농가 피해 예방, 물가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단기적인 처방에 집중돼 있다. '폭염대책기간 조기 운영', '취약계층 보호 강화', '냉방비 지원', '생수 제공', '무더위 쉼터 확대' 등이다. 당장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들은 필요하지만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
기후 위기를 '일시적인 이상기후' 현상으로 취급하고 임시방편으로 대응하는 자세로는 매년 피해를 반복적으로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는 정부와 기업계의 과감한 산업·에너지 정책 전환 등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했다.
환경운동연합 최경숙 활동가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기후위기 대책은 한마디로 '화석연료 쓰지 말고 재생 에너지로 가야한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다"며 "기업들이 여전히 화력 발전소나 LNG 발전소를 해외에 건설하고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사업들을 하고 있다. 말로만 ESG 경영을 선언하는 게 아니라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 발전을 안 할 수 없으니까 정부가 어려운 위치에 놓여 있는데 에너지 전환을 현명하게 해나가는 강한 의지를 갖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해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