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옮기면 추방'···이주노동자 단체, 고용허가제 개편 촉구

외국인 '지게차 괴롭힘' 사건에 단체 기자회견 정부, 제한 완화안 검토 중이나 '부족하다' 지적 권영국 "'장기 체류' 노동허가제로 전환해야"

2025-07-29     허아은 기자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전라남도 나주의 한 벽돌 공장에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가 벽돌과 함께 비닐에 감긴 채 지게차에 매달려 괴롭힘을 당한 사건이 알려지자 관련 단체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기준을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29일 전국 이주·인권단체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보장하는 제도 개편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고용허가제는 노동자에게 사업장 선택권을 박탈하고 사업주의 동의 없이는 재고용이나 이직조차 불가능한 구조”라며 “이는 본질적으로 강제노동이며 사실상 현대판 노예제”라고 규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해당 사건이 공개된 직후 “차별과 폭력은 용서할 수 없는 중범죄”라며 관계 부처에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고용노동부는 ‘고용 1년 또는 4년 6개월 이후 사업장 변경 허용’ 등 제한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인권단체들은 이를 두고 “기존 정부 안보다도 후퇴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등 100여개 단체는 △사업장 변경 제한 전면 철폐 △노동자에게 고용연장 신청 권한 부여 △구직 기간 연장 △송출 브로커 구조 폐지 및 공공기관 송출 전환 등을 제안했다. 이들은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노동허가제로의 전환도 요구하고 있다.

참여 단체에 따르면 한 이주노동자는 산재 치료를 위해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복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를 당했고 또 다른 노동자는 사업장 변경 요청 뒤 임금을 받지 못하고 괴롭힘에 시달리다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국가인권위원회 자료를 보면 이주노동자의 산재 사망 비율은 2010년 7%에서 2019년 12.2%로 상승했다. 활동가들은 “이주노동자들은 폭염에도 단축근무 대상에서 제외되며 생명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고용허가제는 사업주의 고용 편의만을 보장하고 노동자의 권리는 배제하는 제도”라며 “장기 체류·정주가 가능한 노동허가제로 전환이 시대적 과제”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