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證 리포트, '밈'으로 MZ 사로잡는다···"미국 점유율도 너만 갖기"

재밌고 트렌디한 분석 보고서 잇따라 등장 '유노윤호 레슨'·'에어컨 파워냉방' 밈 활용 트렌드 반영해 리포트 조회수·관심도 상승

2025-07-29     서은정 기자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가 재미있고 트렌디한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현대차증권 홈페이지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가 젊은 층에게 인기 있는 밈이나 유행어를 사용하는 리포트를 꾸준히 발간하고 있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일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이건 첫 번째 레슨, (흑자) 좋은 건 너만 알기', '기아-이제 두 번째 레슨, 미국 점유율도 너만 갖기', 'HL만도-멕시코 핫하니까 에어컨 파워 냉방으로 틀어' 등 제목의 리포트를 동시다발로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장 연구원은 현대모비스에 대해 투자의견을 매수로, 목표주가로는 36만원을 제시했다. 기아에 대해서도 투자의견을 매수로, 목표 주가는 12만5000원을 제시했다. HL만도의 경우 매수 의견에 목표주가 5만원을 유지했다.

장 연구원은 평소에도 밈을 활용한 재밌고 센스있는 리포트 제목을 꾸준히 발간해 왔다. HL만도 관련 리포트를 보면 '나는 솔로' 프로그램을 활용한 '부품계의 옥순', 흑백 요리사를 차용한 '개발비 회수가 이븐하게 익지 않았어요' 등이 있다. 이외에도 '오히려 좋아', '수주 구다사이' 등 센스있는 제목을 지어온 바 있다.

이번 리포트 제목에 쓰인 '이건 첫 번째 레슨', '이제 두 번째 레슨' 문구는 그룹 동방신기의 유노윤호가 지난 2021년 발표한 노래 '땡큐'(Thank U)의 가사다.

유노윤호의 두 번째 미니앨범 '누아르'(NOIR)의 타이틀곡 '땡큐'는 온라인상의 냉소와 조롱까지 자신을 성장시킬 자양분으로 삼겠다는 열정 가득한 메시지가 '레슨'이라는 형식으로 담겼다. 

해당 곡은 인터넷 방송인 '룩삼'이 스토리형 뮤직비디오를 소재로 한 콘텐츠에서 다뤘고, 이를 계기로 노랫말과 무대 영상이 SNS 알고리즘을 타고 4년 만에 갑작스레 재조명됐다. 일각에서는 K-자기 계발 곡, 투자에 대한 조언 곡, 멘탈 관리곡 등으로 불리고 있다.

HL만도 리포트에 활용된 밈은 개그맨 김용명의 "잔말 말고 에어컨 파워냉방으로 틀어"다. 김용명은 tvN 코미디빅리그 '나의 장사일지' 코너에서 "나 지금 습하니까 에어컨 파워냉방으로 틀어. 전기세 아낄 생각하지 말고 파워냉방으로 틀어"를 외친다. 해당 밈은 이달 역대급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소환됐다.

그간 증권사에선 전청조 이슈 때 'I am 신뢰에요' 같은 리포트 제목이 투자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바 있다. 당시에도 현대차증권은 밈 트렌드를 적극 활용한 리포트를 대거 내놓았다. 당시 장 연구원은 'EV 수주랑 같이 있으면 I am 탑픽이에요', 'I am 기대치 상회에요', 'I am PER 3배에요. OK… Next Time 주가 반등' 등 이른바 '청조체'를 사용했다. 또 월간 투자전략도 'I am 불확실성'이라는 제목으로 작성했다.

이는 트렌드에 밝은 MZ세대를 겨냥해 투자자와의 거리감을 좁히고, 리포트의 조회수를 높이려는 의도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여성경제신문에 "보고서의 핵심 주제와 내용을 반영한 제목을 고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본지에 "증권사 연구원들이 리포트 조회수 경쟁 때문에 재미있고 트렌디한 제목을 고민한다"며 "제목이 재미있을수록 고객들이 더 리포트를 들여다본다"고 전했다. 

여성경제신문 서은정 기자 sej@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