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더봄] 절은 나를 낮추어 행복을 얻게 되는 행위예요
[김현주의 텐션업 갱년기] 몸의 수행으로 마음이 가벼워지는 108배를 시작했어요
108배를 시작했다. 식구들이 일어나지 않은 이른 아침, 긴 방석을 가져다 놓고 조용히 절을 한다. 마음에 집중하며 한 배 한 배 채우다 보면 어느새 108번째 염주 알 끝에 손가락이 닿는다. 이마에는 땀이 맺히고, 허벅지는 가볍게 당기지만, 마음은 든든하고 머리는 맑아진다.
십여 년 전에도 한동안 108배를 했었다. 그때는 움직이는 몸에 집중하며 절을 했는데, 그것만으로도 정리되는 느낌과 새로운 기운을 얻었던 기억이 있다.
절이란 오체투지의 움직임이다. 몸의 다섯 부분 그러니까 두 손과 무릎, 머리를 땅에 놓으며 스스로를 낮춘다. 이마가 바닥에 닿을 때까지 몸을 내렸다면 손을 뒤집어 편 후 귀까지 올려 부처님과 다른 이들을 존중하는 마음을 표한다. 절은 이렇게 나를 낮추어 주변과 세상을 돌아보는 행위인 것이다.
법륜스님은 몸을 숙이는 것은 마음에 따르는 인간의 표현이며, 무릎을 꿇고 이마를 땅에 댄다는 것은 내가 옳다는 생각을 완전히 내려놨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무릎을 대고 땅에 절을 한다는 것은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내가 옳지 않습니다’를 전하는 일이에요. 심리적으로 보면 내가 옳다는 걸 내려놓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해소됩니다. 스트레스는 내가 옳다고 생각할 때 생기는 것인데, 이것을 버리면 없어집니다”라며 자신 위주로 생각하는 현대인들은 절을 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절을 하면서 수행문이나 기도문을 되뇌며 자기 암시를 할 수 있다면 더 좋다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무의식까지 바꿔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이전과 달리 절을 할 때 유튜브로 ‘백팔참회문’을 틀어 놓는데 이게 무척 즐거운 경험이 되고 있다. 들려오는 백여덟 가지 참회와 감사, 발원의 문구들을 곱씹어 보고 따라 말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하다 보니 자연스레 절을 하는 그 시간이 명상이 되고 있다.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잊고 살아온 죄를 참회하며 절합니다.”, “이 세상 이곳에 머물 수 있게 해 준 모든 인연의 귀중함을 잊고 살아온 죄를 참회하며 절합니다”, “내 생각만 옳다는 어리석음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자연에 순응하면 몸과 마음이 편안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절합니다”, “부처님, 저는 자비로운 마음으로 살기를 발원하며 절합니다.” 나를 돌아보게 하는 진언들에 자연스레 반성하고 정리하고 다짐하게 된다.
얼마 전 대구에 내려갔을 때 팔공산 갓바위에 올라갔다. 산 중턱의 관암사를 거쳐 거기서부터 가파른 1365계단을 올라야 법당 밖 약사부처상인 갓바위 부처님을 만날 수 있다.
갓을 쓴 부처님으로 보이는 이 불상의 공식적인 명칭은 경산 팔공산 관봉 석조여래좌상인데, 치유의 부처님이니만큼 간절한 염원으로 정성을 드리면 소원을 들어준다고 알려져 있어 많은 이들이 쉽지 않은 그 길을 기꺼이 오른다.
나 역시 그런 마음으로 팔공산에 도착했다. 그러나 한 시간 넘게 숨을 몰아쉬며 올라가면서 몸이 힘든 만큼 머릿속 사념은 내려놓게 되었다. 그렇게 욕심과 집착, 미움과 교만 등을 버리게 하려고 이리 높은 곳에 부처님을 모신 것이 아닐까 싶다.
갓바위 부처님 앞에 도착하니 나처럼 어렵게 올라와 머리를 땅에 대고 절을 하는 많은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나를 내려놓으며 마음을 모으는 것이다! 소원을 빌러 오지만 힘들게 올라가 절을 하는 그 과정 동안 나를 돌아보는 수행을 하게 되고, 그 마음으로 부처를 마주하고 발원하다 보니 정말 소중한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108배를 권하는 안내문에 적힌 것처럼 한 배 한 배 절을 한다는 것은 “자기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며, “어제의 나를 뒤돌아보며 기도하는 시간”이고, “그래서 드디어 내가 자유롭고 행복해질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런 마음으로 매일 방석에 오르겠다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져본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주 공공기관인, 전 매거진 편집장 hyunjoo7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