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대미투자 부담 막대한데···李정부 '파업 노동자 배려' 삼중고
민주당 "8월 4일 본회의 통과 목표" 경영상 의사 결정 노조 허락 받아야 野 "이중적 태도 어느 기업이 믿겠나"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대미 투자 패키지를 협상 카드로 제시하려 하지만 여권의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강행 움직임이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의 투자 결정마저 노동조합의 파업 대상이 될 수 있어 협상력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8일 노란봉투법에 대해 "8월 4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파업에 대한 기업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하청 근로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주영 의원은 이날 당정 협의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종 법안 성안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면서도 "법안 내용은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하지만 (전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에 충실하려고 한다"고 ‘원안 유지’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노란봉투법 일부 조항을 1년 뒤 시행하는 내용의 '유예안'을 제시했는데 노동계는 “기존 안보다 후퇴했다”며 반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수차례 노란봉투법 진행 상황을 확인하며 “(법안 처리) 일정을 미루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환노위는 법안심사소위에서 노란봉투법을 심사할 예정이다.
문제는 현재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미국의 요구 수준에 미치지 못해 진통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민관이 총력전을 펼쳐 대규모 투자 약속으로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계 역시 협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이미 발표한 투자 계획 외에 대규모 추가 투자를 내놓는 데에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노란봉투법 개정안의 쟁점은 △사용자 범위 확대(원청 기업의 책임 강화) △노동쟁의 개념 확대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제한 등이다.
특히 경제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노동쟁의’의 개념을 대폭 넓히는 제2조 5호다. 현행법은 노동쟁의 대상을 ‘임금·근로시간·복지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으로 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 부분을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변경해 해석에 따라 기업의 투자 결정, 구조조정, 사업장 이전 등 고도의 경영상 판단까지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 사실상 주요 경영상 의사 결정에 노조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현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상을 타결한 일본 사례를 언급하며 큰 돈을 내면 다른 나라도 관세를 낮출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이 투자를 약속한 금액은 5500억달러(760조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경제인협회 등에 따르면 2016년 트럼프 대통령 1기 이후 삼성, LG, SK, 현대차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한 금액은 이미 1600억달러(220조원)를 넘는다.
노란봉투법 조항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의 요청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대미 투자 규모를 확대하더라도, 노조가 ‘국내 투자 축소’나 ‘해외 자본 유출’ 등을 이유로 이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 주장하며 파업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가 결정될 때마다 국내 사업장이 파업으로 멈춰서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해외 투자를 결정해도 그 자체가 파업의 빌미가 된다면 선뜻 나서기 어렵다”며 “이는 대미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노란봉투법 입법 피해는 고스란히 협력 업체와 중소기업이 떠안게 될 것”이라며 “이재명 정권은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는커녕 기업 때려잡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앞에서는 때리고 뒤에서는 대미 투자 확대를 요구하며 도와달라는 이중적인 태도를 어느 기업이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