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형철의 무대리뷰] 호수 위에 피어난 순수의 선율, 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

음악, 서사, 안무의 삼위일체가 돋보이는 고전 발레의 대표작 예술의전당과 공동 기획 공연

2025-07-27     한형철 초빙기자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는 음악, 서사, 안무의 삼위일체가 돋보이는 고전 발레의 대표작으로, 1877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도 세계 각국의 무대에서 사랑받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과 30여년을 함께 한 이 작품이 예술의전당과 공동기획으로 7월 19일부터 7월 27일까지 무대에 올려진다.

성년식을 맞이한 왕자 지그프리트는 우연히 호숫가에 이르러 마법에 걸려 백조가 된 오데트 공주와 운명적 사랑에 빠진다. 진실한 사랑만이 저주를 풀 수 있다. 그러나 지그프리트는 실수로 오데트가 아닌 악마의 딸 오딜에게 사랑을 맹세함으로써 비극이 완성된다.  

  2막 밤의 호숫가 장면에 연출한 압도하는 느낌의 흑조 군무 /사진 제공=유니버설발레단

이번 유니버설발레단의 공연은 정통 구조 위에 각 무용수들의 섬세한 해석이 더해져 낯익지만 새롭게 피어나는 백조의 환상을 선사했다. 이날 무대에서 오데트 역을 맡은 전여진은 이 작품 데뷔 무대였음에도 불구하고 테크닉과 감정선 모두에서 인상적인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특히 포드브라(팔의 선과 움직임)는 백조의 이미지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극 중 오데트의 고요한 슬픔과 순결한 아름다움을 시적으로 표현했다. 팔 끝의 미세한 떨림 하나까지도 음악과 하나되는 인상을 줄 정도였다.

그녀의 연속적인 회전은 흐트러짐 없이 깔끔했고, 중심축을 완벽하게 유지하며 마치 호수 위를 맴도는 백조의 궤적을 보이는 듯했다. 고난도 동작이 많기로 유명한 <백조의 호수>에서 그녀는 테크닉을 과시하기보다 이를 표현의 도구로 삼아 그 깊이를 고스란히 표현했다. 그녀가 향후 유니버설발레단을 이끌어갈 중요한 얼굴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공연이었다.

지그프리트 역의 이동탁은 수석무용수답게 안정적인 테크닉과 뛰어난 파트너링으로 전여진의 무대를 빛냈다. 오데트와 함께한 파드되(2인무)에서는 두 무용수의 호흡이 완벽히 일치하며, 마치 물속에 잠긴 달빛처럼 은은하고도 맑은 장면을 연출했다. 

군무 역시 유니버설발레단의 강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푸른 달빛이 비치는 신비로운 호숫가에서 펼친 백조들의 정렬된 군무(발레 블랑)도 좋았으며, 작은 백조들의 날랜 발짓에는 관객들의 기분까지 경쾌해졌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이번 <백조의 호수>는 춤이 단순한 테크닉이 아니라 하나의 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공연이었다.

여성경제신문 한형철 초빙기자 donham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