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옥 더봄] 타임라인을 점령 중인 핀터레스트 말차 감성

[홍미옥의 일상다반사] 각종 타임라인을 점령한 MZ세대와 말차의 만남 쌉싸름함에 빠진 이유는?

2025-07-27     홍미옥 모바일 그림작가

보기에도 싱그러운 녹색과 하얀 거품이 한가득 올라간 음료가 구글 타임라인을 점령 중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혹시 말차라떼? 트렌디한 신메뉴도 아니고 어찌 보면 예스럽기까지도 한 말차라떼의 비상이 흥미롭다.

클린걸의 말차라떼라는 키워드가 SNS의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림=홍미옥, 아이패드로 그림

이미지 기반의 아이디어 보드 사이트인 핀터레스트(Pinterest)는 아이디어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다. 사람들에게 관심 있는 사진이나 영상 또는 링크를 ‘핀(Pin)’ 형식으로 모아서 개인 보드에 저장하는 서비스인데 특히 젊은 세대들엔 이미 인기 북마크로 자리매김했다.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트렌드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 글로벌 감성을 이해하기에 편리한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제부턴가 그곳에서 인기몰이 중인 녹색 물결은 다름 아닌, 쌉싸름하면서 고소한 말차라떼다. 특히 파란 눈의 젊은 세대가 말차라떼를 들고 있는 인증사진은 뷰티. 패션·일상의 카테고리에서 인기 주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저마다 반쯤 마시다 만 음료수 컵을 부각하는가 하면 그걸 들고 있는 사람의 네일아트도 말차의 색감으로 꾸며져 있다. 왜? 왜 그러는 걸까?

비밀은 바로 클린걸!

"커피 대신 말차를 마시는 그대는 클린걸! 클린걸의 시작은 뷰티 루틴이지만, 그 끝은 말차라떼다.” 유명 인플루언서의 말들은 말차에 빠진 클린걸들을 한마디로 표현해 주고 있다. 그렇다면 클린걸은 또 무엇일까? 클린걸이라는 단어는 그저 깔끔한 사람을 뜻한 것만은 아니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한 건강한 자기관리 문화를 기반에 두고 있다.

최소한의 메이크업과, 단정한 헤어스타일, 겉치레보다 본질에 집중하는 듯한 느낌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단정하게 손질된 손톱과 깔끔한 액세서리, 그리고 단순하지만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이 그것이다. 더해서 한 손에는 말차라떼가 담긴 투명한 텀블러를 들고 있는 모습이 등장하곤 한다.

자연스러운 패션과 건강한 습관은 세련된 라이프스타일과 패션을 추구하는 MZ들의 요구에 딱 들어맞는 키워드인 셈이다. 물론 보이는 겉모습을 중시하는 세대의 특성일 수도 있지만 많은 SNS를 점령하고 있는 클린걸과 말차의 열풍을 보면 이미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현상이 되는 중이다.

왜 하필 말차라떼?

말차의 원조라고 알려진 일본 교토 우지의 찻집과 식당은 녹차를 기본으로 한 메뉴 일색이다. /사진=홍미옥

말차의 원조는 일본 교토에서 왔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깊게 파고들면 여러 가지 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관점으론 그렇다. 특히 교토에서 조금 떨어진 우지(宇治)는 말차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한참 전, 일본 여행 시 방문했던 우지는 온통 말차의 건강한 색으로 물들어 있던 도시였다. 우리에겐 시인 윤동주의 마지막 소풍 길로 알려진 가슴 시린 도시이기도 하다. 그곳의 작은 식당은 메밀국수와 카페의 아이스크림까지도 건강하고 은은한 녹색이었다.

살짝 예스럽고 심심하던 말차의 색감이 오늘날 클린걸들의 일상을 물들게 할 줄이야, 아무튼 재밌는 일이다.

건강해 보이는 게 중요하다?

말차라떼는 커피보다 카페인이 적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항산화 성분도 많아 건강한 음료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마치 마시는 것만으로도 몸속의 독소가 빠져나갈 것 같은 기대감도 있다.

거기에 더해 전통 차 문화가 가져다주는 고요함과 힐링까지 더해지니, 인스타그램이나 핀터레스트에 딱 들어맞는 느낌이다. 더구나 말차라떼의 자연스러운 색감과 심플한 컵은 미적 감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건 이런 현상 속에 모순이 있다는 거다. 사실 말차라떼의 당류 함량은 꽤 높다고 알려져 있다. '건강'과 ‘클린’이라는 좋은 이미지 뒤에는 알고 보면 무시 못 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이다. '건강해 보이는' 이미지가 중요한 클린걸들에겐 보고 싶지 않은 진실일 수도 있겠다.

말차라떼의 인기에 딸기를 곁들인 고당도의 말차딸기라떼도 인기 음료다. /사진=홍미옥

아주 무더웠던 칠월의 어느 날이었다. 재래시장을 한 바퀴 돌다 보니 피로가 극에 달했다. 눈에 보이는 카페로 들어갔다. 고민할 것 없이 보기에도 달콤한 딸기말차라떼를 주문했다. 고상해 보이는 말차의 색감 아래 발랄한 딸기 빛이 아주 예뻤다. 예상대로 심하게 달았지만, 한여름의 피로를 물리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비록 중년을 지나 노년으로 가는 세대지만 그 순간만큼은 나도 클린걸이 된 기분으로 말차라떼 감성에 푹 빠졌다. 건강해 보이고 싶은 감성을 가진 클린걸이라면, 이미 건강이라는 키워드에 올라탄 미래의 바람직한 소비자라고 봐도 좋지 않을까?

여성경제신문 홍미옥 모바일 그림작가 keepan20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