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온플법 연기됐지만 이견 여전···‘규제냐 자율이냐’ 줄다리기
관세 협상에 온플법 논의 연기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지속 논의 복합비용 구조 무시한 상한제? 배달앱 규제 실효성 논란 확산
이재명 대통령의 10대 대선 공약 중 하나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이 다음 달로 연기됐다. 여기엔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도입 여부가 포함될 것으로 전망돼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에 관세 협상 마감 시한으로 예고된 내달 1일 이후로 논의를 미룬 것이다.
특히 미국 측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시장지배적 플랫폼 기업 사전지정’ 조항은 제외하더라도,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는 법안에 담기는 방안이 여전히 검토되고 있다. 여당과 정부의 강한 추진 의지도 있어 업계에서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온플법 논의를 미룰 것을 제안했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강준현 의원은 “(온플법을 논의) 메시지가 잘못 나가면 혹시 미국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있어 8월 1일이 지나 논의하자고 제안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플법은 국내외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법'과 플랫폼 입점업체 보호를 위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으로 나뉜다. 미국 입장에선 온플법 중 독점규제법의 범위가 구글·메타·아마존·애플 등 미국 기업이 다수 포함될 수 있어 온플법에 대해 반발하는 입장이다.
이에 민주당은 ‘독점규제법’ 논의는 제외하고 ‘공정화법’을 7월 임시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방향을 잡기도 했다. 공정화법에는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수수료 차별금지 등을 논의하기 때문에 미국 빅테크 기업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아 관세 협상에는 지장이 있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모두 온플법에 해당하기 때문에 관세 협상에 빌미를 주지 않도록 유예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온플법과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도입에 대한 논의는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국회 정무위원회는 온플법을 중심으로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도입 여부를 논의 중이며,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주도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도 관련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외식업계가 경기 침체 속에서 경영난을 겪는 가운데, '수수료 상한제' 도입은 음식 배달앱의 수수료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수수료 상한제는 배달앱에서 주문이 발생했을 때 음식점이 부담하는 중개 수수료, 결제 수수료, 배달비 등을 모두 합한 ‘총수수료’의 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자는 내용이다. 현행 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외식업계의 불만이 배경이다. 국내 자영업자 단체들은 수수료 부담이 광고비·배달비를 포함해 사실상 매출의 30~40%에 달한다며 15% 수준으로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를 어디에 포함시킬지에 대해서 부처 간 이견이 갈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제도를 온플법이 아닌 외식산업진흥법에 포함하자는 입장이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배달앱, 숙박앱 등 디지털 플랫폼 전반을 다루는 온플법 안에 상한제를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법에 핵심만 담고 세부 내용은 시행령에 위임하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또한 여야 간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여당은 자영업자 보호하자는 의미로 강력한 규제를 주장하는 반면, 야당 측에선 가격 통제가 시장 질서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등 해외 도시들도 코로나19 이후 배달 수수료 상한제를 시행한 바 있지만 한시 시행하다가 종료했다. 이에 일부 소비자와 업계에서는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제기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음식값 인하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지만, 배달 서비스 품질 저하나 배달비 인상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어서다.
업계는 배달 수수료가 단순한 원가 항목이 아니라, 알고리즘 기반의 매칭 시스템, 고객 응대 인프라, 라이더 보험료 등 다양한 운영비가 포함된 ‘복합 가격 구조’라는 점을 강조한다. 수수료 제한이 도입되면 앱 UX 개선, 빠른 배차 등 전반적인 서비스 질 유지가 어렵고, 결국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플랫폼 기업들은 공정위 주도의 상생협의체를 통해 수수료 체계를 조정해왔다고 설명한다. 현재는 매출에 따라 2~7.8%의 수수료가 적용되며, 최근엔 1만원 이하 소액 주문에 대해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는 방안도 내놨다.
플랫폼 업계는 수수료 상한제가 도입되면 수익성 악화로 투자 축소나 서비스 질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수익 보전을 위해 광고비나 기타 비용이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오히려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수수료를 인위적으로 낮추면 플랫폼이 감당해야 할 운영비용이 줄지 않기 때문에, 서비스 전반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고객 이탈이 생기면 음식 값과 배달비가 다시 오르는 식의 되풀이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엔 ‘배달 수수료’가 본질적으로 원가 기반이 아닌, 데이터 기술과 시스템 운영이 결합된 플랫폼형 수익 모델이라는 구조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상한제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규제보다는 업계 자율 개선을 유도하는 방향이 현실적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한 플랫폼 산업 전문가는 “배달 수수료는 단순한 중개 수수료가 아니라 복합적인 인프라 비용이 반영된 구조”라며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상한제 도입은 플랫폼 비즈니스 자체를 위협할 수 있고, 결국 서비스 품질 저하와 소비자 불편, 자영업자 부담이라는 역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형식적인 규제보다는 시장 논리에 기반한 자율적 개선이 더 실효성 있는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