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시동···민주-국힘 방법론 다른 이유는
與 공공 신뢰 확보 중요시 野 민간 발행에도 개방적
미국이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편입한 상황에서 한국 국회도 관련 법제화에 공감대를 이뤘다. 다만 여야는 어느 쪽에 중점을 두느냐에서 시각차를 보였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관련한 디지털자산기본법, 암호화폐 생태계를 키우는 토큰증권(STO)법·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법 등 ‘디지털 자산 3법’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블록체인업계 출신인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동의하고 있어 입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블코인은 진짜 돈이나 채권과 1 대 1 교환가치를 지니도록 만든 암호화폐다. 지난 18일 미국은 ‘지니어스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였다. 포화 상태에 이른 미 국채의 새로운 수요처이자 달러 사용을 늘리는 도구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결제 속도가 빠르고 수수료도 거의 없어 용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안도걸 민주당 의원이 오는 29일 발의 예정인 ‘디지털 지급결제수단(원화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운영에 관한 법률(가칭)’은 발행 인가 기준을 20억원에서 50억원까지 높이는 방안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의 핵심 가치를 ‘공공성’과 ‘제도적 안정성’에 두고 있다. 화폐의 기능 일부를 수행하는 만큼, 무엇보다 자산 담보의 안정성을 철저히 검증하고 국민이 믿고 쓸 수 있는 공공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의 정합성을 고려한 ‘공공 중심’ 모델을 선호한다. 스테이블코인이 향후 도입될 CBDC 시스템과 충돌하지 않고 보완적인 역할을 하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발행 주체를 엄격히 제한하거나, 발행 과정에 공공기관이 깊숙이 관여하여 리스크를 통제하는 방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중하게 혁신을 수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간 주도의 혁신’과 ‘산업 경쟁력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과도한 규제가 자칫 국내 디지털 자산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개방형’ 모델을 지향한다.
국민의힘이 구상하는 모델은 △국내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해외 활용 확대 △수출 경쟁력 강화 △비은행 핀테크 기업의 발행 참여 허용 등이다. 특히 결제 및 송금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고 있는 핀테크 기업에도 발행을 허용해 새로운 서비스 창출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동시에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금융당국의 엄격한 감독 아래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민간에 발행 권한을 폭넓게 부여하되 사후 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정무위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관련 입법을 준비 중이다.
여야의 입장이 갈리는 이유는 시장과 국가의 역할을 바라보는 철학적 차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시장의 실패 가능성을 항상 경계하며 특히 화폐와 직결되는 금융 영역에서는 국가의 통제가 필수적이라고 본다. 스테이블코인이 민간의 이익 추구 수단으로만 전락할 경우 제2의 ‘테라-루나 사태’처럼 걷잡을 수 없는 금융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따라서 안정성 확보를 위한 국가의 ‘보이는 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의 경우 전통적으로 ‘작은 정부’와 ‘시장 자율’을 중시한다. 혁신은 규제가 적고 민간이 자유롭게 경쟁할 때 꽃핀다고 믿는다. 이런 관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정부가 통제하기보다, 민간 핀테크 기업이 주도해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만들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기회로 본다. 과도한 사전 규제는 ‘미래 먹거리’ 산업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기저에 깔려 있다. 향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어떤 절충안이 마련될지가 관건이다.
전문가는 일정 정도의 규제 필요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조훈 한국금융공학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통화라는 것은 발권력을 국가가 가지고 있는 게 맞다"며 "스테이블 코인의 경우 민간에서 물건을 사고파는데 있어서 신뢰할 수 있는, 가치를 유지하는 통화라 우리나라가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세계 현재 추세가 어떻게 되냐를 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기업의 입장에서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가급적 참여하려고 하겠지만 원리상의 스테이블 코인의 기능을 가지는 것과 실질적으로 어떤 통화로서 유통이 되는 건 다른 이야기"라며 "정부가 제도를 선제적으로 만들어가지고 규제를 좀 할 필요가 있진 않을까 싶다"고 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