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장관 공석인데···與 'AI 교과서 퇴출'법 추진, 업계 혼란

尹 정부 사업 '지우기' 속도 이진숙 낙마로 리더십 부재

2025-07-23     이상무 기자
17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4 인천디지털교육 페스티벌'에서 초등학생들이 AI디지털교과서를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에서 도입된 AI 디지털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장관 공백이 길어지는데 교육부가 정치적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재석 위원 15인 중 찬성 10인, 반대 5인으로 의결했다. 법사위를 통과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조만간 본회의에 상정돼 처리될 예정이다. 최종 의결될 경우 현재 30% 수준에 그친 AI 교과서 채택률이 올해 2학기 또는 내년에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AI 교과서는 첨단 AI 기능을 활용해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도입된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 정책이다. 올해 1학기부터 초등학교 3·4학년(영어·수학), 중학교 1학년 및 고등학교 1학년(영어·수학·정보) 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잘못된 AI 교과서 정책을 바로잡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개정안은 교과용 도서의 정의와 범위를 법률로 명확히 규정하고 '교육 자료'라는 범주를 신설했다. 이에 따라 AI 교과서는 학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활용할 수 있는 교육 자료로 규정된다. ‘교과서’ 지위일 경우 모든 학교에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지만 ‘교육자료’ 지위면 학교 자율에 맡긴다는 차이가 있다.

문제는 교육 정책을 총괄해야 할 수장의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교육부는 리더십 부재 상태에 놓여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이미 AI교과서 도입을 준비하고 활용 중인 학교와 학생, 교사들의 혼란이 불 보듯 뻔하다"며 "학령 인구가 줄어드는데 정치적 논리가 교육 현장의 안정성을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이진숙 후보자는 AI 교과서 도입에 대해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편 바 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AIDT(Artificial Intelligence Digital Textbook) 개발한다고 상당히 큰 예산이 들어갔는데 지금 또 당장 교육자료로 변경하면 혼란이 예상된다"며 적어도 1년의 유예 기간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이주호 장관이 추진했기 때문에, 혹은 정권이 바뀌어서 교과서 자격 여부를 재검토하는 것 아닌가"라며 "문해력이 떨어져서 안 된다는 등의 논리가 지금 이 시점에서 맞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은옥 신임 교육부 차관은 "학부모들의 우려는 잘 알고 있다. 저희가 정치적으로 판단하진 않았다"면서 AI를 반영한 교육자료를 교과서로 두는 것은 "다소 무겁다"고 설명했다. 

거액을 들인 교과서 업체들은 집단소송을 예고했다. AI 교과서 발행사와 교과서 발전 위원회는 지난 11일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헌법소원과 행정소송 등 모든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미 채택 사용 중인 교과서의 지위를 사후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소급 입법 논란과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AI 교과서에는 국비 5300억원 등 2조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됐다. 발행사들은 "인프라만 정부가 했지, 개발비는 모두 발행사들이 부담한 상황에서 (교과서 지위 발탁로) 아예 망하거나, 남아 있는 회사는 구조조정과 고용 축소에 처했다"면서 "AI 교과서의 교과서 지위는 유지하며 이를 토대로 품질 개선과 기능 보완을 위한 법안 수정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