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섭 더봄] 폭염과 폭우 사이 텃밭은 농어촌의 바로미터

[박종섭의 은퇴와 마주 서기] 폭염과 폭우가 대지를 뒤덮으면 농어촌 주민들 시름이 깊어진다 텃밭은 풍작과 흉작의 바로미터 아픔도 기쁨도 마음 함께하게 돼

2025-07-25     박종섭 은퇴생활 칼럼니스트
저녁노을이 지는 텃밭 /박종섭

기상청의 7월 초 일기예보에 따르면, 짧았던 장마가 지나고 본격적 무더위로 혹독한 폭염이 예상된다고 했다. 실제 그렇게 더웠다. 평균 35℃가 넘었다. 40℃에 이르는 지역도 있었다. 아스팔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열 때문에 거리는 걷기도 힘들었다. 얼굴도 화끈거리고 숨을 쉬기도 쉽지 않았다.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진 저수지가 있는가 하면 바짝 말라버린 논바닥도 뉴스에 보도되었다. 이런 더위 속에 아프리카 열대 사람들을 떠올리며 참으려 해도 더운 건 어쩔 수 없다. 한여름 잠시 뜨거운 날씨인데도 견디기 어렵다. 하기야 더운 나라에 살던 사람 중에는 영하 1도만 내려가도 참지 못하고 죽는 사람이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논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는 가뭄 /연합뉴스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점점 더위가 북쪽 지방으로 올라온다고 한다. 바닷물 수온이 1℃만 올라가도 물고기는 약 6℃가 올라간 것으로 느낀다 한다. 21~24℃가 적당한 온도인데 30℃가 되어버리는 꼴이다. 사람으로 치면 사우나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 된다. 수온 상승은 물고기에게 치명적인 것이 되어 집단 폐사로 이어지고는 한다. 가두리 양식장에 죽은 물고기를 바라보는 어민의 근심 어린 모습이 뉴스에 방송되고 있었다.

텃밭 작물도 비상이다. 이런 폭염이 계속되면 작물들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적절한 물 공급이 필수다. 더위에도 잘 버티는 강한 종목이 있는가 하면 며칠만 물이 없어도 약한 종목이 있다.

5일 만에 텃밭을 가보니 안타깝게도 병아리콩이 비쩍 말라 죽어 있었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볕에 견디지 못하고 그냥 주저앉고 말았다. 작년에는 여러 포기 잘 자라 수확까지 했는데 올해는 그마저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고추, 토마토, 가지 등은 그나마 뿌리를 깊고 넓게 내려 무더위에도 잘 버티고 있었다. 폭염이 오기 전 올 장마가 끝나 무더위가 된다고 했었다. 사흘이 멀다고 텃밭을 찾아 물을 주어야만 했다.

수해 현장 /연합뉴스

7월 중순이 되었다. 비 예보가 있더니 거의 일주일 내내 비가 내렸다.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는 50~150mm 이상, 경기 남부에는 최대 200mm 비가 내린다고 했다. 7월 20일까지 전국에 폭우가 내렸고 최소 14명이 숨지고, 10명이 실종되었다.

특히 경남 산청군은 집중된 폭우로 사상 초유의 전 군민 대피령까지 내렸다. 산청에는 지리산 329.5mm, 삼장면 274.5mm가 내렸고 누적 강수량도 720.5mm로 나타났다. 집중폭우로 토사가 주택가를 덮쳐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도로, 주택, 차량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산청에서는 1년 총강수량이 1500mm 정도인데 사나흘 동안 그의 절반인 800mm가 내렸다고 했다. 더구나 지난 3월 산청-하동 지역 화재로 나무가 소실되는 바람에 흙이 무너져 더욱 피해를 키웠다고 한다. 곡식을 심은 농토도, 살고 있는 주택에도 토사가 밀려들었고 이상기후 현상은 곳곳에서 나타났다.

텃밭도 기후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박종섭

텃밭도 이제 가뭄이 아니라 폭우를 걱정하게 되었다. 비록 크지 않은 면적이지만 날씨에 따라 어떠한 피해가 발생하는지 농사의 바로미터가 되는 듯하다. 가뭄이 들면 우리 밭을 포함 전국의 가뭄 지역은 농작물이 가뭄 피해를 본다. 작물이 바짝 말라 죽거나 수확량이 떨어진다.

비가 너무 많이 와도 토마토를 비롯하여 오이, 고추, 가지 등의 열매에 물이 차 터지거나 곯아떨어진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농부들은 얼마나 가슴이 아프고, 하늘을 원망할까 싶기도 하다. 그들은 한번 잘못되면 1년 농사를 망치는 일이다. 날이 더워 수온이 올라가 물고기가 폐사하는 어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먹고사는 모든 것에는 자연의 혜택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늘 하늘에 감사하고 겸손한 마음을 갖는다. 조그만 텃밭을 하는 것은 식탁에 올리는 식재료에 국한하지 않는다. 자연에 감사한 일이고, 우리의 먹거리를 위해 일하는 어민과 농민 모두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일이다. 아무쪼록 농어민 모두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용기를 냈으면 한다.

여성경제신문 박종섭 은퇴생활 칼럼니스트 jsp107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