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롯데 신동빈, 與野 상법 개정 동맹 유탄 맞나···신동주의 'L 프로젝트' 연장선 시각도

자사주 방패 제거시 경영권 장담 못해 신동주, 日 법원에 1322억 소송 제기 정치권 입법 공세에 외국 자본 그림자 지배구조 왜곡·승계 차질 우려 확산 롯데 “주주환원 강화” 주장도 안 통해

2025-07-22     이상헌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서울 소공동 그룹 본사로 출근해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합세해 밀어붙이는 이재명 정부의 상법 개정이 롯데그룹 경영권 지형을 흔들 변수로 급부상했다. 롯데지주가 27%대의 높은 자사주 비중으로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해온 만큼 법제화가 현실화되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방어벽이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최근 신동빈 회장과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상대로 140억 엔(약 1322억 원)대 손해배상 주주대표소송을 일본 법원에 제기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산업은행장 출신 민유성 전 행장을 앞세워 전관 로비 공작(일명 L프로젝트)까지 벌였던 그가 정치권의 자사주 소각 드라이브를 새로운 우군 삼아 롯데 경영권 탈환에 나서는 모양새다.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이자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로 호텔롯데는 다시 롯데지주의 지분을 보유한 구조다. 이 때문에 일본 롯데홀딩스에서의 지배권 변화는 한국 롯데그룹 경영권 방정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신동주가 일본 소송에서 발판을 마련하면 한국 내 경영권 구도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며 “광윤사를 무기로 한 일본 측 움직임이 신동빈 회장의 국내 방어전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롯데지주는 2017년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취득한 자사주 덕분에 신동빈 회장이 13%의 낮은 개인 지분율에도 그룹 지배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정치권이 10% 이상 자사주 보유 기업에 대해 소각 의무화를 추진하고 나서면서 신 회장의 방패막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특히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내 반기업 극좌 성향의 의원들이 앞다퉈 자사주 소각 기한을 6개월~3년으로 못 박는 개정안을 발의해 롯데지주를 정조준하는 형국이다.

일본의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 같은 상황을 롯데홀딩스 종업원·임원 지주회를 설득하는 레버리지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이번 소송에서 신동빈 회장의 도덕성을 문제삼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 공여 사건과 롯데쇼핑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전력을 부각시켰다. 재계에서는 “자사주 소각이 신동주에게 임직원을 설득할 명분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의 입법 공세 뒤에는 환차익을 노리고 증시에 진입한 외국 자본을 등에 업은 주주행동주의 세력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최근 논평에서 “자사주 매각을 통해 우호지분을 늘리고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방식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명시한 개정 상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자사주를 보유할 경우 소액주주 소송 리스크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

롯데지주는 지난달 30일 보유 중인 자사주 5%(1476억 원 규모)를 롯데물산에 매각했다. 그룹 측은 재무구조 개선과 신규 사업 투자 목적이라며 일부 자사주는 이미 소각 조치를 진행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섰다고 강조했지만 행동주의 세력은 주주가치 희석으로 몰아붙이며 전량 소각을 강요하고 있다.

롯데그룹을 둘러싼 자사주 소각 이슈는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제약을 걸고 있다.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은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지분 0.02%를 매입하며 승계 작업을 시작했지만, 자사주란 방어막이 사라진다면 정상적인 승계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핵심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배구조를 정비해 그룹의 안정성을 높이려는 경영권 승계는 시장이 평가해야 할 문제”라며 “자사주 소각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강제하면 총수 일가의 자금 부담만 키워 기업의 장기 전략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송언석 원내대표가 여당에 백기를 들면서 퇴로가 사라진 점이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롯데 측은 "현금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병행해 주주환원율 35% 이상을 달성하겠다”며 정책 이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치권의 입법 압박과 사법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경영권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