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In] 정상 회담보다 중요한 것: 이재명 정부의 관세 협상 과제
[신율 칼럼] 지지율 지나친 자신감은 금물 행동으로 친중 아님 입증해야 대한민국 미래 직결되는 문제
지난 7월 18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자체 정례 여론조사(7월 15일부터 17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재명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은 64%로 나타났다. 지난주 대비 1%P 상승한 결과다.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온갖 의혹이 제기되었음에도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한 것이다. 대통령실이나 여당은 이러한 결과에 상당히 고무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지나친 자신감은 금물이다. 인사청문회에서 의혹이 제기되었음에도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했다고 해서 여론에 신경 쓰지 않고 모든 사안을 독단적으로 추진해도 된다는 식으로 상황을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더욱이 이재명 대통령 앞에는 수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 회담을 조속히 추진해 관세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타당한 지적이다. 하지만 정상 회담을 개최했는데 우리에게 유리한 결론이 도출되지 않는다면 회담 개최의 의미 자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질 수 있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이 넘게 지났음에도 한미 정상 회담이 성사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역대 정권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러한 우려는 그리 적절하지 않다. 역대 정권의 첫 번째 한미 정상 회담 개최 시기를 보면 윤석열 정권은 출범 이후 11일 만에 문재인 정권은 정권 출범 51일 만에 박근혜 정권은 집권 71일 만에 각각 미국과 정상 회담을 가졌다. 이명박 정권은 취임 54일 만에 노무현 정권과 김대중 정권은 각각 79일 105일 만에 김영삼 정권은 정권 출범 136일 만에 한미 정상 회담을 가졌다.
이러한 과거 사례를 고려할 때 이재명 정부의 한미 정상 회담 개최 시기가 유달리 늦어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부족하다. 이런 주장을 제기하는 이들은 미국이 이재명 정부의 친중적 성격을 문제 삼고 있다는 논리를 전개하지만, 이 역시 성급한 판단이다. 외교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국가 지도자의 구체적 행위와 그 행위의 결과이지 과거의 발언만으로 우려를 제기하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이재명 정부는 행동으로 친중이 아님을 입증하면 된다는 것이다.
다만 정권 출범 이후 한미 정상 회담 개최 시기가 근래 점점 단축되는 추세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정권의 첫 번째 정상 회담 개최 시기가 앞당겨지는 이유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이 한국과의 정상 회담을 서둘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현재는 왜 정상 회담이 지연되고 있을까?
미국은 일단 관세를 통해 친중 대 반중의 진영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고 판단해 한미 정상 회담을 서두를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 지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재 미국이 추구하는 세계질서는 친중 대 반중의 구도이기 때문에 우리가 반중이라는 확실한 인상을 주는 것이 관세 협상에서 핵심적 요소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품목별 관세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서는 해당 품목과 관련하여 미국에 일정한 '선물'을 제공해야 한다.
어쨌든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실패한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필연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이 대통령은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자신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을 취사선택해야 한다.
한마디로 정상 회담을 조기에 개최하든 그렇지 않든 관세 협상의 결과에 따라 이재명 대통령은 비판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식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말이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지금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믿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