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만 키운다고 끝이 아니다···시니어 금융 '응대' 보다 '설계'가 핵심

케이·카카오, 시니어 전용 모드 확산 토스, 시니어 UX 오인지 사례 분석 앱 설계와 병행한 현장 교육 확산

2025-07-18     박소연 기자
고령층의 디지털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인터넷은행들이 맞춤형 앱 설계와 상담, 현장 교육까지 다각도로 대응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모바일뱅킹이 보편화되면서 시니어 고객을 위한 금융 접근성 개선이 금융권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은 상담 채널과 화면 구성 등에서 맞춤형 기능을 도입해 왔지만 여전히 일부 시니어 고객에게는 모바일 환경이 쉽지 않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시니어의 실제 사용 경험을 반영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인터넷은행의 시니어 대상 서비스 확대는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고객군 자체의 재정의와도 맞닿아 있다. ‘도와줘야 할’ 대상이 아닌 ‘이해하고 응답해야 할’ 주체로 고령층을 인식하며 서비스 구조 전반을 이들의 감각에 맞게 다시 설계하려는 시도가 일부 사례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디지털 채널이 주력인 인터넷은행일수록 시니어의 금융 접근성을 확보하는 일이 더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로 여겨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케이뱅크는 만 65세 이상 고객을 위한 전용 콜센터를 개설해 상담 연결 시 느린말 서비스와 버튼 없는 ARS 연결 기능을 기본 제공하고 있다. 전화 기반 상담을 선호하는 시니어 고객의 특성을 반영해 주말에도 콜센터를 운영하며 시니어 전용 상담번호는 앱 내에서 해당 연령 고객에게만 노출된다. 케이뱅크에 따르면 시니어 고객 문의의 약 30%는 예적금 관련으로 전체 평균 대비 두 배 수준이며 체크카드 문의도 8%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대출 관련 문의는 전체의 절반인 15% 수준에 그쳐 이에 맞춘 상담 인력 배치와 응대 매뉴얼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금융위원회 산하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와 함께 금융사기 예방 교육을 진행 중이다. 올해는 고전극 '춘향전‘을 각색한 연극형 콘텐츠를 통해 보이스피싱과 스미싱 유형, 예방법을 전달했다. 오는 10월까지 약 5개월 동안 수도권에 위치한 10개 노인복지기관을 방문해 65세 이상의 고령층 1000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마련한다.

단순 응대 차원을 넘어 앱 사용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시도도 확대되고 있다. 케이뱅크는 고령층 고객을 위한 ‘간편 홈’ 모드를 도입해 꼭 필요한 정보만 노출하고 가독성을 높인 화면 디자인을 적용했다. 신분증 인증 단계에서는 이미지 예시와 촬영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으며 시니어 전문상담 직원이 원격으로 모바일뱅킹 사용을 도와주는 체계도 마련돼 있다.

카카오뱅크 역시 2018년부터 고령 고객 전용 전화상담을 운영해왔으며 간편 홈 모드에 글씨 크기 확대와 보이스피싱 대응 콘텐츠를 함께 제공하는 등 모바일 사용 편의성을 강화하고 있다. 50대 이상 고객 비중은 2018년 10%에서 올해 26%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본지에 “큰 글씨, 큰 버튼 등으로 가독성과 접근성을 높였으며 고령자뿐 아니라 금융 취약자 등 연령과 관계없이 계좌 보유 고객이라면 누구나 간편 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시니어 고객을 단순히 ‘응대해야 할 대상’이 아닌, 직접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고 이해하는 사용자’로 대우하려는 방향성으로 해석된다. 다만 시니어의 감각과 해석 구조를 금융서비스 전반에 반영하려는 시도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인터넷은행들이 앱 구조를 조정하고 상담 채널을 보완하는 가운데, 토스는 시니어 사용자의 해석 패턴을 분석해 디자인 개선에 나서는 등 고령층 맞춤 설계에 대한 민간 플랫폼의 접근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박서현 토스코어 UX 리서처가 작성한 ‘시니어 사용자가 어려워하는 UX 5가지’ 보고서에 따르면 시니어 대상 사용성 테스트(UT)를 진행한 결과 젊은 세대와 다른 해석 패턴을 보였다.

예시 이미지의 금액을 실제 잔액으로 오해하거나 화살표 버튼을 클릭 가능한 요소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례, 예시 캐릭터의 동작을 따라 하려다 얼굴 등록에 실패하는 사례 등이 나타났다. 질문형 문장은 ‘정보 안내’가 아닌 ‘내가 답해야 하는 질문’으로 받아들여졌고 화면 하단 콘텐츠가 드러나지 않으면 스크롤시도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토스는 시니어 사용자들의 오인지 맥락을 고려해 이상적인 개선 방향을 담은 솔루션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각 팀과 협업해 질문형 버튼 문구를 지양하는 등 디자인 문구를 조정하고 진입점이 명확히 보이도록 리스트형 레이아웃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직관성을 높였다. 또 시니어 사용성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전사에 공유하며 시니어의 인지 방식과 사용 행태를 고려한 서비스 설계의 중요성을 조직 내부에 확산시켰다.

디지털 전환이 빨라질수록 고령층은 정보 격차에 자연스럽게 노출된다. 시니어 고객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그에 맞는 ‘이해 기반’ 금융 설계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단순히 안내방식을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시니어의 언어와 인지 구조에 맞춘 절차 설계, 이용 흐름, 화면 구성까지 반영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개별 기업의 전략을 넘어 금융업권 전반에서 함께 보완해야 할 과제로 제기된다.

최근 한 현장 교육에서는 강사가 모바일뱅킹 앱 사용법을 직접 시연하며 설명하는 장면도 확인됐다. 앱 설계와 병행해 이해를 돕는 대면 교육이 이뤄질 때 고령층의 디지털 금융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르포] "불안하지 않아서 더 좋아요"···보안부터 짚은 시니어 금융교육

오영환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여성경제신문에 "모바일뱅킹은 고령층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데도 활용 경험이 부족해 어려움을 느끼는 것일 뿐"이라며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금융교육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자 크기 확대나 직관적인 구성 등을 통해 고령층도 모바일 환경에 더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