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준 더봄] 치과에 갔을 때 대접받으려면

[전승준의 이(齒)상한 이야기] 치과에서 쓰는 용어 잘 알고 계신가요? 잘 알면 더 좋은 상담이 가능합니다

2025-07-18     전승준 (소아치과)치과의사

치과에 오시는 환자분들과 대화하다 보면 종종 이런 표현을 듣습니다. “충치가 심해서 이빨을 뺐어요.”, “풍치가 와서 잇몸이 많이 내려앉고 이가 흔들려요.”, “어금니를 금으로 때웠는데 점점 다시 아파요.”

사실 이 말들은 우리 모두 치과 밖의 사회에서 일상 흔히 쓰는 표현이긴 하지만 의학적으로 권장하는 정확한 단어는 아닙니다. 환자분들이 치과에 내원하셔서 표현하시는 단어들은 치과 의료진에게 그분들의 '치과 IQ'의 지표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회차에는 치과와 관련하여 자주 사용되는 '속어'들과 그에 대응하는 '정식 명칭'을 알려드리려 합니다. 이 용어들을 정확하게 알고 치과에서 의료진들과 상담할 때 사용하신다면 대화가 훨씬 더 자연스러워지고, 치과 의료진들이 환자를 좀 더 세심하게 봐드릴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는 치과 질환과 관련하여 속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치과를 방문하였을 때는 정확한 의학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의료진과 대화를 자연스럽게 나누는 방법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먼저, ‘이빨’과 ‘이’ 그리고 ‘치아’입니다. ‘이빨’은 보통 동물의 치아를 가리키거나, 구어체에서 거칠게 표현할 때 쓰는 단어입니다. 반면, ‘이’나 ‘치아’는 사람의 이를 가리키며, ‘치아’가 보다 정확한 의학용어입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이빨 닦자’라고 하시는 것보다는 ‘이 닦자’라고 하시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고 좋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치아 닦자’라고 하는 것이 맞지만요.

그다음은 ‘충치’와 ‘치아우식증’입니다. 워낙 충치란 단어가 자연스럽게 널리 쓰이고 있기 때문에 딱 잘라서 그 단어를 쓰지 않고 ‘치아우식증’이란 단어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자로 충치란 단어의 뜻이 벌레 충(蟲)과 치아 치(齒)를 써서 벌레가 치아의 속을 파먹는 것 같다고 해서 생긴 이름인데, 현대 과학으로 연구된 바로는 그 벌레라는 것은 박테리아이고, 그 박테리아의 대사산물로 나오는 강산(acid)에 의해 치아의 단단한 구조가 녹아서 파괴되는 질환이므로 그 어휘는 걸맞지 않습니다. 정확한 이름을 알고 나면 질병의 원인, 치료와 예방에도 훨씬 더 관심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다음에 또 많이 사용되는 일반적인 단어가 ‘풍치’입니다. 이는 잇몸이 내려앉고 이가 흔들리는 질환을 예전 전신질환 중 하나를 지칭하는 표현인 풍이 든 것 같다고 느낀 것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이의 정식 용어는 ‘치주질환’이라고 표현합니다.

치아를 지지해 주는 뼈가 녹고 잇몸이 손실되는 이 질환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어 방치되기 쉬우므로 발견을 너무 늦게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치주질환’ 이야말로 아무런 불편감이 없어도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야 조기 발견할 수 있어서 정기검진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 치과 치료 중에 많이 하는 치료인 ‘신경치료’라는 어휘는 ‘근관치료’가 정확한 용어입니다. 치아우식증이 심해져서 결국 치아 내부의 혈관과 신경조직에 염증이 생겨서 이를 처치하는 술식입니다. 신경과 혈관은 치아 내부인 ‘근관’ 내에 들어있고 이 안이 감염되어 염증이 생겼을 때 이를 제거하고 내부를 깨끗이 소독하여 생체친화적인 재료로 메우는 치료로서, 신경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든 신경을 제거하는 치료인 것입니다.

그 외에도 치아우식증이 생겨서 구멍이 생겼을 때 이를 ‘때운다’라는 말은 ‘충전 치료를 받는다’, ‘금니’는 ‘금으로 만든 크라운’, ‘사랑니’는 ‘제3 대구치’,‘주걱턱’은 ‘하악 전돌증’, ‘틀니’는 ‘의치’, ‘이 뽑음’은 ‘발치’ 등 우리 생활에서 사용하는 여러 용어가 실제로 치과 의료진들이 사용하는 용어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치과 질환과 치료에 관한 정식 명칭을 알면 받게 되는 치과 치료의 의미와 과정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정식 명칭을 안다고 뭐가 좋냐고요? 그 단어의 의미를 더 잘 알 수 있기 때문에 받게 되는 치과 치료의 의미와 과정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치과 진료의 과정이 고통스러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알아가는 과정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치료받는 환자분들이 굳이 치과 전문용어를 모두 꼭 외우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올바른 권장 용어를 조금씩 익혀가는 것만으로도 치과 의료진과의 의사소통이 훨씬 더 풍부하고 부드러워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작은 표현 하나의 차이가 그 치과의 의료진 모두의 시선을 바꾸어주고, 더 가깝게 이어줄 수도 있습니다.

다음에 치과에 가실 때에 본인의 상태를 “충치가 있어서 때웠어요”라고 표현하는 것보다는 “치아우식증이 있어서 충전 치료를 받았어요”라고 말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여성경제신문 전승준 (소아치과)치과의사 pedojun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