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경쟁 노출?···골드만삭스도 감으로 보고서 쓴다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춰 기술적 우위로 HBM 독점 깨기 어렵고 삼성전자도 한참 뒤쳐지는데 가격 경쟁?

2025-07-17     이상헌 기자
미국의 한 번화가에 설치된 골드만삭스 광고판. /여성경제신문DB

골드만삭스가 SK하이닉스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잇따라 낮추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지배구조를 고려하면 우려는 과도하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의견 조정은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추상적 근거에 기대고 있어 전문성을 둘러싼 의문까지 제기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전날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했다. 보고서는 “2026년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가격결정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후발주자의 추격과 엔비디아의 협상력을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앞서 미래에셋증권과 대신증권 등 국내 증권사도 SK하이닉스에 대한 낙관론을 거둬들였다. 미래에셋은 “내년 하반기부터 SK하이닉스의 시장 점유율이 59%까지 하락할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췄다. 이 결과 SK하이닉스 주가는 장중 9% 가까이 급락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HBM 시장의 구조적 현실을 간과한 해석”이라는 반론이 적지 않다.

우선 SK하이닉스는 현재 서방세계 HBM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후발주자로 따라붙고 있으나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초고성능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SK하이닉스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HBM은 인공지능용 GPU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엔비디아 역시 이러한 구조를 잘 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는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공생관계”라며 “가격 협상력이 일부 이동하더라도 기술력에서 비롯된 하이닉스의 우위가 흔들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내년 출시 예정인 HBM4가 변수로 꼽히지만 이 역시 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한 반도체 전문가는 “HBM3E에서 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성과를 냈듯HBM4에서도 미세공정 안정화 속도에서 경쟁사를 앞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달 초 엔비디아가 미국 상무부로부터 H20 GPU의 중국 수출 라이선스를 확보한 점도 SK하이닉스에는 호재다. 해당 GPU에는 SK하이닉스의 HBM3E가 탑재됐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재개로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 컨센서스가 상향될 수 있다”며 “SK하이닉스의 공급량 확대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가격결정력에 대한 논란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해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HBM 공급은 단순한 가격 게임이 아니라 품질과 수율 경쟁”이라며 “SK하이닉스가 확보한 기술격차를 후발주자가 단기간에 따라잡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 등이 제기한 시장 점유율 감소 우려도 근거가 부족하다. 하이닉스의 점유율이 일부 낮아지더라도 경쟁사들이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입증하기 전까지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들이 거래 비중을 대폭 바꿀 가능성은 낮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의 주가 조정은 과도한 매도 심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HBM 시장은 아직 초기 성장 단계”라며 “장기적으로 SK하이닉스의 지배력이 유지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주가가 70% 상승했다. 이는 시장이 하이닉스의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을 인정한 결과다. 골드만삭스를 포함한 일부 IB의 우려는 HBM 시장의 성장성보다는 경쟁 심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만 HBM 기술 난이도와 생산 안정성을 고려하면 시장의 현실은 ‘다른 얘기’라는 평가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