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빈의 유통톡톡] 자사앱이 배달앱보다 비싸다?···BBQ·bhc·교촌 앱 비교해보니
소비자 최종 결제 금액은 배달앱이 더 저렴 자사앱, 15~20% 중개 수수료 없어지는 구조 상시 할인 혜택 부족, 자사앱 이용 유인 낮아 “수수료 부담 없으니 소비자 혜택 더 높여야”
‘먹고, 마시고, 입고, 바르고, 보는' 모든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유통가 뒷얘기와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비재와 관련된 정보를 쉽고 재밌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주]
최근 국내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자사앱을 적극 키우고 있습니다. 기존의 배달앱은 가맹점주들의 수수료 부담이 커 이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각사마다 자체 주문앱을 만든 것인데요. 하지만 정작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미미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자사앱 회원들을 모으기 위해 각종 이벤트를 펼치고 있지만, 상시 할인 혜택이나 실질적인 가격 경쟁력은 오히려 기존 배달앱보다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요.
그래서 본지는 BBQ, bhc, 교촌치킨 등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3사의 자사앱과 배달의민족 등 기존 배달앱을 비교 분석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최종 결제 금액은 대체로 자사앱이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선 BBQ 자사앱에서 인기 메뉴인 황금올리브치킨을 주문해봤습니다. 메뉴 가격은 2만3000원, 배달비 3000원으로 총 결제금액은 2만6000원이 나왔습니다. 회원가입 시 최초 제공하는 웰컴쿠폰 1000원 2매는 중복 사용이 불가해 1000원만 할인 받을 수 있었습니다. 즉 쿠폰을 적용해도 2만5000원인 셈이지요. 단, 결제금액의 2%를 적립 포인트로 제공했습니다.
배달의민족에서도 똑같은 메뉴를 주문했습니다. 배달의민족 앱에서 BBQ의 황금올리브치킨을 주문할 시 메뉴 가격은 2만3000원으로 동일했습니다. 배달료는 가맹점마다 상이하나 대체로 무료(알뜰배달)~2000원선(한집배달, 가게배달)이 많아 가장 저렴한 옵션인 알뜰배달을 선택했을 때 최종 결제 금액은 2만3000원이었습니다. 이처럼 배달 옵션을 달리해도 자사앱보다 저렴했습니다. 또한 최근 BBQ가 이벤트 중인 BBQ 바르샤 할인 2000원까지 배달의민족 앱에서 적용돼 최종 결제 금액이 2만1000원까지 내려갔지요.
bhc 자사앱에서는 콰삭킹 순살을 결제했습니다. 메뉴 가격 2만3000원과 배달비 3000원을 더해 최종 결제 금액은 2만6000원이었습니다. bhc앱에서는 매장 선택이 가능했는데, 가까운 매장일 경우 배달비 3000원, 거리가 먼 매장인 경우 배달비가 4000원까지 올라갔습니다. 다만 앱 가입 후 첫 주문 시 사용할 수 있는 멤버십 3000원 할인쿠폰을 적용하면 2만3000원에 결제가 가능했지요. 이 쿠폰은 중복 사용이 가능해 BBQ 자사앱의 웰컴쿠폰보단 조건이 나았습니다.
배달의민족에서도 동일 메뉴인 bhc의 콰삭킹 순살을 결제해봤습니다. 다만 배달의민족 앱에서는 메뉴 가격이 2만5000원으로 자사앱보다 가격이 높았습니다. 배달료는 가맹점마다 근소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알뜰배달 선택 시 무료거나, 한집배달 1000원, 가게배달 3000원이었습니다. 무료 배달 선택 후 배달의민족에서 한시 제공 중인 bhc 할인쿠폰 4000원까지 적용하면 최종 결제 금액은 2만1000원이 됐습니다.
교촌치킨 자사앱에서는 허니콤보를 시켰을 때, 메뉴 가격 2만3000원에 배달비 2000원을 더해 총 결제 금액이 2만5000원이었습니다. 교촌치킨앱도 매장 선택이 가능했고, 매장별 배달비 차이를 먼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체로 근방 1㎞ 내외 매장의 경우 배달비는 2000원이었고, 2㎞가 넘어가면 3000원~4000원이었지요. 자사앱 중에서는 타사 대비 배달비가 가장 저렴하게 느껴졌습니다. 어느 매장을 선택해도 주로 2000원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지요.
배달의민족 앱에서도 교촌치킨의 동일 메뉴를 시켜봤습니다. 허니콤보 메뉴 가격은 2만3000원으로, 배달의민족에서는 알뜰배달 무료가 가능해 최종 결제 금액이 2만3000원이었습니다. 같은 매장이어도 자사앱과 배달앱에서 주문할 때 배달비에서 다소 차이가 있었습니다. 배달의민족 앱에서 알뜰배달로 주문하면 무료배달이거나, 한집배달 시 1000원, 가게배달 시 2000원이나 3000원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사앱과 같은 매장에서 주문한다고 가정했을 때, 배달의민족 앱에서는 무료 배송이 가능했는데, 자사앱에서는 배송비 2000원이 붙었지요.
이처럼 3사 모두 자사앱보다 배달의민족 앱에서 결제할 경우 최종 결제 금액이 더 저렴했습니다. 물론 통신사 할인이나 그 외 다른 할인 쿠폰을 적용하면 자사앱에서도 저렴하게 결제할 수 있겠으나, 같은 메뉴, 같은 매장, 한시 제공 쿠폰 제외 시 상시적으로 봤을 때는 배달의민족 앱에서 주문하는 것이 더 저렴했지요. 자사앱은 초기 가입 쿠폰이나 포인트 적립 등을 제공하나, 쿠폰 중복 사용 제한이 있거나 메뉴가 비싸고 적립률이 결제 금액의 1~2%로 미미해 소비자 혜택은 크게 느끼질 못했습니다.
자사앱에서는 배달앱에서 발생하는 15~20% 수준의 중개 수수료가 사라지는 구조임에도 소비자에게 별도의 배달비 할인이나 상시 쿠폰 혜택을 제공하지 않아, 자사앱 이용 유인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지요. 더군다나 각 사의 앱을 따로 설치해야 하는 점도 번거롭게 느껴졌습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가맹점주의 수수료 부담을 줄이겠다며 자사앱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 메리트가 없다면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사앱이 배달앱보다 가격이 비싸거나 할인 혜택이 부족하다면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배달앱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고, 결국 점주의 수익 개선이라는 본래 취지도 무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소비자와 점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지 않는 한, 자사앱 강화 전략은 ‘도루묵’에 그칠 공산이 큽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사앱 주문은 배달앱 수수료 부담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자사앱에서도 동일한 배달비를 받는 건 사실상 본사 수익성 보전을 위한 이중이득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자사앱 이용률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지요.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수수료 없는 자사앱에서 배달비를 그대로 받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자사앱 확대 전략이 진정으로 점주를 위하는 것이라면 그 혜택이 소비자에게도 전달돼야 할 것입니다.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할인과 혜택 없이 단순히 수수료 절감 효과만 강조한다면 자사앱은 외면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전략이 보여주기식에 머문다면 자사앱은 활성화는 커녕 소비자 불만만 키우게 될지도 모릅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