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주 더봄] 7월, 음악을 만지는 가장 완벽한 방법을 떠올리다

[권혁주의 Good Buy] 스트리밍 시대에 ‘앨범’을 소장하는 의미 뉴진스의 음악에 투영한 익숙한 위로와 시대 감성

2025-07-16     권혁주 쇼호스트
뉴진스의 How Sweet & Bubble Gum 앨범 /권혁주

7월. 여름이 짙어져 간다. 때로는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어서는 폭염이기도, 때로는 하늘에 댐이라도 무너진 듯 비가 퍼붓기도 하는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일주일 새에도 수차례 반복된다. 여름은 약동하는 계절이다. 어느 계절이건 걸맞은 음악이 있겠지만, 7월의 약동을 닮은 음악이 얼마 전 우연처럼 귓가에 다시 내려앉았다. 바로 뉴진스의 <Supernatural>이었다.

뉴진스(New Jeans)는 2022년 7월 데뷔한 대한민국의 아이돌이다. BTS를 배출한 기획사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Ador)'에 의해 결성된 5명의 걸 그룹이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소녀시대, 엑소, 에프엑스 등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성공을 거둔 민희진이 프로듀싱을 맡아 기대를 모았고, 옆집 소녀 같은 이미지로 1990년대~2000년대를 연상시키는 음악을 선보이며 Kpop 아이돌로서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대중의 인기를 고루 받았던 그룹이다.

계절의 리듬과 너무나 잘 맞는 뉴진스의 음악을 오랜만에 들으니 흥이 절로 남과 동시에 문득 아련해졌다. (모두가 알다시피) 뉴진스에 얽힌 여러 법적, 사회적 이슈가 뉴진스의 노래를 기약할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90년대 음악을 표방하며 2022년~2024년을 평정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정도로 대단했)던 뉴진스 신드롬은 마치 90년대 서태지, 김건모, H.O.T처럼 ‘영웅담’이 되었다. 쓰고 보니 더 아련해진다. 불과 1년 전까지 한창인 가수였는데 말이다. 

1년 전, 뉴진스의 음악에 열광했던 마지막 때를 돌이켜본다. <Bubble Gum> <How Sweet> <Supernatural>로 이어졌던 작년 이맘때 뉴진스의 행보는 아이돌 음악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나름 장르 음악을 선호하여 음악적 콧대가 높은) 30대 남자인 나조차도 반응하게 했고, 심지어 실물 CD 앨범을 사게 만들었다.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자주 듣는 모습은 익숙해도 앨범을 사는 경우는 흔치 않은 요즘 같은 시절에 나는 대체 왜 뉴진스의 앨범을 샀던 걸까? 아니 무엇을 소장하고 싶었던 걸까?

뉴진스의 앨범을 구매한 모습 /권혁주

요즘은 음악을 접하기 편한 세상이다. 온갖 스트리밍 플랫폼에는 음원이 넘쳐나고, 내 취향의 음악들을 AI 알고리즘이 나보다도 더 심도 있게 이끌어준다. 유튜브에는 오래전 공연 영상들까지도 검색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다.

어언 40년을 살아온 나에게 음악은 그동안 ‘다가가고픈 로망’이었는데, 이 시대의 음악은 ‘주어진 환경’이다. 스크롤 사이로 흘러가는 데이터, 그게 이 시대 음악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니까 내가 뉴진스의 실물 앨범을 돈을 주고 샀던 이유는 나아가는 기술 앞에 뒷걸음질 치는 낭만을 붙잡아두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던 것이다. 

뉴진스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이상하게 기시감이 들었다. 1990년대를 통과한 세대인 내가 90년대 음악에서 느꼈던 ‘무언가 비어있다’는 감각을 뉴진스의 음악에서 느꼈기 때문이다. 데뷔곡인 <Attention>을 처음 들었을 때, 후렴의 ‘You got me looking for attention’에 기교 없이 소리를 길게 빼는 부분이 놀라울 만큼 엉성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노래 한 곡 작은 부분에서도 무엇 하나 보여주려고(특히 아이돌 음악일수록) 하기 마련인데 ‘이렇게 비운다고?’ 하는 감각에 경외를 금치 못했다. 

그 이후에 나온 <Ditto>는 아예 노스텔지어 감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비어 있음’을 위시했던 <Attention>의 자리에 뉴진스가 대중에게 각인하고 싶은 감성을 ‘채워 넣었다’. 그 이후로 뉴진스가 보여준 여러 가지 색깔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Ditto>에서 <Bubble gum>으로 이어지는 복고풍의 감성이 가장 좋았다. 

뉴진스의 음악은 과거와 현재를 기묘하게 교차시켰다. 가장 마지막에 발매한 <Supernatural>은 노골적으로 ‘J-POP 리바이벌’을 선언하며 일본 문화가 밀려들던 그 어떤 시절들을 자동으로 소환했다. 익숙한 듯 낯설고, 낯선 듯 위로가 되었던 뉴진스의 ‘시대 감성’은 30대 후반 남자 고객의 지갑을 열기에 충분한 동기였다. 

30대 남성으로서 나는 이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세대’다. 청춘은 멀어졌고, 어른이 되었다는 실감은 낯설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현실과 낭만 사이에서 아직은 어딘가에 온전히 깃발을 꽂은 느낌이 들지 않는 내가 뉴진스의 앨범을 샀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책장을 스윽 보니 브라운아이드소울, 김동률, 이적, 다이나믹듀오, 손열음, 조성진, 홍광호, 제프 버넷, 보이즈투맨 그리고 몇 장의 재즈 앨범들이 꽂혀 있다. 이제 여기에 뉴진스의 앨범이 한 장 추가된다. 

뉴진스를 향한 지극한 팬심이냐, No. 실물 CD라는 물건의 실용(아주 비싼 오디오 플레이어로 청음을 즐기겠다든지)이냐, No. 내가 뉴진스의 음악을 실물로 소장하기로 한 건 온전한 ‘낭만’이다. 한때를 기억하고 싶은 소박한 마음. 언젠가 뉴진스의 음악이 그리워지면 이 앨범을 꺼내어 볼 것이다. 잊고 지낸 감각이 손에서 다시 피어날 순간이다. 

여성경제신문 권혁주 쇼호스트 kwonhj100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