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의대생 전원 복귀로 '일단락'···'500일 갈등' 타임라인
정원 확대 발표 이후 전공의 집단 사직 의대생 수업 복귀는 '의정 대타협' 계기
2024년 2월 6일 윤석열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로부터 약 500일이 지난 현재 2025년 7월 12일, 의대생 전원이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의대 정원 사태’가 일단락됐다.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오후 8시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국회 교육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의협과 함께 발표한 ‘의과대학 교육 정상화를 위한 공동 입장문’을 통해 “국회와 정부를 믿고 학생 전원이 학교에 돌아감으로써 의과대학 교육 및 의료체계가 정상화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휴학한 이후 공개석상에서 복귀 의사를 처음 밝힌 것이다.
의정 갈등의 시작…정원 ‘2000명’ 발표로 촉발
2024년 2월 6일, 정부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00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의 수요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지역의료 활성화와 필수의료 인력 확충이 명분이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를 “졸속 정책”이라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월 13일 집행부 총사퇴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2월 20일부터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며 병원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전국 주요 대학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 운영에 차질이 발생했고, 정부는 22일 보건의료재난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상향했다.
수업 중단, 외래 축소…의료현장 ‘멈췄다’
이후 의료현장은 사실상 멈춰 섰다. 전공의뿐 아니라 교수진까지 단체행동에 나서며 수술·외래 진료를 축소했고 의대생들도 수업 거부에 돌입했다. 2024년 3월 정부가 추가로 받은 증원 신청 규모는 3401명에 달했으며, 같은 달 20일에는 최종 배분안이 공개됐다. 서울 주요 대학에는 정원이 배정되지 않았고 비수도권 지역에 대다수가 집중됐다.
하지만 의료계는 “지역 편중은 근본 대책이 아니며, 의료 질을 희생한 숫자 맞추기”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대 증원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정책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의료계와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정부 ‘한 발 물러서기’…1509명으로 증원 조정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자 정부는 수습에 나섰다. 4월 19일 “의대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증원 인원의 50~100%를 모집 가능”하다는 유연한 입장을 밝혔고 5월 2일 최종 증원 인원을 1509명으로 축소 조정했다.
하지만 의료계 반발은 잦아들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에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지만 6월 기각됐다. 교수와 전공의들은 복귀 시점을 미루며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없이는 교육 정상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의료현장 충격파…적자·경영난·폐업 우려까지
현장의 충격은 컸다. 전공의 이탈이 길어지며 수도권 대학병원 상당수는 경영난에 직면했고 한 대학병원은 3개월간 1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PA간호사와 외국인 의사 도입,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등을 추진했지만 의료계는 “대체 불가능한 인력을 임시방편으로 메우는 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1년 이상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을 경우, 전문의 배출이 중단되고 임상강사까지 단절되는 ‘의료 대붕괴’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0년 투쟁의 기억…의대협, 다시 전면에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당시 국시 거부 사태의 후유증이 남아있던 의대생들은 이번에는 보다 조직적인 투쟁에 나섰다. 2020년 이후 비상대책 체제를 유지하던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4년 만에 임시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투쟁 체계로 전환했다.
의대생들은 전국 의과대학별로 “정원 확대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전면 철회 전까지 수업 복귀는 없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2024년 11월까지도 수업이 재개되지 못했고, 학사일정은 사실상 중단됐다.
의정, 국회 중재로 극적 합의…복귀 선언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은 가운데 의대생 복귀를 선언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2025년 7월 12일, 의대협·대한의사협회·국회 교육위 및 복지위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학생 전원이 학교에 복귀해 의학 교육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복귀 시점은 ‘가급적 빠르게’라는 원칙만 제시됐고, 구체적인 일정은 학교별 협의로 넘겨졌다. 정부는 의대생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보호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고 전공의 수련 재개를 위한 실무 협의체도 구성키로 했다.
여전히 불씨 남아…전공의 복귀는 ‘미지수’
의대생 전원의 복귀로 사태는 일단 봉합됐지만 전공의 문제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상당수 전공의는 수련을 포기하거나 진로를 변경했으며 의료계 내부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김민수 한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복귀를 선언한 학생들도 다시 강의실에 들어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진정한 의료 정상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은 공동 입장문을 통해 "전 정부가 계속해서 해왔던 학사 유연화와 달리 압축이나 날림이 없이 제대로 교육을 받겠다라는 뜻"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서는 "학사 일정 정상화를 통해 의대생들이 교육에 복귀할 수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해달라"며 "전 정부의 무리한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의료현장의 복구와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당사자들의 참여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국회와 의협은 "전공의 수련 재개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며 "이해당사자들과 함께 실무 논의 단위를 신속히 구성해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국회 교육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대한의사협회의 ‘의과대학 교육 정상화를 위한 공동 입장문’ 전문.
의과대학 교육 정상화를 위한 공동 입장문
지금 대한민국 의료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독단과 정책 실패가 만들어낸 참담한 결과입니다. 충분히 사회적 합의를 거치고 신중하게 추진했어야 할 의료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끝에, 결국 의료공백이라는 사회적 재난 상황을 초래했습니다.
그 결과 목숨을 잃지 않아도 될 국민이 의료공백 속에서 생명을 잃었고, 수많은 환자와 가족들이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사태가 더 장기화될 경우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의사를 길러낼 교육의 터전이 더욱 망가진다면, 대한민국은 돌이킬 수 없는 의료 붕괴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반드시 이 사태를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지금 의대 교육이 멈춘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국민께 약속드립니다.
△ 의대협은 국회와 정부를 믿고 학생 전원이 학교에 돌아감으로써 의과대학 교육 및 의료체계 정상화되도록 힘쓰겠습니다.
△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교육의 정상화를 적극 지원하며, 의료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책임 있는 논의를 지속하겠습니다.
△ 국회는 의대생들의 교육 정상화 방안이 조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 복귀한 의대생들이 불이익이나 불안을 겪지 않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충분한 보호조치를 함께 마련하겠습니다.
이어서, 대통령님과 정부에 두가지 사항을 공식적으로 건의드립니다.
첫째, 학사일정 정상화를 통해 의대생들이 교육에 복귀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주십시오.
둘째, 전 정부의 무리한 정책으로 인해 초래된 의료 현장의 피해 복구와 중장기적인 교육 및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당사자들의 참여를 보장해 주십시오.
전공의 수련 재개도 더 이상 늦출 수 없습니다. 국회, 의료계는 이해당사자들과 함께 실무 논의 단위를 신속히 구성하여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우선의 가치입니다. 의대생 학사 정상화를 시작으로 국민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의료 정상화의 길을 열어주시길 간절히 호소드립니다.
2025. 7. 12.
국회 교육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