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취약계층 쓰러지는데···국회는 전기요금 감면법 줄줄이 방기

빈곤·노년층 냉방시설 열악 한전 수익 우려론에 부딪혀

2025-07-11     이상무 기자
폭염이 계속되는 11일 서울 남산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시내 모습. 사진 속 높은 온도는 붉은색으로, 낮은 온도는 푸른색으로 표시된다. /연합뉴스

극심한 더위로 의식을 잃는 사람이 속출하는 가운데 국회는 그동안 여름마다 폭염 대책 법안을 다수 발의했지만 극히 일부만 통과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쪽방촌과 같이 냉방 시설이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는 빈곤층은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으로 폭염 피해를 호소했다. 민원 접수는 예년 대비 늘었다. 또한 지난해 기준 온열질환자는 65세 이상 노년층이 전체 환자의 30.4%를 차지했다.

이에 22대 국회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취약계층 등에 대한 전기요금을 감면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해 6월 발의했지만, 아직도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박용갑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발의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재난 수준의 폭염·혹한 등이 있는 경우 전기판매사업자가 전력요금의 100분의 30 이상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대한 비용을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 내용을 담았지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회부만 된 상태다.

아울러 지난해 7월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은 폭염 시 전기요금 감면의 근거 및 감면대상자를 법률에 규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달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폭염 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대상자 구분 없이 전기요금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두 법안 모두 계류 중이다. 

전기요금 감면 법안은 2016년 20대 국회에 이어 2020년 21대 국회 때도 발의됐지만 번번이 폐기됐다. 이유는 대부분 재정 부담이다.

국회 산자위 전문위원은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취약계층 전기요금 감면법에 대해 "한국전력의 수익 악화 및 경영 자율성에 대한 제약으로 연결될 우려가 있는 사안이므로 개정안과 같이 전기요금 감면 사항을 법률에 명시하는 것은 한전의 경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정책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 밖에도 2018년 11월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폭염 등 재난 발생 시 지방자치단체 청사의 유휴 공간 등을 일시대피시설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폐기됐다. 

‘체감온도 33도 이상 시 2시간 이내 20분 이상 휴식 의무화’를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지난해 9월 통과됐다. 이는 올해 6월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규제개혁위원회가 중소·영세 사업장 부담을 이유로 고용부에 재검토를 권고하면서 미뤄졌다가 이날에서야 재심사 후 가결해 다음 주부터 시행된다.

해당 법안 사각지대에 놓인 근로자도 있어 추가 입법 필요성이 제기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여성경제신문에 "이제 여름의 초입에 있다. 더불어 법적 근로자가 아닌 배달라이더, 택배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폭염이 지속된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CJ대한통운 택배기사 3명이 분류작업과 택배 노동 후 차량이나 집에서 휴식 중 사망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