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핫스팟] "당신 자녀만 소중합니까"···‘학원 픽업’이 만든 교통지옥

아이 기다리는 차량, 매일 밤 도로 한 차선 점유 왕복 4차선 중 사실상 편도 1차선으로 운영 단속 피해 반복 정차…주민 불편은 계속된다

2025-07-11     김현우 기자, 김정수 기자
서울 마포구 대흥로 학원가에서 밤마다 학부모 차량이 불법 정차하며 자녀를 기다려 도로 한 차선을 점거, 교통 혼잡이 반복되고 있다. 단속은 실효성이 낮고 주민 불편은 계속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학원생의 하원을 기다리며 2차선 2차로에 불법 주정차를 하고 있는 차량 모습.  /김현우 기자

"본인 자녀들만 생각하고 주민 불편은 외면하는 일부 몰상식한 부모들 때문에 매일 밤 스트레스예요."

서울 마포구 대흥로 학원가 일대가 하원 학생을 데리러 온 부모들의 불법 주정차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문제의 구간은 강변북로에서 빠져나와 대흥역 3·4번 출구 방향으로 향하는 대흥로 왕복 4차선 도로다. 오후 9시부터 11시 사이, 이곳에서 자녀를 기다리는 학부모 차량이 한쪽 2차로 중 바깥 차로를 점거해 사실상 편도 1차로 통행만 가능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흥로뿐만 아니라 마포구 일대가 학원 하원 학생 대기 차량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여성경제신문이 마포구 일대 학원가를 직접 현장 취재한 결과, 일부 차량은 비상등을 켠 채 운전자가 탑승해 정차하고 일부는 아예 차를 이중 주차한 채 자리를 비우는 경우도 있다. 주변 학원가의 수업 종료 시간과 맞물려 수십 대의 차량이 동시에 대기하면서 일대 교통 흐름이 정체되고, 인근 주민들은 밤마다 반복되는 혼잡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강변북로에서 빠져 대흥역 3·4번 출구 방면으로 향하는 마포구 대흥로에 학원 하원 차량이 밤마다 불법 주정차하며 한 차선을 점거, 주민들이 반복되는 교통 혼잡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구글지도

특히 대흥로의 경우 왕복 4차선 도로인데다, 편도 2차선의 한 차선을 불법 주차해 해당 차선 통행을 막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해당 차량들을 상시 단속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것. 이에 대해 마포구청 주차관리과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대흥역 4번 출구에서 서강대 방향 쪽은 학원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2번 출구에서 공덕역 방향은 학원이 몰려 있어 저녁 시간대 차량 정체가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무서 쪽은 학원이 거의 없지만, 밤에는 학부모 차량으로 인해 2차선 도로 중 한 차선이 막히는 상황이며, 태영아파트 인근 학원도 같은 양상”이라고 했다.

이어 “대흥역 양방향 백범로 구간은 예전부터 학원 셔틀버스 민원이 많았고, 이 문제가 거의 7~8년간 이어지고 있다”며 “셔틀 외에도 자가용 차량이 많다. 일부 학원은 셔틀을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직접 차량으로 아이를 데리러 온다”고 했다.

단속 실효성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단속을 나가면 셔틀 차량 안에 운전자가 있어 우리가 다가가면 바로 출발 준비를 하기 때문에 과태료를 부과하기 어렵다”며 “주로 저녁 7시부터 10시 사이에 학생 이동이 집중되는데, 이 시간대에 하루 두 차례 현장을 방문해 단속하고 있지만, 단속 이후 차량들이 다시 돌아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차 시간 제한에 대해 그는 “도로교통법상 정차는 5분 이내로 제한돼 있고 운전자가 차량에 없을 경우에는 주차로 간주해 과태료를 부과한다”며 “해당 구간에는 CCTV도 양방향 끝에 한 대씩 설치돼 있어 10분 이상 정차 시 자동으로 촬영돼 단속으로 이어지며, 실제로 5분 이상 머무는 차량도 자주 발견된다”고 말했다.

주민 불편 해소를 위한 선제적 단속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불법 주정차 단속은 민원이 들어오면 순차적으로 나가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다만 백범로 구간은 민원이 없어도 지시사항에 따라 저녁 시간에 두 번 현장에 나가고 있다. 학원이 많은 지역이라 마치는 시간이 각기 달라 특정 시점에 상시 대기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마포구는 불법 주정차 민원이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강남 다음으로 많다. 특히 평일 저녁에 집중되기 때문에 단속 인력이 다른 지역 민원을 처리한 뒤 백범로 쪽으로 이동해 단속하고 있다. 하지만 단속 인력이 부족해 한 곳에 장시간 머물면서 상시 단속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효성 낮은 단속과 반복되는 정체에 대해 주민들은 근본적인 개선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인력과 행정적 여건의 한계로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마포구 소재 A 학원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따로 학부모들에게 불법 주정차와 관련해 사전 안내는 드린 바 없다”면서도 “인근 중형 및 대형 학원 문제인데, 아이들이 밤에 통행할 때 불편함을 겪는 것은 맞다. 다만 늦은 밤인데다 자녀의 안전 대비 문제로 하원을 돕는 부모를 강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인근 주민 B 씨는 여성경제신문에 “과한 부모의 욕심으로 인해 주민이 고통을 겪을 필요는 없다”면서 “대흥동은 저녁에도 유동 인구가 적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 문제로 매번 주민의 교통난을 무시해가며 자녀를 차에 태워 하원을 돕는 건 과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