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칼럼]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의 도입 가능성은?
[김필수의 Car톡] 물리적 사고의 주범, '페달 오조작' 국산화는 아직 '그림의 떡' 일본 사례 참고해 신속한 도입 필요
지난해 7월 서울시청 앞에서 발생한 대형 자동차 사고 이후 자동차 급발진 문제와 고령운전자 문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두 사안은 여전히 진행형 이슈로 언론 보도에서도 이 두 문제를 혼동하거나 섞어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고령운전자의 급증에 따라 대안으로 주목받는 긴급자동제동장치나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를 급발진 예방장치로 오해하는 사례도 있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자동차 급발진을 ‘예방’할 수 있는 장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급발진 가능성을 ‘감소’시킬 수 있는 기술적 방법이 일부 존재할 뿐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장치가 바로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다. 한국을 포함한 고령운전자 사고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국가들에서는 다양한 대응책이 논의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실효성 있는 대안이 이 장치다.
실제로 고령운전자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은 페달 오조작이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구분하지 못하고 밟는 경우가 많으며 사고 후에도 어떤 페달을 밟았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일부는 면피용으로 ‘급발진’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는 운전자가 잘못된 페달을 밟을 경우, 브레이크가 자동 작동하여 차량을 정지하거나 서행시키는 장치다. 실질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지 수단이다.
현재 이 장치는 고령운전자 사고의 유력한 대안으로 정부와 지자체에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장착 시 일부 비용을 보조하는 방식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관련 장치의 도입과 장착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작사가 신차에 해당 장치를 적용할 가능성은 있으나 현재는 대부분 긴급자동제동장치에 국한되어 있고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는 현대차의 경형 SUV 모델인 ‘캐스퍼’에만 장착되어 있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애프터마켓용 장치가 국내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 차량에 장착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도 없다. 즉, 의지는 있으나 실제 실행할 수 있는 수단은 없는 상황이다. 그림의 떡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참고해야 할 모범 사례는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20여 년 전 고령사회에 진입하며 고령운전자 사고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었고, 1314년 전부터 정부 차원에서 애프터마켓용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에 대한 인증체계를 마련했다. 이를 기반으로 중소기업들이 다양한 장치를 개발했고 지금은 일본 내 대부분 차량에 호환 가능한 장치들이 존재한다. 가격도 25만~30만원 수준으로 전국 어디서나 장착이 가능하다.
고령자 소유 차량 대부분이 신차가 아닌 중고차라는 점도 중요하다. 이들 차량에는 첨단 안전장치가 거의 없다. 따라서 애프터마켓용 장치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일본은 이미 인증받은 다양한 장치를 매뉴얼화해 보급하고 있으며 지자체의 보조금 지원 등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수십 년간 준비해 온 일본 사례는 이제 막 시작하는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처럼 장기적인 준비를 할 여유가 없다. 하루라도 빨리 한국형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 우선 일본 제품과 매뉴얼을 참고하고, 필요 시 수입해 국내 차량에 장착해 본 후 한국형 모델을 개발·보급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일본 제품은 매뉴얼이 잘 정리되어 있어 이를 벤치마킹하기에 최적이다. 또한 고령사회 대응과 관련한 일본의 제도와 운영 방식은 우리에게 유익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고령운전자 사고를 줄이기 위한 정책 도입 과정에서는 조급함보다는 국민적 공감대와 현실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단계씩 준비해 나가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제도를 입법화하거나 도입하려 할 경우, 오히려 국민적 부담만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이럴 때일수록 냉정하고 객관적인 자세로 선진국 사례를 제대로 참조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우선 정부와 제작사, 중소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나 위원회를 구성해 기존 노후 차량에 장착 가능한 애프터마켓용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이후에는 장착과 보조금 지급 등 실질적 확산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대표적인 모범 모델은 단연 일본이다.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와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한국수출중고차협회 등 여러 자동차 협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세계인명사전(미국) 후즈 후 인 더 월드 (Who's Who in the World)에 2000년부터 2020년까지 21년 연속 등재됐다. 현재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