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주거 언제 숨통 트이나···전세사기 대책 나오지만 여전히 불안 이유는

시장 안정성·주택 품질 고려 필요 취임 한 달 李 정부 행보 지켜봐야

2025-07-10     김민 기자
지난 3월 5일 서울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등이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전세사기특별법 연장과 추가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이 청년 주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을 더 확보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월세 시장의 구조적 불안과 주거 환경 문제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못 받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취임 한 달 차인 이재명 정부의 행보는 지켜봐야 한다는 태도다.

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발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청년 주거 문제는 지난 2023년 전세사기 문제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 3월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전세사기 피해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가 누적 2만7000명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에 해당하는 30대 이하 청년층 비중은 전체의 4분의 3을 차지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국토교통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토지주택공사(LH), 금융권과 조만간 본격적인 논의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배드뱅크'(부실채권전담은행) 방식의 해결법을 모색하고 있으며 가장 유력한 방법으로 LH가 피해 물건을 건건이 매입하는 것에서 벗어나 금융기관들과 채권 협약 등을 통해 일괄 정리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는 해당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임재만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LH 매입은 경매 과정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불안정한 상태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배드뱅크가 선순위 채권을 사서 경매를 하지 않겠다고 집에서 쫓겨날 위험은 없어지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세사기 피해의 예방을 위해서는 전셋값의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전세는 집값 변동 때문에 생긴 피해가 크다"라며 "전셋값이 집값의 일정 비율 이하로 설정돼야 한다"라고 했다. 주택 담보 대출 시 70%의 비율을 두는 것처럼 전세도 비율을 두고 집주인의 부채 역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국정위)가 이날 전세사기 발생 시 최우선변제금을 받을 수 있는 소액 임차인의 보증금 기준을 현행 '최초 근저당 설정일'에서 '전세사기 피해 발생 이후 현재까지'로 확대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아직은 정책의 발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청년 세입자 연대인 민달팽이유니온의 김가원 사무처장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그동안 전세사기 특별법이 제정 및 개정되고 국세징수법과 국세기본법이 개정되는 등 제도가 일부 개선된 점은 있다"라면서도 "아직 매우 부족하다. 피해를 바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실효성 있고 즉각적인 구제책과 더불어 주택임대차 시장의 관리 감독을 강화할 수 있는 예방책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이 전세사기 구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의견도 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지난해 22대 총선을 앞두고 전세사기 피해 구제 외에도 △세입자 권리 보장 △임대주택 품질 기준 도입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요구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시장 거래 안정성과 주택 품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지웅 전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사장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최근 전세 사기 문제가 대두되면서 임대차 시장의 불공정 문제와 관련된 관심이 커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불공정 문제를 잘 푼다면 청년들의 주거 환경도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권 전 이사장은 "청년들의 80%가 전월세로 살고 있기 때문에 전월세 시장의 거래가 안전하고 구할 수 있는 주택이 쾌적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전세사기를 비롯한 청년 주거 문제에 관한 정부의 태도에는 "지난 정부의 경우 전세 자금 문제에 소극적으로 접근했었다"라며 "예방 조치도 정부 차원에서 주도한 바가 없었다"라고 비판했다. 다만 현 정부에 관해서는 이제 한 달인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태도다.

전세 사기 외에도 청년 주거 문제의 종류는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과중한 주거비 부담 △비적정 주거 환경 (위반건축물 등) △전세사기와 보증금 미반환 △임대인과의 분쟁 △부당한 중개 관행 △부족한 주택임대차 정책 △임대주택 님비 등을 꼽을 수 있다. 정치권이 강조하는 청년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책의 속도와 범위 모두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