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을까···ETF 제도화 논의 본격화
입법·인프라 병행돼야 실효성 확보 가능 수탁체계·투자자 보호가 상품화 관건
가상자산(암호화폐)을 주식처럼 간편하게 사고팔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국내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비트코인을 기초로 한 상품이 정식 승인된 이후 기관투자자 유입 통로로 작동하며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견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유사한 방식의 투자 경로를 제도권 안에 편입하자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국정 과제로 떠올랐다.
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업계는 가상자산 ETF가 제도권에 편입되는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질적인 상품화까지는 수탁 인프라와 운영기준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ETF는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의 줄임말로 여러 자산을 묶은 펀드를 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예컨대 ‘코스피200 ETF’는 국내 대표 주식 200개의 지수를 따라가며 ‘미국 S&P500 ETF’는 미국 주요 대형주 500개의 흐름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금처럼 특정 실물자산 하나를 기초로 하는 '현물 ETF'도 있으며 이는 실제 자산을 운용사가 보유하면서 해당 자산의 가격 변동을 그대로 반영한다. 투자자는 실물을 직접 소유하지 않더라도 증권계좌를 통해 해당 자산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국정기획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에서 가상자산 ETF 도입 방안을 하반기 중 마련하고 설정·수탁·운용·평가 등 관련 인프라와 투자자 보호장치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입법 차원에서도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가상자산을 금융투자상품의 기초자산으로 활용되도록 하고 신탁업자도 디지털자산을 수탁 및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신탁업자가 가상자산을 외부 가상자산사업자에게 보관·관리하도록 맡길 수 있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필요한 요건과 절차를 구체화해 투자자 보호 기준을 명확히 했다. 또한 가상자산을 기초로 한 파생상품이 장외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해 금융상품 구성의 폭을 넓혔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상품 개발 기회를 확보해 국내 ETF 시장의 다양성과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가상자산은 여전히 높은 가격 변동성을 갖고 있어 ETF라는 형식을 빌렸다고 해도 투자자 보호에 대한 우려 또한 여전하다. 특히 외형상 제도권 금융상품으로 인식되면서 일반 투자자들이 안정적 상품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관 주체가 자산운용사가 아닌 외부 가상자산사업자가 될 경우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점도 정책 설계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익명을 요청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본지에 "가상자산은 시장에서 하나의 자산군으로 자리잡았고 ETF는 이를 제도권 안에서 다룰 수 있는 현실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며 "제도화는 가상자산을 공적 규율 아래 편입시키는 상징적 계기지만 단순히 허용하는 수준을 넘어 인프라와 감독체계까지 포함 통합 설계가 이뤄져야 시장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상품화로 이어지기 위해선 이를 뒷받침할 입법과 함께 수탁 인프라, 보관·운용 책임체계 등 제도 기반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국회 입법, 기술적 인프라 구축, 운영 기준 마련 등 구체적 실행 조건이 충족돼야 제도화의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 확보 역시 정책 취지를 뒷받침할 핵심 요소로 꼽힌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