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2.0] (43) ‘소유권 있어야 설치 가능?’···노인복지주택 설치 기준 현장 혼선
시행규칙 제16조와 별표2 해석 충돌 논란 ‘소유권 vs 사용권’ 요건 달라 사업자 혼란 민간 PFV·리츠 실버타운 진출에 제도 장벽 정부 해석·정비 지연 시 투자 위축 우려 커져
노인복지주택 설치 시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지, 아니면 임대차 등 사용권만으로도 가능한지를 두고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내 해석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복지 수요 확대에 따라 민간 자본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정부 정책과 달리, 정작 설치 요건에 있어선 과도한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민간 업계 전반에서 제기되고 있다.
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문제의 핵심은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제16조 제1항과 동 시행규칙 제17조 별표2의 ‘시설기준’이 서로 상충된다는 점이다.
먼저 제16조는 ‘노인복지주택의 설치 신고’를 위한 서류로 토지 및 건물의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제출을 명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른 건축물 대장, 등기부등본 등의 첨부가 요구된다. 이 조항만 보면 사실상 설치자가 해당 부지 및 건물을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요건으로 해석된다.
반면 같은 시행규칙의 별표2에서는 ‘노인주거복지시설의 시설기준 및 직원배치기준’ 중 ‘시설 설치의 특례’ 항목에서 “사용권” 확보만으로도 설치가 가능하다는 문구가 존재한다. 법조계와 행정 실무자들 사이에서도 이 부분을 두고 “제16조는 허가 요건이고, 별표2는 기술적 기준”이라며 적용 범위를 달리 해석하고 있어 법령 해석에 있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법 구조는 장기임차 구조의 실버타운 사업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투자회사(리츠)나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등이 노인복지주택 및 실버타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한데 이들은 대부분 토지 소유가 아닌 사용권 기반의 개발 방식을 택하고 있다. 투자 안정성과 유동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적 선택이다.
문제는 시행규칙 제16조의 ‘소유권 증명’ 요건이 이런 투자 구조와 충돌하면서 개발 초기단계부터 행정절차 지연 혹은 사업 무산 사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복지부 위탁 운영 경험이 있는 민간 실버타운 사업자는 여성경제신문에 “PFV 방식은 통상적으로 토지를 소유하지 않고 사용권만 확보한다”며 “그런데 설치 신고 단계에서 소유권 증명을 요구하면, 시장 진입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구조”라고 했다.
정부 차원의 명확한 유권해석은 아직까지 제시되지 않고 있다. 과거 일부 복지부 실무 부서에서 “시설 기준상 사용권만 있어도 가능하다는 점은 인정된다”는 수준의 유선 안내가 있었지만 이는 행정해석 이상의 효력을 가지지 않는다. 공식적인 법령 개정이나 해석 고시가 없는 상황에서는 지자체마다 달리 적용될 가능성도 크다.
서울 시내 한 구청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실제 설치 신고가 들어오면 조문 해석을 두고 내부 검토를 수차례 반복해야 할 정도로 애매하다”며 “사업자에게 불필요한 행정적 리스크를 주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장기적으로 노인복지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기조와 현행 법령이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건강한 노인을 대상으로 한 ‘케어형 실버타운’이 각광받는 가운데, 관련 시설 대부분이 민간 자본 유치 및 임대 기반 개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어 법령상의 제약이 정책 의도 자체를 무력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복지부·국토부 협의 하에 일부 지자체는 민간 사업자의 사용권 확보 조건 하에 설치 요건을 유연하게 적용한 사례도 있다. 다만 일관된 가이드라인이 없어 지방정부별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사용권을 확보한 사업자에 한해 설치를 허용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행정법 전문 변호사는 여성경제신문에 “시행규칙 간 해석 불일치는 명백한 입법 기술 오류에 가깝다”며 “시행령 개정 또는 유권해석 고시를 통해 ‘장기임대 포함 가능’ 문구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