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씨 뿌리고 솎아내기' 정책 역습···韓 완성차 시장에 '불똥' 튀나
2030년 中 전기차 브랜드 15개만 생존 전망 흑자 내는 업체 BYD, 리오토 등 3곳에 그쳐 독일 매체선 '의심스러운 판매 방식' 지적도 "中 내수 포화, 韓 완성차 업계 피해 불가피"
중국 전기차 산업이 심각한 과잉 경쟁으로 수익성 악화와 줄도산 위기에 직면했다. 현재 129개 전기차 브랜드 중 90% 이상이 2030년까지 수익을 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며 생존 가능한 브랜드는 15개 미만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잉 공급 해소를 위한 해외 덤핑 공세까지 이어지며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자동차 산업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7일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알릭스파트너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업계는 가격 경쟁과 만성적인 과잉 생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향후 5년 내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10% 미만만이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전기차 굴기로 수많은 브랜드가 등장했지만 현재 약 50개 제조업체가 생산 중인 129개 전기차 브랜드 중 15개만이 2030년까지 생존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생존 브랜드는 각각 연평균 102만 대를 판매하며 중국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장의 약 75%를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흑자를 내는 업체는 비야디(BYD), 리오토(Li Auto), 화웨이가 지원하는 아이토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난립한 업체들이 내수 시장 포화와 과잉 생산으로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각 업체는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치열한 할인 경쟁에 나서며 2차 옥석 가리기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지속적인 가격 경쟁이 중국 전기차 업계의 통합을 가속할 가능성이 있으며 월 판매량이 1000대 미만에 그치는 업체들은 조만간 시장에서 퇴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지방 정부가 고용과 공급망 유지를 이유로 '좀비기업'을 계속 지원할 가능성이 있어 구조조정은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당국은 가격 전쟁 자제를 요청했지만 알릭스파트너스는 보험 보조금, 무이자 금융 등 숨겨진 형태의 가격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스티븐 다이어 알릭스파트너스 중국 공동대표는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신에너지 자동차 시장 중 하나로 치열한 가격 전쟁과 급속한 혁신, 지속적으로 기준을 높이는 신규 진입자들이 존재한다"라며 "이러한 환경은 기술과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가져왔지만 많은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수익성을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업계는 과잉 생산된 중국 전기차가 해외 덤핑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상위 10개 기업 중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46.8%로 전년 40.5% 대비 크게 증가했다.
이 중 BYD는 413만7000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43.4%의 성장률로 1위에 올랐다. 독일 매체 한델스블라트는 최근 ‘중국 전기차 거품이 곧 터질 것’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정부 보조금, 파괴적인 경쟁, 의심스러운 판매 방식이 중국 전기차 판매 증가세를 떠받치고 있다"며 시장의 취약성을 지적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중국 전기차 판매량 조작설도 제기된 바 있다.
중국산 과잉 생산 차량 대부분이 수출용으로 계획된 점도 지적됐다. 외국의 징벌적 관세, 전기차에 대한 불신,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의혹 등을 고려할 때 중국 업체들이 이처럼 대규모로 수출을 추진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중국 전기차 시장은 정부가 일단 씨를 뿌려놓고 성장한 업체 중 경쟁력이 떨어지는 곳을 나중에 걸러내는 방식"이라며 "이 과정에서 과도한 보조금으로 급증한 업체들이 보조금 축소와 내수 시장 포화로 경쟁력을 잃자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 경쟁에 나서며 부도와 합종연횡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FTA 체결국이 많아 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한국을 게이트웨이 삼아 저가 공세로 점유율을 확대한 뒤 북미와 유럽 진출의 전초기지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며 "중국은 전기차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배터리, 충전 기술, 자율주행 등 주요 기술 전반에서 이미 한국을 앞서고 있는 만큼 이같은 덤핑 공세는 국내 완성차 업계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