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 높은 대형사만 살아남나···이주비 규제에 건설사 좌초 위기

이주비 6억 한도, 추가 이주비 부담 증가 건설사 신용도별 금리 달라 대형사 쏠림 신용도 낮은 중소형 건설사 직격탄 맞아

2025-07-07     유준상 기자
한 재개발 구역의 이주 계획 현수막 /유준상 기자

이재명 정부의 정비사업 대출 규제로 인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기본 이주비 한도가 6억원 이하로 묶이면서 부족분을 조달해야 하는 건설사들의 자금 부담이 커졌다. 

건설사들의 신용도에 따라 금리가 달라 대형 건설사로의 수주 쏠림 현상이 예상되고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중소형 건설사들은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6·27 대출 규제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조합원들은 이주비 대출에 6억의 한도가 적용됐다. 이마저도 무주택자인 경우이며 유주택자인 경우에는 이주비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조합들은 건설사들의 신용도에 따라 대출을 받는 ‘추가 이주비’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기본 이주비는 정비사업 진행에 따른 공사 기간에 살 집을 구하거나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할 때 필요한 자금을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아 지원하는 자금이다. 추가 이주비는 건설사가 사업비로 직접 조달하는 추가 지원 자금이다. 기본 이주비에 비해 금리가 5~6%대로 높다. 

정부의 규제 정책으로 기본 이주비가 확 줄어든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추가 이주비의 지원 여부나 금리의 수준이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건설사들의 ‘대출 끌어오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남4구역에서 이주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150%를 제시한 삼성물산이 수주에 성공하는 등 요즘 정비사업장에서 이주비 추세가 150%인 듯하다”면서 “이는 원래도 기존 이주비 대출이 적었다는 뜻인데 이번 규제로 인해 건설사 신용도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추가 이주비의 금리가 각 건설사의 신용도에 따라 결정되면서 신용등급이 높은 대형 건설사일수록 사업 수주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중소 건설사의 경우 대형 건설사 대비 높은 금리로 이주비를 조달해야 해 부담이 커졌다. 이마저도 지원이 가능한지 여부는 금융권과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형사에서도 현대건설이나 삼성물산 등은 바로 아래 등급 건설사들과도 조달 금리가 1%p가량 차이가 난다”며 “정비사업 경쟁 수주전에서 조합원들은 금리가 유리한 시공사를 고를 수밖에 없어 10~20대 건설사 내에서도 금리 경쟁력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달 3일 기준 10대 건설사 신용등급(무보증사채)은 삼성물산 AA+(안정적), 현대건설·DL이앤씨 AA-(안정적), 현대엔지니어링 AA-(부정적), 포스코이앤씨 A+(안정적), 대우건설·GS건설·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 A (안정적), SK에코플랜트 A- (안정적)으로 구분돼 있다.

자금력을 갖춘 시공사를 찾는 조합들이 많아지게 되면서 강남이나 용산 등 사업성이 뛰어난 사업지만 정비사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신용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들이 재무 부담을 감당할만한 사업성이 뛰어난 사업장만 선별적으로 수주하면서 '신축의 양극화'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임원은 “강북 등 사업성이 약한 곳에서 시공사가 직접 금융까지 조달해가며 시공권을 따내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사업비로 이주비 대출을 받아 지급하면 6~7% 금리로 조달을 해야 하는데 금융비용이 늘면 조합원 분담금도 늘어날 수 있다”며 “공사비 등으로 사업성이 나빠진 곳들도 많은데 진행 중인 정비사업들이 빠르게 갈 수 있도록 이주비 대출은 논외로 두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