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In] 이미지와 실체, 그리고 대통령 리더십의 조건

[신율 칼럼] 취임 30일 기자회견 소박함 행정의 달인과 실무형 면모 여대야소 구도 제왕적 특성

2025-07-08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 입장해 취재진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 영역에서 이미지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현대에 이르러 그 중요성은 더욱 증대되어 정치의 본질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정치인 개인과 정당의 이미지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이미지는 종종 시각적 기법을 통해 인위적으로 조작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조명이나 배경 색을 조정하여 신장이 작은 정치인을 더 커 보이게 하거나 내용이 부실한 기자회견을 웅장한 인테리어로 보완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적 효과에 기반한 상징 조작은 지속성이 짧다는 한계를 지닌다. 결국 실체는 드러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내용 없는 기자회견이 아무리 화려하게 포장되더라도 그 빈약함으로 인해 청중의 기억에 남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무대 조명과 배경 색을 통해 왜소한 정치인을 크게 보이게 할 수는 있지만 다른 장소에 노출되면 본래의 체구가 여과 없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한 달 기자회견은 여러모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가장 두드러진 인상은 ‘소박함’이었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기자회견은 세련된 회견장 분위기와 다양한 시각적 장치를 활용하여 시각적 효과는 뛰어났지만, 그에 상응하는 내용적 깊이는 부족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사고(思考)를 시각이 압도했던 회견이었다는 말이다. 반면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시기의 기자회견은 매우 권위적인 인상을 주었다. 

일각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체구에서 비롯된 인상이라는 해석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참모들에게 반말을 사용하거나 기자들에 대한 배려 부족이 권위적인 태도로 비치게 만든 본질적 원인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이러한 사례들과는 달랐다. 소박한 무대는 이 대통령이 ‘내용’에 대해 얼마나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일반적으로 내용이 부족할수록 외형에 더 의존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 대통령의 첫 회견은 이러한 일반적 통념에서 벗어났다. 

‘행정의 달인’이자 대한민국 최초의 ‘실무형 대통령’이라는 면모는 이번 회견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내용적 충실함뿐 아니라 이 대통령의 자연스러운 어조와 행동은 그에게 부드러운 이미지를 부여하기에 충분했다. 대통령이 되기 전 이재명은 ‘공격적인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제는 대통령으로서의 부드러움과 그 속에 내재된 ‘강함’이 조화를 이루며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차원에서도 이번 회견은 성공적이었다. 

이번 기자회견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대비 효과가 없어도 스스로 빛날 수 있음을 충분히 증명했다. 그렇다고 이재명 대통령의 회견 내용 전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그는 기자회견에서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표현에 대해 “약간 어폐가 있다”며 “전임 대통령도 되게 힘들어하지 않았나”라고 발언했다. 또한 여대야소 구도에 대해서도 “국민이 선택한 것”이라며 “압도적 국회 다수 의석에 대통령까지 더불어민주당이니 문제라는 지적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이와 같은 견해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먼저 대통령제는 그 제도적 속성상 ‘제왕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 사례에서 보듯이 대통령의 권력은 세계정세를 뒤흔들 정도로 강력하게 행사될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제는 본질적으로 제왕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더구나 여대야소 구도에서는 이러한 대통령의 제왕적 특성이 더욱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여대야소 구도가 ‘국민의 선택’이라는 주장은 일부 공감할 수 있지만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다. 제22대 총선에서 지역구 기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득표율 격차는 불과 5.4%P에 지나지 않았으며 이러한 근소한 차이가 1.7배에 달하는 의석수 차이로 이어진 것은 ‘운’이 크게 작용했음을 방증한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이재명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으로 기억되지 않기를 바라는 데서 출발한다. 이 대통령이 현재의 정치 상황을 더욱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제왕적 권력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분명히 매우 똑똑한 인물이다. 그러나 여기에 더해 ‘현명한’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