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열린 韓 해상풍력 쟁탈전···“현지 최적화 기술 확보 관건” 

한국, 유럽 북해에 비해 풍력 효율 3배 떨어져 바람 센 유럽 기존 모델은 국내 실정에 부적합 풍속 느린 한반도서 ‘효율 극대화’가 최대 과제

2025-07-04     유준상 기자
서남권해상풍력 실증단지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활짝 열어젖혀진 한국 해상풍력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해외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해상풍력 전통 강자인 유럽 업체들의 한반도 공략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업체들은 한국 환경에서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 개발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4일 여성경제신문이 해상풍력 제조업체들에 취재한 결과 유럽의 북해 해안 지역 연평균 풍속이 약 7.6~7.8m인데 비해 한국 신안 앞바다의 연평균 풍속은 초속 약 4.0~4.5m 수준이다. 이것을 에너지로 환산하면 북해의 풍력발전 효율이 한국에 비해 3.2배 좋다. 더욱이 두 지역의 연중 바람 부는 시간을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유럽 제조 터빈은 아시아보다 2배 이상 풍속이 빠른 환경에 맞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아시아 환경에 적용했을 때는 되레 효율이 낮다는 게 풍력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풍속이 비교적 느린 국내 환경에서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라인업을 구축하는 게 풍력업체들의 최대 과제가 됐다.  

해상풍력 터빈 제조업체 두산에너빌리티와 유니슨은 10메가와트(㎿) 규모 터빈을 상용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10㎿급 터빈은 유럽에서 이미 개발된 바 있지만 아시아 해상풍력 시장에선 다른 기술력을 필요하다. 유럽 제조 터빈은 아시아보다 2배 이상 풍속이 빠른 환경에 맞게 만들어져 아시아 환경에 적용했을 때는 효율이 낮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는 아시아에 최적화한 풍력터빈 라인업을 구축했다. 터빈 날개 지름만 200m에 달하는 10㎿급 터빈은 풍속이 비교적 느린 환경에서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모델로 이달 중 국제 인증을 취득할 예정이다. 

유니슨 역시 국책과제로 개발한 10㎿ 터빈 KS인증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설계 인증을 받았으며 올해 하반기까지는 전남 풍력 테스트베스에 시제품을 설치할 계획이다. 유니슨 관계자는 “기존 시중 제품들의 설계수명이 20~25년 정도인데 비해 유니슨 터빈은 30년으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제조업체인 SK오션플랜트와 GS엔텍은 각자 차별화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SK오션플랜트는 수심이 깊은 해양 환경에 적합한 하부구조물 자켓(지지대 3~4개), GS엔텍은 수심이 얕은 해양 환경에 적합한 하부구조물 모노파일(지지대 1개)을 각각 전문으로 제조한다. 양사는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각자 입지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K오션플랜트는 대만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시장 44%를 점유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서도 점차 입지를 넓혀간다는 구상이다. 지난달 국내 안마해상풍력단지에 하부구조물 설치를 수주한 데 이어 다른 지역에서 추진 중인 해상풍력단지에도 공급을 추진하기로 했다. 

SK오션플랜트는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SK오션플랜트는 지난해부터 경남 고성군 일대에 연간 4500톤(t)급 부유식 하부구조물 40기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SK오션플랜트 관계자는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은 2030년께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해상풍력 개발사들의 설치 비용이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GS엔텍은 수심이 얕은 일본 해상풍력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GS엔텍은 모노파일 세계 1위 기업인 네덜란드의 Sif와 최근 기술제휴를 맺고 아시아 독점권을 획득한 바 있다. 현재 울산 용잠공장 모노파일 생산 설비를 리모델링하는 작업 중으로 내년 6월 완공 예정이다. 

GS엔텍 관계자는 “공장 리모델링을 마치면 자동화 설비 등이 들어와 생산역량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일본에서 나아가 베트남, 필리핀 등으로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국내 업체들의 잰걸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해외업체들 역시 한국 시장 진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해상풍력 업체들은 잇달아 운전·정비(O&M)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해상풍력 1위 업체인 지멘스가메사(SGRM)는 두산에너빌리티와 초대형 해상풍력 시공과 O&M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협력을 추진 중이다.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 기업인 에퀴노르도 울산에서 800MW 규모의 반딧불이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사업과 200MW 규모의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에퀴노르는 향후 국내 총 3GW 규모로 해상풍력발전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해상풍력 사업은 사업개발부터 제조, 설치·시공, 운영(O&M)을 전주기로 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O&M 사업은 설비 제조만큼 높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효자사업으로 꼽힌다”며 “한국 업체들은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현지 최적화 기술로 국산화를 이뤄내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