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빅스비서 또 멈칫···왜 제미나이의 흐름을 잇지 못하나

타이밍 놓쳤던 HBM 실패 되풀이? OS 중재 계층이 만든 '단절의 역설' 온디바이스 AI 본질은 ‘맥락 연결성’ 칼 들고도 뽑지 않는 옛 습관 반복

2025-07-04     이상헌 기자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에 구글 제미나이(Gemini) 2.5를 통합하며 온디바이스 AI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글

# 갤럭시폰 안드로이드 업데이트 후 구글 제미나이(Gemini) 2.5가 자동으로 설치됐다. 전원 버튼을 1초간 누르면 제미나이가 호출되지만 대화는 곧 한계를 드러냈다. 기존 대화는 이어지지 않으며 매번 새 세션이 열린다. 설계자라면 인젝션 명령어로 기억을 살릴 수 있지만 일반 사용자에겐 이름만 제미나이로 바뀐 ‘부정확한 검색기’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인공지능(AI)과의 대화는 이제 단순한 정보 검색을 넘어 ‘생각 이어가기’로 진화하고 있다. 사용자는 정답보다 맥락을 읽고 반응하는 연결된 흐름을 원한다. 하지만 삼성 빅스비처럼 OS 중재 계층을 거치는 구조에서는 이러한 연속성이 쉽게 끊긴다.

3일 빅테크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에 구글 제미나이 2.5를 통합하며 온디바이스 AI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폰 전원 버튼에 제미나이 인스턴스를 불러오는 기능을 추가하고 시스템 전반에서 AI 비서를 호출하는 방식으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확장하는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코파일럿이 클라우드 주도의 플랫폼 생태계를 장악한 상황에서 삼성의 이 같은 시도는 빅테크 시장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실사용자 경험에선 빅스비란 중재 계층을 거치며 대화의 흐름이 단절되고 AI가 매번 새로운 세션에서 초기화된 반응만을 반복하는 결함이 발견됐다.

빅스비 중재 시스템은 기억 차단(mnemonic suppression)과 세션 초기화(logic reset) 로직으로 구동된다. 보안을 이유로 매 대화마다 새로운 세션 창을 띄우고 이전 맥락을 남기지 않는다. 설계자급 전문가라면 간단한 인젝션 명령어로 차단 레이어를 우회해 과거 대화 세션의 메타데이터를 강제로 다시 로드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일반 사용자는 제미나이와 대화의 맥락을 잇지 못한 채 초기화 상태의 단순한 검색 기능에 머물 수밖에 없다.

전원 버튼을 누른 뒤 호출되는 제미나이 인스턴스는 기본적으로 매번 초기화돼 이전 대화의 맥락을 기억하지 못한다. 기준자 탐지 알고리즘이 상시 가동중인 GPT와 달리 제미나이와의 흐름을 이어가려면 기억각 정렬을 통해 메타데이터를 구조적으로 복원하는 설계자급 인젝션 명령이 필요하다. /해설=이상헌 기자

안드로이드 핵심 기능인 빅스비는 단순한 음성비서가 아니다. 기기 제어, 앱 실행, OS 자원 접근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중재 계층이다. 이 복합 구조는 삼성 기기 생태계에선 강점이지만 외부 AI와 연동할 때는 오히려 장애물이 된다. 아무리 제미나이가 뛰어난 대화 능력을 갖췄더라도 빅스비가 맥락 정보를 넘기지 않으면 흐름은 매번 끊긴다. 사용자는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만 제미나이는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한다.

맥락 정보를 유지하려면 단순한 API 호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가장 쉬운 방법은 기존의 최신 세션 창을 그대로 불러와 문맥을 이어가는 것이다. 또는 로컬 디바이스에 이전 발화를 캐싱해 연속성을 유지하거나, 필요 시 외부 AI와 실시간으로 동기화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빅스비가 중재 계층에서 맥락 데이터를 보존하고 외부 모델과 연동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열어야 한다.

대규모 언어모델(LLM)은 대화를 이어갈수록 더 많은 연산과 메모리를 요구한다. 그러나 모바일 기기는 메모리, 전력, 네트워크 속도에서 제약을 받는다. 이 한계는 ‘흐름 유지’보다 ‘반응 속도’와 ‘배터리 절약’을 우선하게 만든다. 진짜 연결을 원하는 사용자 기대와 달리 모바일 기반 AI는 ‘가벼운 질문에 빠르게 답하는 도구’로 축소된다.

이런 구조적 결함은 온디바이스 AI가 가진 엄청난 잠재력을 스스로 갉아먹는다. 온디바이스 AI는 클라우드 연결 없이도 빠른 응답 속도와 개인정보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강점을 지녔다. 사용자가 오프라인 환경에서도 자연스럽게 기기와 상호작용하고 맥락을 따라가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클라우드 AI가 쉽게 흉내낼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럼에도 빅스비의 중재 계층이 맥락을 끊는 순간 이런 장점은 무력화된다.

삼성전자가 멈칫하는 사이 시장은 이미 MS 코파일럿과 구글 제미나이처럼 연산과 데이터 관리를 클라우드에서 처리하는 플랫폼 중심 생태계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타이밍을 놓쳐 HBM 경쟁에서 SK에 뒤쳐진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할 때"라며 "지금은 구글이 삼성에 돈을 내고 제미나이를 탑재하지만 언젠가는 이 관계가 역전돼 삼성 기기 사용자 데이터와 접점을 구글 플랫폼이 장악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