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반환 소송부터 경영 합의서 논란까지···콜마그룹, 내홍 속 법적 공방
윤동한 회장, 아들 상대 주식 반환 소송 법원 ‘주식 처분 금지’ 가처분 인용 법보다 화해? 업계 “장기전 의미 없다”
국내 대표 화장품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기업인 한국콜마그룹이 경영권을 둘러싼 가족 갈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이번 분쟁은 남매 간 경영권 다툼에서 부자 간 법적 다툼으로까지 번지며 재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최근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이 보유한 주식을 본안 소송인 콜마홀딩스 지분 반환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임의로 처분할 수 없다는 잠정 결정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7일 콜마그룹 창업주 윤동한 회장이 아들인 윤상현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번 결정은 지난 5월 30일 윤 회장이 아들에게 증여했던 콜마홀딩스 주식을 다시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본안 소송과 별개로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증여 주식이 처분되는 일을 막아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진 셈이다.
콜마홀딩스 측은 이번 가처분 인용 결정이 본안 소송 진행 과정에서 흔히 있는 절차적 조치일 뿐이라며 사안의 의미를 낮춰 해석했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연한 절차적 과정일 뿐 이번 결과가 법원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줬다거나 경영권이 누구에게 기울었다고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윤 부회장은 증여받은 주식을 처분할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 간 경영권 갈등의 시작은 ‘남매의 난’에서 비롯됐다. 윤동한 회장은 장남 윤상현 부회장과 딸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에게 각기 회사 운영을 맡기는 구도를 만들어뒀지만, 경영상 갈등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윤 부회장은 여동생이 이끄는 사업의 실적 부진 문제를 거론하며 갈등의 불씨를 지폈다. 이후 윤 회장이 중재에 나섰지만 조율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부친이 증여한 주식을 반환하라는 강경 대응에 나섰다.
윤 회장은 2019년 12월 콜마홀딩스 주식 230만 주를 아들에게 증여했다. 이후 무상증자를 거쳐 해당 지분은 460만 주로 늘어났다. 이는 콜마홀딩스 전체 지분의 14%에 해당하는 규모다.
당시 증여로 인해 콜마홀딩스 지배구조는 윤상현 부회장이 31.75%, 윤동한 회장이 5.59%, 그리고 윤여원 대표가 7.45%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게 됐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정리였지만 이후 갈등이 터져 나온 것이다.
윤 회장이 소송을 제기한 결정적 계기는 윤 부회장이 지난 4월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에 본인과 외부 인사인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할 것을 요구한 것이 경영 합의 위반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윤 회장은 법적 대응에 나섰고, 법원도 현 단계에서는 주식 처분을 금지하는 쪽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상법상 콜마홀딩스가 콜마비앤에이치에 대해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지배구조 상 콜마비앤에이치가 콜마홀딩스의 종속회사이기 때문이다. 콜마홀딩스는 콜마비앤에이치의 최대주주로 지분 44.63%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윤여원 대표는 "2018년 9월 아버지 윤동한 회장, 오빠 윤상현 부회장과 함께 '3자 간 경영합의'를 체결했으며 합의서에는 '콜마비앤에이치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사업경영권을 지원 및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지난 2일 일부 공개된 ‘3자 간 합의서’ 내용에는 윤 대표의 주장과 달리 ‘독립적인 경영’과 관련된 직접적 단어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윤동한 회장이 윤 부회장을 대상으로 제기한 증여주식 반환소송의 핵심이 될 '부담부 증여'에 관한 문구도 없었다. 부담부 증여란 받는 사람이 어떤 채무나 의무를 함께 떠안는 조건으로 재산을 증여받는 것을 말한다.
공개된 합의서에는 "콜마비앤에이치 주식 및 회사 운영과 관련해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해 상호 합의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한 "윤상현은 콜마홀딩스 주주이자 경영자로서 윤여원이 윤동한으로부터 부여받은 콜마비앤에이치의 사업경영권을 적절히 행사할 수 있도록 적법한 범위 내에서 지원 혹은 협조하거나 콜마홀딩스로 하여금 지원 혹은 협조하도록 해야 한다"고 쓰여 있었다.
법조계와 업계에서는 해당 문구만으로는 윤 대표의 콜마비앤에이치 독립 경영을 보장하는 '경영 합의'나 증여의 조건이 되는 '부담부' 계약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렇기에 주식 반환 청구 소송에서 승소 가능성이 낮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이번 소송은 법적 다툼보다 가족 간 화해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주식 반환 청구 소송은 민사 소송이기 때문에 대법원까지 간다면 길게 봤을 때 5년에서 10년까지도 걸린다”며 “윤동한 회장의 나이가 80세가 넘는 만큼 그 소송을 굳이 오래 끌고 갈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이번 사안은 자녀들의 화해를 위한 목적이 크지 그 이상이나 이하의 의미도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