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더봄] 웰컴 투 에코테인먼트

[김성주의 에코테인먼트] 에코와 엔터테인먼트가 융합한 단어 즐기면서 보호하고, 보호하며 즐기자

2025-07-04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에코테인먼트(Eco-tainment)'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생태(Eco)와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합친 말이다. 조금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뜻은 단순하다. 생태를 즐겁게 누리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연 속으로 떠나는 신나는 여행이다.

다만, 관광이라 함은 생활권을 벗어나 어디론가 떠났다가 돌아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일상에서 생태를 관찰하고 즐기는 여가와 레저를 포함한 엔터테인먼트의 개념으로 확장하여 에코테인먼트라고 부른다. 

아파트 정원에서 꽃과 나무, 벌레, 새를 구경하는 일상의 여가 활동과 함께 작정하고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아웃도어 룩을 입고 먼 곳으로 떠나 숲을 걷고, 산에 오르고 강을 건너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관광까지 모두 에코테인먼트의 영역이다. 이 칼럼에서는 다양한 생태에 관한 관광과 엔터테인먼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생태관광(Eco-Tourism)의 세계는 생각보다 넓고도 깊다. /게티이미지뱅크

생태관광(Eco-Tourism)의 세계는 생각보다 넓고도 깊다. 산림욕, 자연 치유, 야생 동물 관찰, 탐조 활동, 트레킹, 숲 해설, 자연 해설, 레포츠, 학술 답사, 야간 트레킹, 천체 관측, 보호지역 방문, 별자리 관찰, 오지 탐험 등 자연이 선사하는 오락거리는 무궁무진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무심히 지나쳤던 새가 오늘은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주인공이 되고, 그저 하찮고 귀찮았던 벌레가 지구에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로 보이고 밤하늘의 별은 음악이 되어 마음을 흔들어 놓아 나를 시인이 되게 한다. 

생태관광을 학술적으로 정의하자면 생태·문화환경이 우수한 대상지의 자원 보전 및 유지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것이 특징으로 대상지 내에서의 휴식·체험·교육 등의 활동을 포함하는 관광 형태라 한다. 학술적으로 쓰니 역시 지루하다. 그래서 그런가 생태관광을 지루하고 따분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재미있을 것 같으나 재미없던 생물 시간이 떠오른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생태관광을 ‘답답한 교육 프로그램’ 정도로 오해한다. 무거운 설명만 이어지고, 가벼운 웃음조차 허락되지 않는 딱딱한 분위기를 상상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새가 저기 앉아 있대서 뭐가 그렇게 대단해?”라고 묻는다. “숲속에서 몇 시간이나 걸어야 하는데, 도대체 뭐가 재미있냐”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반응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우리가 너무 오래 강한 자극도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빠르고 강렬한 자극에 길든 도시인들은 자연의 느림을 낯설게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생태관광의 본질은 거기에 있다. 느림 속에서 발견하는 깊은 재미, 조용한 설렘, 그리고 오래도록 남는 기억. 그것이야말로 에코테인먼트가 선사하는 가장 큰 선물이다.

생태관광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생태관광의 본질이다. 생태관광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다. 생태와 문화가 뛰어난 곳에서 자연을 보호하고 배우며, 지역사회에도 보탬이 되는 여행이다.

생태 관광에도 원칙이 있다. ‘생태관광 퀘백선언(Quebec Declaration on Ecotourism)’에서는 생태관광의 고유한 원칙으로 ‘자연 문화유산의 보전’, ‘지역 주민의 참여’, ‘관광객들에게 자연 문화유산을 해설’, ‘소규모 여행객’ 등 4가지를 제시하였다. 

생태관광이 일반적인 관광과 다른 특성이 있다. 대상지의 자연과 문화를 보호하는 것은 당연하고, 보호 활동에 관광객과 지역 주민이 함께 참여하고, 관광으로 인한 이익이 지역 주민에게 직접적으로 전달이 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최근에 대두되는 공정여행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많다. 참여와 공존이라는 큰 틀에서 생태관광이 움직이고 효과를 거두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에코테인먼트를 즐기고 있다. 야생화를 찾아가는 사람들, 꽃 사진을 찍는 사람들, 두툼한 망원경과 카메라를 들고 새 보러 다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겨울 한반도는 두루미와 독수리의 천국이다. 각국의 탐조객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한다. 

건강한 사람들은 트레킹으로 전국을 누빈다. 정상만을 바라 보고 올라가는 등산객들과는 다르다. 목적지에 다다르는 것보다는 걷는 길에 만나는 자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밤하늘을 보기 위하여 야간 트레킹과 별자리 관찰을 한다. 이들은 밤마다 우주 속을 거니는 체험을 한다. 

생태 캠핑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을 즐기며 숲속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경험이다. 계곡을 따라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샤워 트레킹, 좋은 물을 마시고 온천을 즐기는 것, 강과 바다에서 즐기는 낚시도 지나치지 않으면 좋은 생태관광 활동이다, 

우리나라는 훌륭한 자연유산, 생물권 보전 지역, 람사르 습지 등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도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좋은 산과 들이 있어 지질 탐사도 재미있게 할 수 있다.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동물원과 식물원에서도 에코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 요즈음 동물원은 동물을 우리에 가두어 놓지 않는다. 자연 서식지에 가까운 환경을 만들고 동물들이 지내도록 만든다. 멸종 위기종은 야생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받는다. 화천군의 수달연구센터와 양구군의 산양 증식 복원센터, 영주시의 여우 생태관찰원, 예산군의 황새공원은 가볼 만한 곳이다. 

서식지외 보전기관이라는 곳이 있다. 서식지에서 보전하기 어렵거나 종의 보존 등을 위하여 서식지 외에서 보전할 필요가 있는 경우 지정하는 것이 서식지외 보전기관이다. 에버랜드 동물원도 산양, 물범류, 재두루미 등 동물 7종의 서식지외 보전기관이다. 민간이 운영하는 한택식물원도 개병풍, 고란초 등 식물 12종에 대한 서식지외 보전기관이다. 

국립생태원의 CITES 동물보호 시설. 밀수와 밀거래로 적발되거나 유기된 국제 멸종위기종들을 보호하고 있다. /사진=김성주
국립생태원의 CITES 동물보호 시설. 밀수와 밀거래로 적발되거나 유기된 국제 멸종위기종들을 보호하고 있다. /사진=김성주

멀리 갈 것도 없다. 아파트 단지에서 서식하는 새를 관찰하고 행복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다가 지금은 ‘탐조 책방’이라는 전문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생태관광을 관장하는 기관은 국립생태원이다. 충청남도 서천에 있다. 국립생태원은 생물에 대한 전시·교육·연구·보전을 관장하고 있다. 생태관광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국립생태원을 방문하기를 권한다. 그곳은 생태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는 테마파크이다. 지금처럼 더운 여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전 세계의 생태를 관람할 수 있다. 

장항역을 내려와 굴다리를 지나면 국립생태원 후문이 다소곳하게 자리하고 있다. /사진=김성주

용산에서 익산으로 가는 장항선 열차를 타서 장항역에 내리면 바로 국립생태원 후문이다. 여느 테마파크처럼 매표소에서 티켓을 사서 입장하면 된다. 조금만 걸어가면 에코리움이라는 건물이 나온다. 여기가 핵심이다. 

이곳은 마치 지구의 축소판처럼 다양한 생태계를 담고 있다. 열대 우림, 사막, 지중해, 북극, 한반도 생태계가 한 공간에 펼쳐진다. 세계 여행을 하루 만에 다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더우면 극지관으로 가고, 추우면 열대관이나 사막관으로 가면 된다. 

국립생태원 에코리움 전경. 거대한 돔형 온실이다. /사진=김성주
국립생태원 에코리움 입구. 정문이나  서문에서 입장해서 조금 걸으면 에코리움이 나타난다. /사진=김성주
국립생태원 에코리움의 사막관. 사막에서 서식하는 선인장들이 맞이한다. /사진=김성주

에코리움은 거대한 돔형 온실 식물원이다. 비오돔(Biodome)이라고도 한다. 비슷한 것으로는 싱가포르 가든스 바이 더 베인의 플라워 돔과 클라우드 포레스트가 있다. 공교롭게도 에코리움의 입구는 싱가포르의 버드 파라다이스 입구와 닮았다. 에코리움이 먼저 지었으니 버드 파라다이스가 따라 했다고 할 수 있다. 

에코리움 안에서는 기후별로 다양한 식생을 체험할 수 있을뿐더러 생태 교육과 생태 체험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리고 편의 시설이 너무나 좋다. 카페, 식당, 편의점, 생태 서점, 기념품 샵이 들어서 있고, 의무실과 수유실도 마련되어 있다. 로비에는 손님을 응대하는 프론트 데스크가 크게 있어서 안내 직원이 친절하게 맞이한다. 

에코리움 기념품 샵의 카피바라 인형  /사진=김성주

에코리움 밖에는 CITES 동물 보호시설이 있다. CITES란 국제 멸종위기종 무역 협약으로 야생동물의 국제 거래를 규제하는 기관이다. 국립생태원의 CITES 동물보호 시설은 밀수나 밀거래로 적발된 동물이나 불법 사육 후 유기된 동물들을 보호하고 있다. 주로 해외에서 들여온 멸종위기종들이다. 

국립생태원은 하루를 온전히 즐기기에 충분하다. 산책과 관람,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전국의 유모차들은 모두 모인 듯하다.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은 젊은 부모들이 많이 찾으니 보기 좋다. 

후문 밖에는 맛있는 아이스크림 집과 떡볶이집이 있다. 생태원이 있는 서천은 바다와 산이 있어 식재료가 풍부한 지역이다. 서천읍에는 서천특화시장이 있어 제철 생선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몇 해 전 불이 나서 임시로 운영 중이니 더욱 도와줘야 한다.

그리고 맛 좋은 굴칼국숫집들이 많다. 해안가 홍원항과 마량포구에서는 싱싱한 횟감을 만날 수 있어 좋고 북쪽의 판교는 시간이 멈춘 마을로 오래된 냉면집이 유명하다. 지금은 냉면보다 콩국수를 더 쳐주고 있다. 

서천읍 굴칼국수. 얼큰이와 흰굴을 고를 수 있다. 둘 다 해장에 좋다. /사진=김성주

내게 서천에서 가장 맛있는 것을 추천해 달라면 역시나 한산 소곡주이다. 한산면에 가면 수많은 소곡주 양조장이 있으니 하나하나 찾아가며 시음하면 그만한 행복이 없다. 

서천이야말로 철새 도래지로서 새들의 천국이니만큼 탐조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새들을 보고 맛 좋은 음식을 즐기면 며칠이 금방 간다. 

“어서 와, 이런 여행은 처음이지?”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에게 생태의 세계를 보여 주고 싶다. 스마트폰에 꽃 사진이 잔뜩 있어서 나는 갱년기인가 보다 하며 우울해하지 마라. 그대는 에코테인먼트의 세계에 눈을 뜬 것이다. 

가까운 곳의 자연부터 천천히 즐기고, 점차 우리 지역과 전국 곳곳을 넘어 세계의 생태를 만나는 여행을 떠나보자. 즐기는 만큼 보호하고, 보호하는 만큼 더 깊이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에코테인먼트의 진정한 가치이다.

여성경제신문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sungz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