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은 심하고 수해는 더 지켜봐야···2025년 여름 날씨 전망은

기상청 "제주·남부 지방 장마 끝났다" 질병관리청·행안부 등 대책 마련 나서

2025-07-03     김민 기자
엿새째 폭염 특보가 내려진 지난 2일 광주 서구 금호동 한 공사장 앞에서 한 건설노동자가 더위를 달래기 위해 얼음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 변화로 인한 폭염과 열대야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가운데 한국 역시 작년 못지않은 폭염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6월 말부터 열대야가 일어나고 장마 및 수해 가능성을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의 대책에 관심이 쏠린다.

3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서울 밤 최저기온은 26.8도를 기록했다. 밤사이 기온이 25도 이상이면 열대야다. 서울은 지난달 29일부터 나흘 연속 열대야가 지속됐으며 강릉에서는 이틀 연속 밤사이 기온이 30도가 넘는 초열대야가 이어졌다.

지난달 30일 전국 대부분 지역의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넘어섰고 서울 전역에는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장마 기간임에도 비가 내리지 않고 7월 말에서 8월 초에 보일 법한 뜨거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장마가 벌써 끝난 것 아니냐"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기상청은 이날 제주는 지난 6월 26일, 남부는 7월 1일 부로 정체전선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 장마가 끝났다고 공식 발표했다. 올해 제주의 장마는 관련 통계가 있는 1973년 이후 역대 가장 일찍 장마가 종료됐고 남부지방은 역대 두번째로 장마가 빨리 끝났다.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된 2018년의 장마가 14~21일로 짧았던 만큼 올해도 역대급 더위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다만 기상청은 중부의 경우 기압계 변동으로 강수대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아직 장마 종료를 선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폭염도 작년 못지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해동 계명대학교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폭염은 장마가 끝나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올해는 장마가 사실상 없었던 거나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6월 말부터 7월 하순 사이 서로 다른 성격의 기단 사이에 형성된 정체전선이 한반도를 남북으로 오르내리며 비를 뿌리는 것이 장마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올해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더 강한 영향을 발휘해 전날 기준 정체전선은 수도권에서 200㎞ 더 북쪽에 위치해 북한에 장맛비를 내리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장마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전처럼 넓은 지역에 장기간 비가 내리는 형태가 아니라 좁은 지역에 짧은 시간 강한 비가 쏟아진 뒤 곧장 폭염이 시작되는 등 극단적 기상 현상이 반복되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폭염의 지속 기간을 통해 가을장마와 태풍 발생 가능성을 유추할 수는 있다. 김 교수는 "작년처럼 가을까지도 폭염이 지속된다면 가을장마나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라며 "작년은 가을 장맛비가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는데 이는 티베트 고기압이 상당히 오랫동안 한반도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티베트 고기압이 있는 상황에서 장마와 태풍이 올라오기는 어렵다.

폭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정부나 관련기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5월 15일부터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시행했다. 감시체계는 9월 30일까지 운영한다.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지난 1일 정부서울청사 서울상황센터에서 '폭염 대응 추진 상황 긴급 점검 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서는 쪽방 주민, 독거노인 등 폭염 취약계층 보호를 중심으로 기관별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수해 대비 역시 진행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배수시설 정비를 위한 재난안전관리 특별교부세 300억 3700만 원을 지자체에 내준다고 지난달 20일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12일 서울 동작 한강홍수통제소를 찾아 수해 대비 현장을 점검하는 등 여름철 안전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기후 위기 때문에 예측 못 하는 자연재해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최대한 그런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행정안전부 첫 차관과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새롭게 뽑혔다. 신임 행정안전부 차관에는 김민재 차관보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에는 김광용 행안부 대변인이 임명됐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