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 가세에 달아오른 애경산업 인수전···EB 발행 놓고 주주 갈등

태광산업 가세로 인수전 활기 EB 발행 두고 주주 갈등 격화 법정공방에 인수전 변수 부상

2025-07-02     류빈 기자
애경 사옥 /애경산업

애경산업 인수전이 태광산업의 가세로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앞서 애경 측이 제시한 6000억원대 매각 희망가가 과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자금력을 갖춘 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제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애경산업 매각 주관사 삼정KPMG는 국내 재계 중견그룹인 태광산업 계열의 티투프라이빗에쿼티(티투PE) 컨소시엄,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 폴캐피탈코리아, 일본 라이온코퍼레이션 컨소시엄 등 4곳을 적격 예비 인수 후보(숏리스트)로 확정해 최종 본입찰 대상자로 선정했다. 애경그룹은 항공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AK홀딩스와 애경관리자산이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63.38%를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

이번 숏리스트에 총 4곳이 이름을 올리면서 인수전 흥행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초기에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호반그룹, 동원그룹, 동국제약 등은 가격 부담과 사업 구조상 리스크 요인으로 인수전에서 이탈했다. 사실상 현재 자금력을 갖춘 후보인 태광산업과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의 2파전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예측된다.

특히 태광산업이 본격적인 신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인수전에 뛰어들어 주목을 받고 있다. 태광산업은 최근 주력인 석유화학과 섬유 업황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미래 생존을 위해 화장품, 에너지, 부동산개발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향후 1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태광산업은 오는 3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정관을 변경하고 화장품 제조·판매, 에너지 사업, 부동산 개발, 숙박시설 운영, 블록체인 기반 금융업 등 새로운 사업 목적을 추가할 예정이다.

다만 태광산업 내부에서는 아직 인수 자금 조달과 관련해 이견이 남아있다. 회사는 신 사업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외부에서 조달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회사는 최근 자사주 전량(지분율 24.41%)을 교환사채(EB)로 발행해 약 3200억원을 마련하려 했으나,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이에 반대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이 충분한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EB 발행은 불필요하다며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트러스톤 측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1조4000억원의 현금과 SK브로드밴드 지분 매각대금 9000억원 등을 확보하고 있으며 부채도 88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자금 여유가 있는 태광산업이 자사주로 EB를 발행하는 것은 교환권 행사 시 사실상 3자 배정 유상증자와 동일한 효과가 있어 주주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 측은 "이번 결정은 경영상 합리적 판단이 아니라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과 주주보호 정책을 회피하려는 꼼수이자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 이사회의 EB 발행 결의가 위법하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사위법행위 유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태광산업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결정이 나올 때까지 후속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만약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EB 발행이 막혀 애경산업 인수에 차질 생길 수도 있다.

태광산업은 전날 이사회를 열어 교환사채 발행 대상을 한국투자증권으로 확정했다고 공시했다. 태광산업은 교환사채 발행을 통한 투자자금 확보가 회사 생존을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태광산업 측은 "정부 정책을 반영해 자사주를 소각하고 이를 통해 주식 가치를 높이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적극적인 투자와 사업재편을 통해 생존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