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공필 칼럼] 건강도 주식처럼 ‘FOMO 매수’는 위험하다

[김공필의 The 건강] 건강 분야에서도 맹위 떨치는 FOMO 조급함과 불안이 만든 허상인 경우 많아 건강 정보 관심 갖고 귀 여는 자세 필요 JOMO '놓침의 기쁨'이란 여유도 주목해

2025-07-04     김공필 의학저널리스트
건강 FOMO는 자연스런 심리상태지만 심하면 마음과 몸에 해롭다. FOMO는 먼저 마음 건강부터 흔든다. /게티이미지

요즘처럼 주식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를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FOMO(포모)다. Fear of Missing Out, 즉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의미다. 주식으로 몇 억을 벌었다더라, 코인 투자로 해외여행 간다더라, 이런 말을 접하면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초조해진다. 지금이라도 사볼까? 덜컥 꼭지점에서 매수 버튼을 눌렀다가 큰 돈을 잃는다. 

1600년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과학자 아이작 뉴턴조차 FOMO를 이기지 못했다.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 주식을 사 약간의 이익을 내고 팔았지만 그 주식이 폭등하자 정점에 대량매수 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는 그의 투자 실패기는 유명하다. 뉴턴은 “나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계산할 수가 없다”라고 자책했다.

FOMO가 건강을 망친다

FOMO는 건강 분야에서도 맹위를 떨친다. 인터넷이나 SNS에는 ‘○○ 영양제가 혈관에 좋다’ ‘△△보조제가 피부를 바꾼다’ 같은 근거없는 말들이 난무한다. 가까운 친구는 값비싼 피트니스를 받고 건강이 크게 좋아졌다고 자랑한다. 이런 말을 들으면 슬며시 불안이 올라온다. 남들은 다 챙기고 관리하는데 나만 방심하는 건 아닐까? 결국 유산균, 오메가3, 비오틴, 콜라겐, NMN까지 하나둘 사들이고 고가의 피트니스 클럽에 등록한다. 가격이 만만찮지만 안 하면 불안하기 때문이다.  

건강 FOMO는 자연스런 심리상태지만 심하면 마음과 몸에 해롭다. FOMO는 먼저 마음 건강부터 흔든다. 불안, 긴장, 초조함이 쌓이다 보면 우울증, 불안증으로 전개된다. 스트레스가 계속되면 몸속에서 코르티솔 호르몬이 과하게 분비되고 이게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온갖 신체 질환을 만든다. 감기 같은 흔한 질환부터 암, 협심증, 뇌졸중 같은 무서운 병까지 모두 스트레스와 연결되어 있다.

몸도 힘들다. 아무 약이나 보조제를 이것저것 먹으면 간과 콩팥이 쉴 틈이 없다. 비타민이라고 해서 항상 좋은 게 아니다. 지용성 비타민을 과하게 섭취하면 간 손상이나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혈관 건강에 좋다는 오메가3도 하루 3g 이상 섭취하지 말라고 FDA(미국식품의약국)는 권장한다. 요오드는 에너지 대사에 꼭 필요한 영양소지만 한국인은 이미 해조류를 많이 먹고 있어 갑상선 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요오드 보조제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 이런저런 보조제들을 복잡하게 섞어먹으면 보조제들끼리 몸 안에서 충돌할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좋은 건 없다

식단도 마찬가지다. 단기간 체중 감량에 좋다는 고지방 식단, 간헐적 단식, 클렌즈 프로그램 같은 유행만 좇다가 오히려 몸이 상할 수 있다. 사람마다 신체 상태가 다른데 누구나 같은 방법으로 같은 효과를 보긴 어려운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고강도 운동도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관절이 좋지 않거나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은 고강도 운동을 무리하게 하면 오히려 건강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운동을 많이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운동 의존성도 경계해야 한다. 

건강 FOMO는 열심히 건강을 챙기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조급함과 불안이 만든 허상인 경우가 많다. 그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무엇일까? 나는 최근 2~3년 동안 국내에서 ‘질환별 최고’라는 명의 100여명을 2~3시간씩 깊이 있게 인터뷰 하면서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질환을 예방‧관리하기 위해 무엇이 가장 좋은가요?”라고. 명의들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누구에게나 좋은 것은 없고 각자에게 좋은 것이 있을 뿐입니다” “골고루 잘 먹고 적절히 운동하는 겁니다.”

결국 건강 관리의 핵심은 규칙적인 식사,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 적당한 활동, 충분한 수면 같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기초 건강 지식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 특별한 영양제나 운동이 필요한 사람도 있지만 대개 고른 식단과 적절한 신체 활동이면 충분하다. 

FOMO에 앞서 JOMO를 생각하라 

건강 FOMO가 반드시 나쁜 건 아니다. 건강 정보에 관심을 갖고 귀를 여는 자세는 충분히 바람직하다. 중요한 것은 그 정보가 근거가 있는지, 나에게 맞는지, 지금 꼭 필요한지를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나만의 필터’를 갖는 일이다. 그리고 이미 곁에 있는 것들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태도도 필요하다.

FOMO의 반대편에 JOMO(조모)라는 말이 있다. Joy of Missing Out, 즉 ‘놓침의 기쁨’이라는 의미다. 내가 이미 가진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마음, 다른 사람들이 챙긴다고 나까지 꼭 챙길 건 없다는 여유, 이게 바로 JOMO다. 냉장고 속의 채소 한 봉지, 두부 한 모도 골고루 잘 챙겨 먹는다면 비싼 영양제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 지하철역 계단도 이용하기에 따라 훌륭한 운동기구가 된다.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은 ‘이해하지 못하는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시장 변동성에 흔들리지 말라’는 주식 투자 원칙을 강조한다. 주식 시장이 뜨거울수록 이 단순한 원칙을 지키면 ‘FOMO 매수’에 데이지 않는다. 이 원칙은 건강 FOMO에 대한 방어망을 구축하는 데도 유용하다. 스스로 이해되고 납득되는 건강법을 찾아 흔들림없이 실천하는 원칙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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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경제신문 김공필 의학저널리스트 kpkim62@gmail.com

김공필 의학저널리스트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고, 조선일보 출판국 기자, 월간 <여성조선> 편집장, 조선일보 행복플러스 섹션 편집장, 월간 <헬스조선> 편집장, ㈜헬스조선 취재본부장을 지냈다. 현재 의학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며 <주간조선> 등 다양한 매체에 의학 기사와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