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더봄] 진짜 힘이 되는 말은 뭘까요?

[김현주의 텐션업 갱년기] 어느 것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 나를 앞으로 내딛게 하는 그것에 대해

2025-07-01     김현주 공공기관인, 전 매거진 편집장
이무진의 신곡 ‘뱁새’를 듣다 보면 누구나 경험했을 상처와 좌절, 그때 내 옆에 있어 주었던 누군가를 떠오르게 한다. /사진=빅플래닛메이드엔터

“끝까지 하면은 된다는 말이 때때론/끝까지 틀리는 때도 때때론” 이무진이 부르는 ‘뱁새’라는 곡을 듣게 됐다. 직접 곡과 가사를 만들어 부르는 그가 이전 노래와는 다르게 ‘상실과 좌절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 보고 싶었다’는 설명을 하는데 호기심이 생겼다.

뱁새는 수십 마리가 무리 지어 사는 우리나라 전역에 서식하는 텃새인데 다리가 긴 황새처럼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지만 작은 몸체를 파닥이며 치열하게 사는 모습이 평범한 우리와 비슷해 자주 인용되는 조류다.

최선을 다했지만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한 자신의 모습을 홀로 남겨진 뱁새의 모습으로 표현한 이 곡은 치열하게 노력했지만 끝내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순간의 마음을 전한다. 

“순탄히 시작해 기대했던 결실은 계속해서/멀어진다 닿을 수 없게 내게서/쓰라린 상처 아물 새 없이 듣기엔 괴로운/그 말이 너무 지치곤 해 때론 때론” 스물다섯 청년의 내밀한 속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듣다가 다음 가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까짓 좌절이 대수냐며 귀에 대고/끝까지 해 보긴 했니 제대로/해봤지 모진 이들아 수없이 해 봐도/안 되는 사람이 있기도 해 때론 때론” 젊은 시절 거쳐 지금에 이르니 안 되는 상황이 있다는 것도 안 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알게 되었는데, 혹시라도 이전의 내가 가사 속 누군가처럼 그런 모진 말을 직접 하지는 않았을지 염려가 됐다. 그게 필요한 위로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돌이켜보니 반대의 경우, 그러니까 누군가 내게 격려를 이유로 그런 식의 말을 전했던 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때 나 역시 그 어떤 마음도 와닿지 않아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다. 

빛나는 별인 줄 알았는데 그저 벌레였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나는 반딧불’ 노래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처럼 ‘뱁새’에서 쏟아내는 그 감정에 자신의 상황을 대입해 보는 이 역시 많을 것이다. 누구든 아무리 해 봐도 안 되는 때를 마주하기 때문이다.

끝날 것 같지 않은 불안과 어떤 곳에서도 답을 찾지 못하겠다는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우리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안으로 들어가 숨고 싶어진다. 자신을 가두고 고립시키는 방법 외에는 다른 것을 찾지 못한다. ‘나는 반딧불’에서는 자신이 벌레라는 걸 인정하고 그래도 눈부시다고 말하게까지 되었지만, 그렇게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 

드라마 ‘미지의 서울’은 미지와 미래, 그 둘의 가족과 친구들의 모습을 통해 힘을 주는 위로가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사진=tvN

지난 주말 마지막 회를 방영한 드라마 <미지의 서울>(tvN)에서도 그렇게 어렵게 자신을 마주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쌍둥이 자매 미지와 미래는 직장 내 따돌림, 가족에 대한 아쉬움, 부담, 암담한 내일 등 다른 이들에게 드러낼 수 없었던 어려움과 아픔을 가지고 있는데 드라마는 이 둘의 모습을 통해 지금의 청춘들이 마주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그리고 이를 스스로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급하지 않게 보여준다.

육상 꿈나무였던 미지는 경기에서 상처를 입은 후 꿈꿨던 서울로의 대학 진학이 무산되고, 이후 3년간 방에 자신을 가둔 채 은둔하며 힘든 시간을 보낸다. “다 너무 후회되고 걱정돼서 아무것도 못 하겠어. 나도 진짜 나가야 하는 거 아는데, 다시 아무것도 아닌 때로 못 돌아가겠어. 너무 초라하고 지겨워. 나한테 남은 날이 너무 길어서 아무것도 못 하겠어”

할머니에게 이렇게 털어놓으며 힘들어하지만 결국 자신 옆에 기꺼이 서 있어 주는 가족과 친구들 덕에 용기를 내어 닫았던 문을 스스로 열게 된다.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는 주문과 함께. 

“두 걸음 남은 절벽 끝의 날 잡아 줬던 너/그제서야 처음 어린아이처럼 네 품에 안긴 채 펑펑 울었던 기억”, ‘뱁새’ 노래의 마지막 구절처럼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잡아 주는 누군가가 있어야만 어렵더라도 용기를 내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게 된다. 두렵지만 문밖으로 나올 힘도 생기면서 말이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주 공공기관인, 전 매거진 편집장 hyunjoo7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