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In] 출판 기념회, 정치자금의 회색지대
[신율 칼럼] 막으면 다른 돈줄을 확보 1인당 1권만 구입하도록 돈 적게 드는 걸 지향해야
이번 김민석 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 다시금 주목을 받은 부분은 바로 정치인들의 출판 기념회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는 수입과 지출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 것을 설명하며 출판 기념회 수입을 그 이유로 들었기 때문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정치인의 출판 기념회를 통해 올린 수익(출판물 판매 수익, 참가비 등)은 정치자금으로 분류되지 않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수입·지출 내역을 신고하거나 공개할 법적 의무가 없다.
단 '선거일 9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수 없다'는 규제는 존재한다. 이를 좋게 표현하자면 상당히 엄격한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을 적용함에 있어 출판 기념회를 일종의 정치인들의 '숨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인정했다고 할 수 있지만 이를 부정적으로 표현하면 출판 기념회는 '정치자금의 합법적 통로'라고 표현할 수 있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는 출판 기념회를 가지고 문제 삼는 국민의힘 측에 대해 상당히 섭섭하고 억울하다는 감정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만 출판 기념회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당수의 정치인이 출판 기념회를 통해 '숨 쉴 공간'을 마련한다는 것은 정치권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실제로 과거 수사기관이 어떤 정치인의 집을 압수 수색했을 당시 집에서 뭉칫돈이 발견되기도 했는데 이때 해당 정치인은 이 돈이 출판 기념회에서 거둬들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에서 일각에서는 정치인들의 출판 기념회를 못 하게끔 법률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문제는 출판 기념회를 막기만 하면 출판 기념회의 부정적 측면을 제거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만일 출판 기념회를 법적으로 못 하게 하면 아마도 정치인들은 '서예전'이나 자신이 그린 그림을 전시 판매하는 '미술전' 같은 방식으로 돈줄 확보에 나설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차라리 출판 기념회가 낫다는 생각이다. 미술품이나 서예 작품 같은 경우는 정가를 매길 수도 없고, 사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부르는 게 가격'이 되는 현상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정치인이 그린 그림을 사는 이가 ‘자신이 보기에는' 해당 작품이 피카소보다 더 훌륭해 높은 가격을 주고 샀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생각하면 차라리 책을 팔게 하는 것이 낫다. 책은 정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출판 기념회에 온 사람이 자신의 주위에도 해당 책을 권하고 싶다며 수십 부를 사가는 경우나 책값을 정가의 몇십 배에 사 가는 경우도 많은데 이렇게 되면 정가는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판 기념회는 약간의 법적 규제만을 신설하면 그나마 '관리'가 가능하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첫째 1인당 책 한 권만을 구입하도록 법적 규제를 가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이럴 경우 한 사람이 수십 권의 책을 사 가는 상황은 사라질 수 있다. 둘째 책을 정가 이상으로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책이 좋다며 정가보다 훨씬 비싼 값을 지불하며 사가는 일은 사라질 수 있다.
셋째 출판 기념회에서 책을 살 때 현금으로 사는 것은 금지하고 신용카드로만 책을 사게 하는 것이다. 이는 1인당 책 한 권만을 구입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정가로 책을 샀는지 여부 역시 알 수 있어 반드시 필요한 규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법적 규제 이외에도 사용처를 중앙선관위에 보고하도록 만들 필요도 있다. 수입과 지출을 투명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규제를 도입하면 출판 기념회를 둘러싼 많은 사회적 논란은 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지구상에 돈 안 드는 정치는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돈 안 드는 정치가 아닌 돈 적게 드는 정치라고 할 수 있다. 돈 적게 드는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지금과 같은 출판 기념회는 법적인 통제를 받도록 개선해야 한다. 물론 정치인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편하기 위해서 돈을 마음대로 쓰기 위해서 정치인이 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