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칼럼] 제로백, 내연기관차에 최고 요소지만, 전기차는 최악?
[김필수의 Car톡]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제로백 의미 다르다 전기차 급출발·급감속, 승차감 악화 부작용 전기차 변속기 개발, 해법 될 수 있을까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는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엔진과 변속기를 대신해 배터리와 모터가 차량의 중심을 이루는 구조적 차이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운행 특성이다. 내연기관차는 130여 년 동안 탑승객에게 최고의 안락감과 정숙성, 그리고 안전성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최근 급격히 늘어난 전기차 보급은 이와는 사뭇 다른 운행 특성으로 인해 다양한 부작용과 일상 속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내연기관차는 고성능을 추구하며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엔진 출력과 변속기 반응을 끊임없이 개선해 왔다. 덕분에 3~4초대의 제로백을 자랑하는 슈퍼카가 탄생했고, 이는 고가의 차별화 요소로 자리 잡았다. 고성능은 주로 운전 매니아에게 환영받았지, 탑승객에게 큰 의미를 주는 요소는 아니었다.
반면 전기차는 구조적으로 변속기를 거치지 않고 모터와 감속기를 통해 에너지가 직접 바퀴로 전달된다. 내연기관차의 엔진은 일정 회전수 이상에서야 최대 토크를 내지만 전기차 모터는 출발 순간부터 높은 토크로 즉시 가속을 한다. 결과적으로 웬만한 전기차는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출발 시 민첩성이 뛰어나다. 이런 특성은 운전 매니아에겐 매력적이지만 탑승객에게는 오히려 불쾌한 요소가 된다.
전기차는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급출발하는 특성이 있다. 정지 시에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회생제동으로 인해 급감속이 일어나며 이 과정에서 ‘꿀렁거림’이 발생해 승차감을 크게 해치고 멀미를 유발한다. 실제로 전기택시를 꺼리는 승객이 적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자동차공학회에는 ‘전기차 멀미 저감연구회’가 있을 정도다. 현재 다양한 기술적 해결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또한 회생제동으로 급감속이 발생할 때 뒤따르는 차량이 이를 인지하지 못해 추돌 사고가 잦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일부 국가는 회생제동에 따라 제동등이 자동 점등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최근에는 회생제동을 약화시켜 차량의 관성력을 살리고, 승차감을 개선하려는 조율도 검토되고 있다.
전기차는 또 다른 문제도 안고 있다. 바로 급발진 의심 사고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으로 단 한 건도 급발진으로 최종 판결난 사례가 없지만, 의심 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의 급발진 의심 사고는 운전자의 실수가 개입된 경우가 더 많다. 전기차는 약간의 페달 조작만으로도 급출발하기 때문에 운전자가 내연기관차와 같은 감각으로 운전하다 실수하는 사례가 늘고있다. 내연기관차와는 전혀 다른 운전 습관과 감각이 필요하다는 점을 운전자들이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제로백 성능을 강조하는 전기차 홍보 영상이 많지만 실제로는 이 특성이 단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가 제공해온 정숙성과 안락감을 이어받아야 할 의무가 있다. 최근 전기차용 다단 변속기 개발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기술은 에너지 효율뿐 아니라 전기차의 주행 감각을 내연기관차처럼 조율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급속히 보급된 전기차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빠른 보급 속도만큼이나 기술적·사회적 보완이 절실하며 이를 통해 하루속히 전기차가 진정한 의미의 무공해차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와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한국수출중고차협회 등 여러 자동차 협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세계인명사전(미국) 후즈 후 인 더 월드 (Who's Who in the World)에 2000년부터 2020년까지 21년 연속 등재됐다. 현재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로 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