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회장, 트럼프판 프리메이슨 '록브리지' 아시아 담당 맡아

트럼프 인맥 네트워크 과시하지만 슈퍼PAC·501c4 얽힌 다층 구조 실체보다 상징 의존 비밀클럽 흉내 신세계 주력 산업과 거리 먼 활동

2025-06-26     이상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인맥을 과시하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미국 보수 진영의 정치 네트워크 록브리지(Rockbridge Network)에서 아시아 지역 총회장을 맡는다. 겉으로는 트럼프 진영과의 인맥을 과시한 듯하지만 실제로는 영향력도 크지 않고 그룹 경영과의 연계도 불분명한 폐쇄적 정치 네트워크에 발을 들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록브리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인 JD 밴스 현 미국 부통령과 칼럼니스트 크리스토퍼 버스커크가 2019년 설립한 회원제 성격의 조직이다. 창립 당시 이들은 정책을 투자상품처럼 다루는 정치형 벤처캐피탈(political VC)이라고 소개한 바 있는데 일반 기업이나 싱크탱크와는 달리 폐쇄적 자금 네트워크의 성격이 짙은 정치 로비 조직으로 분류된다.

정 회장은 이번에 록브리지의 ‘아시아 확장’ 역할을 맡으며 대만 푸본그룹의 리차드 차이 회장,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의 마에다 타다시 회장 등과 함께 지역별 대표단을 구성했다. 명목상 지역 파트너십이지만 실제 비즈니스 접점보다는 정치적 연계가 앞선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정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는 수년 전부터 개인적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번 역할 역시 그런 사적 인연을 배경으로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4월 트럼프 주니어를 초청해 국내 재계 인사들과 교류의 자리를 주선한 바 있다.

록브리지는 일반 기업이나 자선단체와 크게 다르다. 단일 법인이 아닌 유한책임회사(LLC), 슈퍼PAC, 정치 활동이 가능한 비영리단체(501c4) 등이 결합된 복합 체계를 갖추고 있다. 기부자 명단·예산 집행 내역을 공개할 의무가 없으며 조직 경로 또한 외부에서 파악하기 어렵다. 2024년 기준 내부 예산 목표는 7500만 달러로 전해지지만 실제 지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일반적인 경제단체나 정책포럼과 회원 구성도 다르다. 가입 자체가 기존 회원의 추천이 있어야 가능하며 연회비는 약 10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100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기부한 윙클보스 형제, 백악관 비서실장 수지 와일스,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전 하원의원 털시 개버드 등 주요 인사들이 이 조직에 소속돼 있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비공식 내각이란 평가도 나온다.

다만 전체 회원 수가 200명 미만에 그치는 데다 외부 공개가 제한된 네트워크 특성상 정책이나 시장을 실제로 주도할 수 있을 만큼의 영향력을 갖췄다고 보기엔 한계가 있다. 실질적인 정책 결정보다는 내부 결속과 자금 조율에 무게가 실린 구조이며 정보 유통이 빨라진 지금 시대에 이런 밀실 운영 방식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체보다 상징이 앞서는 '프리메이슨 클럽'을 흉내낸 것에 가깝다는 해석도 있다.

국내에서는 이 조직이 신세계그룹의 핵심 사업인 오프라인 유통·면세업과 어떤 연계성이 있는지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직 자체가 사업 다각화나 글로벌 파트너십이라기보다는 미국 정치권과의 연결 통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그룹 차원의 경영 판단보다, 개인적 외교 네트워크 확장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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