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출신을 장관·수석 배치···'성남FC 뇌물' 사건 재판 시작 전인데

한성숙 중기부장관 후보, 하정우 AI 수석 李 후원금 39억원 대가 편의 제공 혐의 잇단 지명 소식에 네이버 주가 불기둥

2025-06-25     이상무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미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장관급 인사로 네이버 출신 2명을 잇달아 임명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성을 앞세운 파격 인선이라는 평가 이면에는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와 연관된 '방탄용 인사' 아니냐는 의혹이 깔려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이사를, 대통령실 초대 AI미래기획수석에 40대인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혁신센터장을 임명했다. 둘 다 정치인이 아닌 민간인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성남FC 구단주로서 네이버로부터 후원금 39억원을 유치하고 그 대가로 네이버 제2사옥 건축 허가와 관련된 편의를 제공했다는 '제3자 뇌물'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해당 재판은 아직 1심 결론도 나지 않은 현재진행형 사안이다.

또한 현재 국회에는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 더불어민주당의 결단에 따라 통과를 목전에 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성남FC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네이버 출신 인사들이 정부 요직에 기용되자 정치권에서는 '이해충돌'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야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수 있는 기업의 전직 최고경영자를 장관으로 앉히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며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카카오도 있는데 굳이 네이버를 택해 정권과 '운명공동체'로 묶어 입을 막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중기부는 정치인 출신이 주로 맡아왔다. 초대 장관 홍종학을 비롯해 박영선, 권칠승, 이영 전 장관 모두 정치적 기반을 갖춘 인물이었다.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는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 /연합뉴스

한 후보자도 24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며 정보기술(IT) 전문가로서 전통 제조 중소기업과의 접점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일부 인정했다. 그는 관련 질문에 "전통적인 제조업 쪽에는 약한 부분도 있다"며 "(다만) 디지털 전환에 많은 부분이 연결돼 있고 전통시장도 네이버 시절부터 디지털 전환과 기술을 활용해 협업 사례를 만들어 왔다"고 답했다.

이어 "낯설기 때문에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다 알 수 없고 경제 분야는 한 분야만 있는 게 아닌 만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중기부 실무자들과 상의해가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전문성'과 '미래 비전'을 인선의 이유로 내세웠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 후보자에 대해 “경제 위기 상황과 미래 먹거리 확보를 고려해 민간 전문가를 발탁한 것”이라며 “민관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인사”라고 설명했다. 

하 수석이 네이버 AI 랩 책임 리더로 근무할 당시 한 후보자가 대표로 호흡을 맞춘 바 있어 두 사람의 관계도 친분이 깊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5일 브리핑을 통해 "하정우 수석은 소버린 AI 개념을 제안하고, 국가-기업 간 AI 선순환 전략을 이끌어온 전문가"라며 "네이버에서의 풍부한 실무 경험이 국가 전략 수립에 즉시 투입될 수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고 인선 배경을 전했다.

하지만 시장은 이번 인사를 정치적 맥락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한성숙 전 대표의 장관 후보자 지명 소식이 전해진 23일, 코스피 시장에서 네이버 주가는 불을 뿜었다. 이날 네이버는 전일 대비 7.61% 폭등한 29만 원에 거래를 마쳤고, 시가총액은 단숨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차를 제치고 5위로 뛰어올랐다. 정권과의 유착 관계가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전문성을 앞세운 국정 운영 동력 확보라는 명분과 자신을 겨누는 사법리스크를 방어하려는 정치적 포석이라는 비판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향후 한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와 이 대통령의 재판 경과에 따라 이번 '네이버 라인' 인선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하정우 수석은 이날 세종에서 열린 ‘제8회 전자정부의 날’ 기념식에서 “공공부문 AI 전환은 AI 3대 강국 도약의 출발점”이라며 “AI 책임관 중심의 혁신정부 실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는 네이버클라우드의 ‘하이퍼클로바X 한국은행 사례’가 공유됐다.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하정우 수석은 임명 직전까지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을 맡고 있었을 뿐아니라, 그동안 네이버 AI 육성을 위해 국회와 정부에 규제완화, 지원 등을 요구하며 업계 입장을 대변해왔던 인사"라며 "직전까지 특정기업의 이익을 위해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활동해온 인사가 과연 사적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공평무사하게 국가 AI 정책 전반을 총괄하고 입안할 수 있을지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