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In] 외교는 진영을 뛰어넘어야 한다
[신율 칼럼] 특정 정파 이념이 개입해선 안 돼 한일 정상회담 李 실용 외교 확인 자국 이익 중심 현실 인식이어야
이재명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 일정이 마무리됐다.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그의 외교력을 둘러싸고 다양한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언론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상황은 흔치 않다. 그러나 이를 바라볼 때 두 가지 관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격이다. 즉흥적인 리더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은 어차피 또 만날 수 있으니 시급한 현안을 먼저 처리하자"라는 식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무산된 회담이 우리만의 일이 아니었고 미‒호주 회담 역시 취소된 점을 보면, 이런 해석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는다. 둘째로, 소위 '이‒이 전쟁'이라 불리는 이란‒이스라엘 충돌 양상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을 놓칠 수 없다.
이미 미국은 이란에 대해 직접 공격을 강행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조차 미국의 이란 공격에 반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을 강행한 것이다. 이런 맥락을 고려하면 한‒미 정상회담이 불발된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비판이 종종 진영 논리에 뿌리를 두고 제기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외교는 정권을 초월해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곧 외교는 진영 논리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말이고, 그래서 특정 정파의 이념이 외교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같은 논리를 지금 상황에 적용하면,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했든 아니든, 일단 그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면 외교 현안을 두고 '비판을 위한 비판'은 삼가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태도가 매우 적절하고 합리적이었다고 본다. 다시 말해 그의 '실용 외교'가 구호에 그치지 않음을 이번 회담이 증명했다는 의미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상대방의 국기 앞에 마주 앉아 회담을 진행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왜 대통령이 일장기 앞에 앉았느냐"는 비판을 제기하지만, 이는 외교에서 상대를 배려하는 대표적 의전 행위다.
이에 화답하듯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도쿄에서 열린 한‒일 수교 60주년 기념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G7 회의를 마친 직후 귀국한 그가 곧바로 행사에 참석하리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배려에 일본이 성의로 응답한 셈이다. 이 장면은 '외교란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모범을 보여주는 사례임과 동시에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 외교 노선을 확인시켜 준 중요한 사례다. 최소한 국가 이익이 걸린 외교 무대에서 이런 성과를 보여주었다는 점은,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보수층에게도 안도감을 주었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앞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외교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미국은 우리에게 국내총생산(GDP)의 약 5%에 달하는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한‒미 관세 협상도 남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주한미군 감축 논의가 미국 조야에서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을 가장 주목해야 한다. 주한미군 병력감축과 동시에 유엔군 사령부를 일본으로 이전하겠다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제기된다. 더 나아가 주한미군을 공군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일부에서는 "우리의 재래식 전력만으로도 북한에 대응하기 충분하니, 미국이 핵우산만 제공하면 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의 재래식 전력은 탄탄하지만, 대한민국 내에 미국의 육군 병력이 주둔함으로써, 이들의 존재가 '인계철선'으로 작용해 북한의 공격 의지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주한미군 병력 감축 문제를 가볍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또한 전시작전 통제권 환수를 단순히 '민족적 자긍심' 회복 수단으로만 바라봐서도 안 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현재는 오히려 미국이 전작권을 조속히 넘기고 싶어 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해야 유엔군 사령부 일본 이전과 주한미군 병력 축소를 '부담 없이'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 외교는, '실용'이 곧 '자국 이익 중심의 냉정한 현실 인식'이지 '배타적 민족주의'가 아님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용이란 문자 그대로 이익의 극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