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 더봄] 내 아이디어라는 착각, 우리 아이디어라는 기적

[김승중의 슬기로운 인간관계] 우리의 아이디어를 만드는 리더와 팀원의 역할 내 똑똑함 알리기보다 상대가 스스로 답 찾도록

2025-06-24     김승중 심리학 박사·마음의 레버리지 저자

누군가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면, 그것은 나의 뛰어난 논리와 언변으로 상대방의 무지를 일깨워준 것일까? 아니면 상대방이 편견 없는 열린 마음으로 내 이야기를 경청하고, 사실과 논리를 따져본 뒤 현명하게 받아들인 것일까?

이처럼 설득과 논쟁의 과정을 두고 사람들은 두 가지 시선으로 바라본다. 하나는 창과 방패의 대결처럼 이기고 지는 논리 싸움이자 자존심 대결로 보는 시각이다. 다른 하나는 더 나은 진실, 더 현명한 판단에 도달하기 위해 서로의 정보와 생각을 공유하며 최선의 답을 찾아가는 지혜로운 의사결정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다.

우리는 함께 일할 때 어떤 분위기와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가? 지금부터 두 조직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 보자.

우리는 함께 일할 때 어떤 분위기와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가? /게티이미지뱅크

조직의 회의실은 아이디어 전쟁터다. A사의 회의는 보이지 않는 칼과 방패가 오가는 경쟁의 장이다. 각 부서와 팀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채택되도록 필사적으로 노력하며, 상대방의 제안에서 허점을 찾아내고 공격하기에 바쁘다. 결국 어떤 아이디어가 채택되더라도 이후 구성원들은 냉담하게 방관하거나, 때로는 은근히 일이 잘못되길 기대하기까지 한다.

반면 B사의 회의는 활발한 협력과 열린 토론이 이루어지는 장소다. 여기서는 누구의 아이디어인지가 중요하지 않다. 모든 참여자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경청하며, 보다 나은 아이디어를 함께 만들어낸다. 결정된 안은 특정 개인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 된다. 그래서 실행 과정에서도 모든 구성원이 주인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한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심리학과 조직 행동론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바로 심리적 소유감(psychological ownership)과 사회적 정체성(social identity)의 문제다. 자신이 기여한 아이디어에만 애착을 느끼는 A사의 환경에서는 팀 간 경쟁과 갈등이 심화하며, 심리적 소외감과 낮은 실행력을 유발한다. 그러나 모두가 함께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B사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공동의 목표에 강한 책임감과 몰입을 느낀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이디어에 대한 모두의 소유감을 높이고 목표에 대한 자발적 수용과 몰입을 끌어내는 팀을 만들 수 있을까? 이러한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한 손쉬운 전략이 있다. 바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 원칙 중 열여섯 번째 원칙,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그 아이디어가 자신의 것이라고 느끼게 하라(Let the other person feel that the idea is his or hers.)"를 적용하는 것이다. 이는 함께 의사 결정하는 팀의 능력을 키우는 일이며, 리더와 팀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리더의 역할

정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던져라: 리더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싶은 유혹을 참아야 한다. 대신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을까?"와 같이 팀원들의 생각을 자극하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의견을 연결하고 종합하라: 흩어져 나오는 팀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 속에서 공통점과 핵심을 찾아내 "A의 의견과 B의 의견을 합치면 이런 방향도 가능하겠다"와 같이 연결하고 종합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가장 마지막에 의견을 내라: 리더가 먼저 의견을 내면 팀원들은 그 의견의 틀에 갇히기 쉽다. 모든 팀원이 자유롭게 생각을 펼칠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린 후, 맨 마지막에 자기 생각을 조심스럽게 보태는 것이 현명하다.

팀원의 역할

반박이 아닌 이해를 위해 경청하라: 동료의 의견을 들으며 반박할 지점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배경과 의도를 파악하려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대신 '그리고'를 사용하라: "그 의견은 별로야. 하지만 내 생각은…"이 아니라, "좋은 생각이다. 그리고 거기에 이런 점을 더하면 어떨까?"와 같이 상대방의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그 위에 자기 생각을 쌓아 올리는 태도가 필요하다.

아이디어와 사람을 분리하라: 아이디어에 대한 비판이 그 사람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건전한 비판은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한 필수 과정임을 모두가 인지해야 한다.

함께 만드는 기적, 우리의 아이디어

광고업계의 거장 박웅현의 이야기는 이 지점에서 깊은 울림을 준다. 그는 아이디어가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오는 단단한 벽돌이 아니라, 함께하는 대화 속에서 발견되는 작은 씨앗과 같다고 말한다. 그에게 회의실은 기적의 공간이다. 팀원들이 자유롭게 던지는 말, 심지어 스쳐 지나가는 농담과 잡담 속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의 씨앗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기적은 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 분위기, 즉 심리적 안전감이 보장될 때만 일어난다. 이런 문화 속에서 아이디어는 더 이상 특정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팀 모두의 소중한 자산이 된다. 이때 리더의 역할은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 씨앗을 가장 먼저 알아보는 것이다. 박웅현은 자신의 목표가 “말한 사람조차 발견하지 못한 말의 가치를 알아주는 선배”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한 팀으로 일한다는 것은 각자의 머릿속에서 완성된 아이디어를 가져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며, 우리도 몰랐던 우리 모두의 아이디어를 함께 발견하고 키워나가는 과정 그 자체이다.

당신의 공을 주장하고 싶은 그 마음을 잠시 내려놓았을 때, 더 많은 사람이 기꺼이 당신의 편이 되어 함께 걷기 시작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게티이미지뱅크

당신의 지혜가 빛나는 하루를 위하여

오늘 당신의 머릿속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문제의 핵심을 꿰뚫는 통찰이 생길 수 있다. 그 순간, "이건 내 생각이야! 내 공이야!"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나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은 그 마음을 탓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잠시 멈춰 생각해 보자. 정말 중요한 것은 이 아이디어를 내 것이라고 도장 찍는 것일까, 아니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함께 그 아이디어를 현실로 실현하는 것일까? 내 주장이 아무리 옳더라도 사람들이 마음을 닫으면 그 아이디어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

내 똑똑함을 증명하려 애쓰기보다, 상대방이 스스로 똑똑하다고 느끼게 해주자. 정답을 큰 소리로 외치기보다, "혹시 이런 방향은 어떨까요?"라고 넌지시 씨앗을 던져보자. 명령하고 지시하기보다, 상대방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좋은 질문을 건네보자. 당신의 공을 주장하고 싶은 그 마음을 잠시 내려놓았을 때, 더 많은 사람이 기꺼이 당신의 편이 되어 함께 걷기 시작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진정한 영향력은 내 목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기꺼이 나와 함께하려는 사람의 수로 결정된다. 오늘 당신의 지혜로운 한마디가 동료의 마음을 움직여 더 큰 성공을 이뤄내는, 빛나는 하루가 되기를 응원한다.

여성경제신문 김승중 심리학 박사·마음의 레버리지 저자 spreadksj@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