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녕 더봄] 힘 빼는 법을 배우는 시간

[최인녕의 아들에게] 간절함과 힘 빼기의 균형을 찾아가는 여정 간절함을 내려놓을 때 능력을 온전히 발휘

2025-06-24     최인녕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 합격하지 않으면 안 돼! 합격해야 해!'라는 생각이 우리를 더 긴장하게 만들 수 있어. 결과에 대한 간절함을 놓아버릴 때 비로소 힘이 빠지고 우리가 가진 능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것 같아. /게티이미지뱅크

아들아,

살다 보면 누구나 간절히 바라는 일이 생기지. 이번만큼은 꼭 해내고 싶어서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으면 맥이 탁 풀리고, 모든 의욕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기도 해. 요즘 네가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사실 엄마도 그런 경험이 많았어. 특히 처음 취업했을 때 정말 힘들었던 일 중의 하나가 출퇴근하는 것이었어. 출퇴근을 위한 소요 시간이 왕복 네 시간 가까이 걸렸고, 그 긴 시간을 만원 버스에서 보내야 했어. 늦은 밤까지 일한 뒤 퇴근하고 다시 아침이면 버스에 몸을 실어야 했지.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내 차를 사고 싶었기에 운전면허를 따기로 했단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운전면허증을 받기 위한 과정이 너무 오래 걸렸어. 실기 시험에서 떨어지면 재시험을 보기 위해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했거든. 필기시험도 유효기간이 있어서 실기에서 떨어지면 재시험을 봐야 했던 시절이었지.

엄마는 필기시험을 세 번이나 봤어. 첫 번째 실기시험에서 떨어졌을 때, 1년을 더 힘들게 출퇴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힘들고 괴로웠지. 두 번째 떨어졌을 때는 실망을 넘어 절망 수준이었어. ‘나는 왜 이렇게 안 되는 거지? 다들 따는 면허인데···’ 마치 패배자가 된 기분이었지. 그리고 더 이상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시간을 쓰지 않기로 했어.

시간이 좀 지난 어느 날, 아버지와 함께 교외로 드라이브를 갔었고, 그곳에 있는 공터에서 아버지가 운전을 가르쳐 주셨어. 시험을 보기 위해 배운 것이 아니라 그냥 아버지가 알려주셔서 자연스럽게 배웠던 것 같아. 그날 이후 다시 운전면허 시험에 도전하게 되었고 결국 합격했지. 그렇게 원했던 것을 얻었는데 기쁨보다는 그냥 ‘숙제 하나 끝냈네’ 하는 덤덤한 느낌이었어.

그때 알았어. 너무도 간절하게 원했던 그 ‘합격’이, 나의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도록 긴장하게 했다는 것을. ‘합격하지 않으면 안 돼! 꼭 합격해야 해!’라는 생각이 나의 온몸을 굳어버리게 했지.

그 당시 아버지가 내게 알려 주셨던 것은 시험 합격을 위한 운전 요령이 아니라 실제 도로에서 운전할 때의 마음과 자세였어. 운전을 가장 잘하는 사람은 가장 안전하고 편안하게 하는 사람임을 강조하셨지. 결과에 대한 간절함으로 온몸에 힘이 들어갔었는데 아버지는 그 힘을 빼라고 가르쳐 주셨어.

간절함은 중요한 감정이야. 최선을 다하는 원동력이 되니까. 그런데 그 간절함은 ‘결과’보다 ‘과정’ 속에 있어야 해. 결과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내 영역이니까. 결과에 대한 간절함을 놓아버릴 때 비로소 힘이 빠지고, 우리가 가진 능력을 더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것 같아.

네가 요즘 겪고 있는 이 힘든 과정이 지나고 나면 너도 자연스럽게 힘 빼는 법을 터득하게 되지 않을까? 마치 골프를 처음 배울 때 힘이 잔뜩 들어가서 공이 원하는 대로 나가지 않지만, 수많은 연습과 반복을 하게 되면 힘 빼는 법을 터득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야.

아들아, 네가 요즘 너무 힘들어하는 게 보여서 내 마음도 아프다. 하지만 나는 네가 지금 이 과정을 통과하면서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있다는 걸 알아. 지금은 많이 힘들겠지만, 훗날 이 시간이 네게 큰 의미로 남을 거야. 나도 그때는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렸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런 과정들이 나를 성장하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었거든.

그러니 결과에 대한 간절함을 내려놓고 과정에서 네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보자. 엄마는 언제나 네 편이야.

여성경제신문 최인녕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hellencho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