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계란이 '4번 계란' 퇴출 탓?···계란값 폭등에 정부·협회 '책임 공방'
특란 30구 6주째 7000원대, 4년 만에 최장 정부, 가격 담합 의심 공정거래위 조사 착수 대한산란계협회 사육 면적 확대 원인 주장 "소비자 불신 해소 위해서 제도 개선해야"
계란 가격이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식품업계와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계란값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부와 생산자 단체가 가격 상승 원인을 두고 엇갈린 입장을 보이면서 가격 안정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20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 정보에 따르면 올해 24주 차(9~15일) 기준 특란 30구의 전국 소비자 평균 가격은 7022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 19주 차에 7014원을 기록한 이후 6주 연속 7000원대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는 2021년 1월 말 이후 4년 만에 최장 기록이다.
계란 가격은 오는 8월까지 계속 오를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은 이달 계란 산지 가격(특란 10개 기준) 1850~1950원으로 전년 대비 최대 18% 올랐다고 밝혔다. 다음 달부터 8월까지는 소비 감소로 1750~1850원으로 이달보다는 낮지만 작년 7월과 비교하면 최대 13.8%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농경연은 계란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산란계 고령화와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전염성 기관지염(IB) 등 질병 확산에 따른 생산성 저하를 지목했다. 특히 지난 3월 충청권에서 고병원성 AI가 집중 발생하면서 지역 간 물량 불균형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전국 평균 산지 가격이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질병 발생에 따른 공급 차질이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살처분 규모가 크지 않아 AI가 가격 상승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가격 급등의 배경에 담합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지난 16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을 파견해 산란계협회 본부(충북 오송)와 경기·충남 지회 등 3곳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협회가 산지 가격을 고시하며 회원사에 해당 가격을 따르도록 강제해 계란값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정부가 불공정 거래를 의심하는 배경에는 '산지 가격 고시'라는 특이한 구조가 있다. 이는 1960년대부터 이어진 관행으로 생산자 단체가 농가와 유통상인 간의 실제 거래가 아닌 협상을 위한 기준 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이는 협회가 자체적으로 산정한 수치로 정부나 공공기관의 공식 통계는 아니다.
이 같은 산지 가격 고시는 일명 '깜깜이 계란 가격'으로도 불리며 가격의 불투명성이 지속적으로 지적돼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7월부터 이 고시 관행을 폐지하고 표준 거래 계약 도입 등 가격 결정 구조를 투명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생산자단체의 반발로 적용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 산란계협회는 가격 담합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협회는 지난 2일 입장문을 통해 "계란 가격 상승은 정부가 값싼 '4번 계란'을 사실상 퇴출시키면서 생산량이 줄고 일부 소매점의 폭리 행위가 겹친 결과"라고 주장했다.
'4번 계란'은 마리당 0.05㎡ 이하의 공장식 사육환경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동물복지 향상과 가축 질병 예방 차원에서 점차 퇴출하고 있다. 정부는 2018년 9월 이후 신축 산란계 농가에 대해 마리당 0.075㎡ 이상의 개선된 사육 기준을 적용해 왔으며 기존 농가에도 올해 9월까지 기준을 맞추도록 했으나 최근 2027년 9월까지로 유예했다.
다만 올해 9월부터 새로 입식되는 산란계는 강화된 사육밀도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일부 농가는 9월 이전에 병아리를 입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산란계의 평균 사육 기간이 약 2년인 점을 고려할 때 지금 입식하면 2년 동안은 기존 기준으로 사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존 닭을 조기 처분하고 병아리를 새로 들이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계란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계란은 가정에서 가장 쉽게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식재료로 가격 상승이 소비자에게 주는 심리적 타격이 크다"라며 "최근 저탄고지 식단 등으로 단백질 섭취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계란 수요가 꾸준한 만큼 가격 인상은 가정뿐 아니라 외식업계 등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격 안정화 방안과 관련해 "계란 가격을 고시하는 생산자 협회도 보다 책임감 있는 자세로 가격 인상 억제에 동참해야 한다"라며 "유통 구조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협회 차원의 노력과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