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게 빚 갚으면 바보냐"···113만명 빚 탕감 정책 형평성 논란

5000만원 이하 7년 이상 연체자 배드뱅크 설립해 8000억원 들여 상환을 늦추는 도덕적 해이 우려

2025-06-20     이상무 기자
2월 25일 서울 한 건물 상가에임대 광고가 붙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에 소상공인 등의 빚을 아예 탕감하거나 대폭 깎아 주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다. 빚에 시달린 이들을 구제한다는 취지이지만 그동안 성실하게 갚았던 개인이 억울하고 '안 갚고 버티면 된다'는 인식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의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 지원 대상은 5000만원 이하 빚을 7년 이상 연체한 개인(개인사업자 포함)이다. ‘중위소득 60% 이하’로 처분 가능한 재산이 없는 경우엔 연체 채권을 전액 소각한다. 빚을 100% 없애준다는 뜻이다. 

또 상환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차주(돈 빌린 사람)엔 원금을 최대 80% 감면하고 10년간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채무 조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총 매입채권 규모는 16조4000억원이며 113만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출자해 만드는 채무조정 기구(배드뱅크)는 통상 은행에서 싼값에 거래되는 장기 연체 채권을 평균 5% 선에서 일괄적으로 사들일 예정이다.

정부는 약 8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필요 재원의 절반인 4000억원은 추경으로 마련하고 나머지는 은행 등 금융사가 내놓는 자금으로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소상공인 채무는 불가피하게 늘어난 바 있다. 하지만 빚 탕감이 상환을 일부러 늦추는 도덕적 해이를 만들고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사람들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네이버 '아프니까 사장이다' 카페에 한 누리꾼은 "잠도 못자고 대리운전을 하거나 막노동을 하며 빚을 갚은 자영업자는 뭐가 되나"라며 "차라리 고이자를 낮추던가, 기간을 늘리는 등의 방법이 맞다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빚 안 지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 호구 만드는 얘기",  "권리는 누리려 하고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하는 것" "16시간 장사해서 8년 된 대출 작년에 청산했더니 탕감해준다네"라는 반발 여론이 나왔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어려운 소상공인을 돕는 정책은 필요하지만, 그동안 성실히 갚아온 사람은 거의 혜택이 없고 갚지 않고 버텨온 사람은 탕감 받는다면 앞으로 누가 채무를 갚으려 하겠냐"며 "빚 갚는 사람이 바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도덕적 해이도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성실 상환자에게도 혜택을 준다는 방침이다.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은 이날 KBS 뉴스에 출연해 “다른 측면에선 빚 갚으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면 안 되지 않는가. 그래서 성실하게 부채를 상환하시는 분들을 위해서도 상환 기간을 늘린다든지 이자 혜택을 주든지 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역대 정부도 출범 초기 기금을 조성해 채무 조정을 실시했다. 이명박 정부는 ‘신용회복기금’을, 박근혜·문재인 정부는 ‘국민행복기금’을, 윤석열 정부는 ‘새출발기금’을 활용해 빚 탕감을 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