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원전·재생에너지 ‘병행’ 공식화···“AI 급증 시대 대비”
산업부, 원전 넣은 에너지 믹스 업무보고 AI 전력 소모 대비 차원 정책 궤도 수정 에너지고속도로 2030년께 첫 개통 추진
이재명 정부가 이전 정부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실무부처 차원에서 ‘원전과 재생에너지’ 병행을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다가오는 인공지능(AI) 시대 막대한 전력 소모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정책 궤도를 수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급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어제(19일) 정부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국정기획위원회에 에너지 정책 추진 계획을 담은 업무보고를 했다”며 “이번 업무보고에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실현 방안에 방점을 두면서도 합리적 에너지 믹스 차원에서 원전 활용 방안도 담겼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는 새 정부 성장정책 해설서에서 “친환경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한국적 특성으로 원자력 발전 등과의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같이 간다는 방향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컨센서스가 정해져 나오고 있다”며 “이 같은 방향으로 하되 구체적인 플랜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는 새 정부의 지침을 받아 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기부터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원전은 활용하되 새로 짓지는 않겠다는 ‘감원전’을 줄곧 내세워왔다.
그러나 집권 직후엔 윤석열 정부 당시 확정된 대형 원전 2기와 SMR 1기 프로젝트 건설 계획을 원안대로 추진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소형모듈원전(SMR) 육성 특별법을 발의하는 등 원전에 대한 수용을 넓히는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이는 AI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모 등 현실성을 따졌을 때 재생에너지 100%만으론 전력 수급이 실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이재명 정부가 스스로 인정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따른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다른 에너지원 없이 단독으로 사용하기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전력 공급이 들쑥날쑥한 간헐성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이다. 태양광은 밤엔 발전 자체를 할 수가 없는 데다 날씨와 계절에 따라 발전량의 기복이 심하다. 풍력도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량에 발전량이 영향을 받는다.
에너지 실무부서인 산업부가 원전과 재생에너지 병행 추진을 공식 천명한 만큼 재생에너지 중심의 2050 탄소중립 계획 자체를 합리적으로 손 볼 가능성도 커졌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전력 수급과 전력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선 대형원전과 SMR, 재생에너지를 적절한 비율로 섞는 게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라고 강조해왔다.
특히 출력이 300MW 이하의 소형 원자로인 SMR은 출력 조절이 양호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할 최적의 병행 에너지로 꼽힌다. 냉각재를 무엇으로 사용할지에 따라 초고온가스냉각로(헬륨, VHTR), 용융염원자로(용융염, MSR) 소듐냉각고속로(나트륨, SFR), 납냉각고속로(납, LFR) 등으로 나뉘는데 전 세계가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새 정부 정책 방향에 업무를 맞춰가는 방향으로 준비했다”며 “(이 대통령의) 공약을 바탕으로 기본적인 접근을 했고 많이 고민하면서 공약보다 더 진전시킨 실행 방안도 담으려 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이와 함께 이날 보고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를 위한 핵심 인프라가 될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의 2030년경 첫 개통 목표 달성 추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는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핵심 클러스터인 호남권 생산 전기를 핵심 수요지인 수도권으로 나르는 초고압직류송전(HVDC)망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송전망을 비롯한 전력계통 부족은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 확충에 핵심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